【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사과값 폭등 등 농식품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총선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정부는 대대적인 할인지원으로 진화에 나섰으나 ‘대파 한 단 875원’이란 또 다른 논란을 초래하고 말았다.
한편, 당선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던 야당 후보들은 물가 폭등에 따른 정부 비판여론이 높아지면서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경기 여주양평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최재관 후보도 그 중 한 명이다.
최 후보는 오랜 기간 농촌현장에 기반을 둔 농업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정치권에 입문한 케이스다. 4년 전 선거에서 패배한 뒤, 이번 총선에서 재수에 도전하고 있다.
여주양평 지역구는 수도권인 경기도에 속하지만 도농복합지역의 특성이 강해 국민의힘 우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으로 인해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는데다 정권 심판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여당 후보와 치열한 경합이 펼쳐지고 있다. 이달 들어 발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양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안으로 초접전 양상이다.
최 후보는 주전공이 농업인 만큼 도농복합지역인 여주시와 양평군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명쾌하게 설명했다. ‘서울도 부러워하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더불어민주당 최재관 후보(여주양평) 약력
1968년생. 서울대학교 농생물학과 졸업. 전)대통령비서실 농어업비서관. 전)경기도농수산진흥원 비상임이사.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양평고속도로 진상규명촉구 농성단장.
Q. 여주양평 지역구에서 2번째 총선 출마로 알고 있다. 출마의 변은 무엇인가.
30여년 전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주지역으로 귀농해 농사를 지었다. 농민들이 애써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을 보장할 방법이 없을까해서 친환경 학교급식을 고민하다가 경기도 최초로 친환경 학교급식 시범사업을 여주에서 시작했다.
이후 문재인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농어업비서관으로 일할 때에는 공익형직불금, 소농직불금 등을 설계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치를 통해 제도와 법을 만들지 않으면 농업과 농촌, 농민을 구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해 정치에 뛰어들게 됐다.
지금 우리 농촌은 기후위기로 인해 농사짓기가 너무 어려워지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또, 에너지 가격이 굉장히 올라 난방비 문제가 심각하다. 심야전기 전기료가 최근 1년동안 27% 정도 올랐다.
특히 여주양평은 수도권인 경기도인데도 읍면단위 지역소멸이 진행되고 있다. 농촌의 지역소멸로 면단위에서는 가게의 절반이 문을 닫고 있다. 이와 같은 절실한 지역사정을 정치를 통해 해결하고자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Q. 4년전 첫 출마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나.
4년 전에는 청와대에서 나와 바로 선거에 뛰어든 정치초년생이었다. 이후 4년 동안 정치인으로 훈련하는 과정을 거쳤다. 정치란 지역과 주민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4년이 지나면서 느낀 점은 지역주민의 대변자부터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 뜻과 내 꿈을 실현하는 곳이 정치의 장이 아니라 주민들의 뜻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내가 주민을 대신해 해결하는 대변자가 돼야한다는 점을 깨닫고 정치에 대한 시각이 조금 넓어졌다. 주민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하게 된 측면에서 약간 성숙해 진 것 같다.
지금까지 지역에서 150여개 마을을 다녔는데 주민들과 만나면서 우리 농촌 마을에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또 농촌이 직면한 인구 소멸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Q. 여주양평은 더불어민주당이 열세인 지역으로 분류되는데 현재 선거 분위기는 어떤가.
20여일 전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상대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20% 가량 나왔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차범위까지 따라 붙었다. 윤석열정권 심판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명함 돌릴 때 주민들의 반응도 4년 전과는 다르다. 내가 지지를 부탁해야 하는데 꼭 이겨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하는 주민들도 더러 만나고 있다.
원인을 진단해보면 주민들이 겪는 경제위기가 너무 심각하다. 여주지역 중심가에 한글시장이 있다. 도너스 같은 간식을 팔거나 생필품을 파는 가게는 상대적으로 경제위기에 덜 민감한 품목으로 볼 수 있는데 이들조차 매출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5년 전과 비교해 매출이 절반이나 떨어진 점포들도 있다.
옷가게들을 가보면 점원을 둔 가게가 없다. 시장에 공실이 4분의1은 되는 것 같다. 그런 경제상황이 정권을 향한 분노로 표출되는 것 같다.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절박한 민심을 체감하고 있다.
Q. 여주양평은 수도권이지만 인구소멸 위험단계에 접어든 지역이다. 인구소멸을 극복할 방안으로 무엇을 제안하고 있는가.
GTX-D 노선에 여주역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조기개통하고 팔당역으로 오는 노선은 양평까지 연장해야 한다. 서울까지 접근성이 나아지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늘어날 것이다. 이는 일자리와 청년주거주택과 연결돼 지역발전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서울까지 20분대 생활권 실현이 가능한 GTX는 여주양평의 미래다.
또,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여주지역에 설치하려 한다. 점점 시장이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다.
여주는 고속도로 4개가 지나가고 고속도로 IC가 7곳이나 돼 물류 중심이 될 수 있다. 여주가 온라인 농산물 도매시장의 거점이 되면 그 다음으로 식품산업의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
Q. 서울~양평고속도로 계획 변경을 둘러싼 의혹이 전국구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의혹은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답이 거의 나왔다. 국회 국정조사를 연다면 대통령 직인수위원회부터 국토교통부에 걸쳐져 있는 의혹들의 진상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와 함께 특검으로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Q. 여당후보와 양자대결 구도인데 상대인 김선교 후보와 비교해 본인의 장점은 무엇인가.
