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6시부터 전국 3565개 투표소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이른 시각부터 주권자 권리행사인 투표를 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9시 기준 선거인 4428만11명 중 96만8438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사전투표율은 2.2%를 기록 중이다.
이날 오전 용산구 한강로동주민센터에서 만난 용산구 주민 최모(72)씨는 “투표 당일에는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미리 왔다”며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일 이른 시간이었지만, 유권자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하나둘씩 사전 투표소를 찾았다. 가족이나 반려견이 함께 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와 투표를 하고 떠나기도 했다. 몇몇 군인도 눈에 띄었다. 투표소 내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며 놀란 반응을 보이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번 총선 투표용지는 51.7㎝로, 역대 ‘최장(最長)’이다. 38개 정당이 253명에 달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를 내면서다.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주민센터에서 만난 김모(66)씨는 “국민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해서 가족과 함께 투표하러 왔다”며 “투표용지가 엄청 길더라”고 했다. 그는 남편, 딸과 함께 투표하고 나오면서 투표소 밖에서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자리를 떴다.
이날 오전 용산구 이촌1동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박모(60)씨는 “안양으로 출근하러 가기 전 미리 투표하러 왔다”며 “투표용지가 길고 칸이 좁아서 눈이 침침한 어르신들은 고생 좀 하시겠다”고 했다.
정작 어르신들은 투표용지 길이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이미 점 찍은 후보가 있는 만큼 투표용지 길이는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모(58)씨는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길다고 하는데 사실 누구를 찍을지 미리 정하고 왔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다”고 했다. 오모(68)씨도 투표용지 길이로 불편하지 않았다며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안 궁금하신가요”라며 웃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사전투표소인 수원시가족여성회관과 매산초에서 만난 유권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여성회관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한 중년 남성은 인근 가게를 손으로 가리키며 “장사를 하다보니 일찍 투표를 했다”며 “용지가 길다고 하는데 밑은 보지 않아 상관 없다”고 말했다. 70대 어르신도 “이미 찍을 사람은 정해 놨는데 길이가 무슨 문제냐”며 “밑으로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전국 사전투표소 약 40곳에서 불법 카메라가 설치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투표소 안팎에서 삼엄해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전투표소 현장 사진 촬영을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자 선관위 관계자가 다급히 나왔다. 그는 “어디서 오셨나”라며 신분 확인 후 돌아갔다. 유권자는 손가락 기호를 표시하거나, 특정 후보자의 선전물을 배경으로 촬영한 투표권 행사 인증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게재해도 된다. 다만 투표소 내 촬영은 불가다. 사전투표소 외부에는 경찰차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정부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투표소에 불법카메라가 몰래 설치됐다는 사실이 적발된 이후 불법촬영 대응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사전투표 하루 앞뒀던 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투표일까지 불법카메라 등 불법행위가 없는지 계속 철저히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같은 날 윤희근 경찰청장도 전국 사전투표소와 본 투표소에 대한 불법카메라 설치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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