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쳤다. 그야말로 인공지능(AI) 광풍이다.
AI를 빼놓고선 경제산업, 기업 성장을 논할 수조차 없다. 세계 경제 패권은 앞으로 AI에 달렸다는 해석이 빈번하다. AI가 국가 경쟁력을 가르고, AI 기술이 없는 나라는 AI 강대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무서운 전망도 나온다.
‘AI 골드러시’에 따라 관련 세계 산업도 천문학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생성형 AI 서비스 시장이 2023년 113억 달러(약 14조9천억 원)에서 연평균 35.6% 성장해 2028년 518억 달러(약 68조1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AI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AI 반도체 시장만 2028년 20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AI 주도권을 먼저 쥔 곳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인플레이션방지법(IRA), G2 중국에 대한 강한 제재 등 강력한 패권으로 전 세계 자금을 빨아들이며 ‘나홀로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다. 안 그래도 강력한 기축통화인 달러를 무기로 세계 투자자금을 흡수해온 미국은 AI 투자에서 단연 앞서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생성형 AI ‘챗GPT’로 대충격을 안겨준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5200억 원)를 투자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AI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에 27억5000만 달러(약 3조7000억 원)를 추가 투자키로 하면서, 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총 40억 달러(약 5조4천억 원)로 늘렸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생성형 AI 스타트업에 대한 세계 투자액은 전년 대비 260% 이상 증가한 291억 달러(약 39조2100억 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MS,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엔비디아,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아마존,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이라 불리는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액이 246억 달러(약 33조1500억 원)로 세계 AI 스타트업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영국 컨설팅 기업 ‘써드 브릿지’에 따르면 구글의 최근 10년 간 AI 누적 투자액은 2천억 달러(약 268조 원)로 추산됐다. 메타는 지난해에만 23억 달러(약 3조 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됐다.
MS와 오픈AI는 생성형 AI 주도권 장악을 위해 1000억 달러(약 134조7500억 원)를 투자해 슈퍼컴퓨터를 포함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앞서 아마존은 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에 1500억 달러(약 202조 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영국에 10억 달러(1조3500억 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또 세계 각국은 AI 헤게모니를 위해 정부 주도의 AI 투자 경쟁도 벌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의회에 제출한 2025회계연도 연방 예산안에서 AI 분야에 200억 달러(약 26조 원)가 넘는 예산을 배정했다.
중국은 지난해 147억5천만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했다. 또 올해 AI를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10% 늘려 68조6000억 위안(약 1경3천조 원)으로 책정하고, AI산업 육성정책인 ‘AI+ 행동’을 발표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해 AI 분야(AI 반도체 포함)에 각각 400억~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프랑스의 범부처 AI위원회는 최근 향후 생성 AI 기술 발달로 연간 경제 성장률이 두 배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5년간 매년 50억 유로(약 7조 원)를 투자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심지어 최근엔 사우디아라비아가 AI 분야에 투자하는 400억 달러(약 53조5800억 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 AI 주도권 경쟁은 그야말로 ‘머니 게임’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AI 투자는 ‘새발의 피’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2013~2022년간 한국의 AI 민간 투자 누적액은 56억 달러로 세계 9위에 머무른 반면, 선두를 달리는 미국의 누적 투자액은 44배인 2489억 달러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은 AI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100만 달러(약 13억4300만 원) 이상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약속하는 등 파격적 제안으로 세계 AI 인재까지 몽땅 빨아들이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AI 주도권을 위한 투자 경쟁이 불꽃을 내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투자도 흔치 않을 뿐 아니라, 정부조차 AI 투자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대표적 국내 생성AI 서비스 기업인 네이버가 지난 5년간 AI 개발에 투자한 금액이 1조 원 수준이었다. 막말로 오픈AI의 챗GPT가 네이버가 개발한 하이퍼클로바X에 비해 한국어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는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국가 주도로 AI를 개발하고 인재를 기르기 위한 컨트롤타워조차 없을 뿐더러, 책정한 예산 수준도 한 해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게 가다간 우리나라는 AI 종속국이 될 것이 자명하고, 세계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국내 AI 시장을 모두 삼켜버릴 것 또한 뻔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범 국가 차원의 AI 기술개발 전략과 산업육성 대책을 마련하고, 산’학’연’관이 힘을 합해 독자적 AI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이른바 ‘소버린(Sovereign) AI’, 즉 ‘AI 주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김승용 산업&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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