상대 후보는 선거사무소 회계 책임자가 벌금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런 전력이 있는데도 선거에 출마한 것은 지역주민을 무시한 행동이다. 또,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등에 관련한 책임 유무도 밝혀져야 한다.
저는 일단 깨끗하고 지역을 위해 일해왔으며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으로 국정경험도 한 사람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 여주양평을 위해 일하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Q.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을 맡았던 당시 가장 잘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하나씩 각각 꼽는다면 무엇이 있겠나.
공익형직불금, 소농직불금 등을 설계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들 직불금 제도는 소농의 농가소득을 보장하는 측면이 있다.
변동직불금 폐지와 관련해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변동직불금이 최대로 발동될 때 1조8000억원이 나왔다. 그런데 공익형직불금은 2조4000억원이 계속 지급된다.
쌀값 하락은 수급조절로 해결해야 된다. 문재인정부는 격리정책을 펴도록 양곡관리법을 개정했는데 윤석열정부 들어와 그 규칙을 깨고 격리를 제 때 하지 않아 쌀값이 하락한 것이다.
아쉬웠던 점은 농업 정보화 사업을 제안했는데 하지 못했다. 스위스를 보면 어떤 경지에 어떤 농사를 짓는지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조건으로 농민들이 직불금을 받고 있다. 이런 데이터베이스화가 되면 실시간으로 농사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수급 조절에 도움이 된다.
지금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정보화사업을 하고 있다는데 정작 누가 어떤 품목을 얼마나 심었는지를 확인하지 못한다. 이 정보는 직불금 부정수급 문제와 연결돼 손을 못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이 점을 개혁해야 된다.
Q. 농촌 현장을 다니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봤는가.
첫 번째로 주5일 경로당 식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는 포퓰리즘이라 할 수 있고 중요한 정책인가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직접 마을을 가본다면 중요성을 느낄 것이다.
현재는 농사철에만 경로당 식사를 지원받거나 1주일에 1~3일 정도 일손 지원을 받는 마을도 있고 그냥 자체적으로 꾸려나가는 마을도 있다. 마을마다 상황이 다르다.
농촌에 사시는 어르신 중 특히 혼자 사는 분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생활이 식사다. 그러다보니 식사가 부실해지고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된다. 이건 빈부 격차의 문제가 아니다. 돈이 있는 어르신들도 혼자 살면 식사가 엉망이 되기 일쑤다.
이분들이 경로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남은 반찬을 싸가면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마을 자체적으로 맡기면 주민들이 70대 이상 노인들인데 어떻게 매일 점심을 차릴 수 있겠나.
또, 혼자사는 어르신들은 병이 있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위중해져도 발견이 늦을 수 있다. 그래서 적어도 하루 한번 경로당에서 식사를 하면 안녕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복지에서의 장점도 있다. 마을 경로당 공동식사 지원으로 돌봄 복지까지 함께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 볼 수 있다.
Q. 마을태양광을 통해 서울이 부러워 하는 농촌마을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시범적으로 마을 2곳에서 ‘마을공동체두레태양광사업’을 추진 중이다. 마을 주민 모두가 태양광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인데 한 마을에서 1㎿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하면 연 순이익이 1억원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순이익으로 경로당 냉난방비, 마을공동식사, 마을공동 미니버스 등을 운영하는 내용이다.
농촌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에 예산만으로 농촌을 꾸려나가는 방식은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농촌만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로 농촌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마을마다 3㎿씩 태양광사업을 하면 그 중 1㎿는 농민들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전기 트랙터, 전기 콤바인 등에 활용해 농민이 직접 전기를 생산해 농사짓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 1㎿는 청년들에게 쿼터를 주고 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투입하고자 한다.
여주양평지역에는 약 580여개의 농촌마을이 있다. 마을마다 3㎿씩 발전하면 총 발전량이 약 1.8GW나 된다. 에너지를 공급받는 거리가 멀수록 전기료가 비싸게끔 차등을 둔다면 에너지발전을 쫓아 기업이 오게 만들 수도 있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농촌마을은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은 기업을 유치해 활성화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한다. 농촌이 식량 생산의 기지와 더불어 에너지 생산 기지의 역할을 맡으면 충분히 ‘서울이 부러워하는 농촌’을 만들 수 있다.
Q. 지금까지 어떤 당이 집권해도 우리나라 농업의 쇠락을 막지 못했다. 농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자. 양곡관리법 개정은 여주지역 농민들이 처음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그래서 국회에서 토론회도 열고 개정안을 만들고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 개정안 통과를 추진했다.
여기에 제가 힐 일이 있다고 본다. 농민들과 민주당을 연결해서 법안까지 만드는 사례가 앞으로도 나와야 한다. 또, 농협중앙회장 연임 문제를 놓고도 민주당이 농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결국 국회 법사위에서 무산시켰다. 앞으로 국회에서 그런 과정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리고 2년 뒤에는 EU가 탄소국경조정세를 도입한다. 대비하지 않으면 농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농민들이 주인이 돼 재생에너지를 발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지 못한다면 결국 이 주제도 기업의 몫이 되고 농민들은 소외될 수 있다. 그래서 선제적으로 농민들에게 ‘우리가 먼저 모델을 만들고 주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역시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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