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4일 이른바 ‘낙동강 벨트’가 포함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일대를 돌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대통령에게 옳고 바른 말, 쓴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며 “만약 저라면 ‘파 한 뿌리에 875원’ 이런 소리를 하면 저는 공천을 취소했을 것”이라고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이날 서은숙(부산진갑) 후보 지지 유세에서 “쓴소리 하는 사람과 듣기 싫은 사람을 옆에 두는 것을 즐거워하지는 못하더라도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런 사람이 모이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고 좌천시키고 괴롭히고, 과거로 치면 참수를 하면 누가 옆에 남아있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어떤 권력자에게 어떤 사람이 모이느냐는 그 권력자의 마음과 자세에 달려있다”며 “‘875원이 합리적 가격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옳든 아니든 잘못이니 국민에게 사과하고, 물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물가를 낮추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주변에 직언을 해줄 참모가 없다고 비판한 이 대표는 민주당 공천에 대해서는 “제가 다른 사람을 잘 골라 쓰는 편이다. 사실 이번 공천도 잘하지 않았냐”고 자평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서은숙 후보를 제가 당대표가 되자마자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제일 처음 선정했다”며 “제가 지명했지만 저한테도 할 말 다 한다”고 서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부산 수영구에서 열린 유동철 후보 지원 유세에서는 “국민의힘이 드디어 무릎을 꿇고 국민들에게 눈물을 보이면서 읍소하기 시작했다”며 “엎드려 절하는 사과쇼에 넘어가면 안된다. 지금 챙겨야 될 것은 그들이 흘리는 악어의 눈물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의 진정한 고통의 눈물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산이 민주당 약세 지역임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국민의힘에게 많은 기회를 주셨지 않나”, “부산은 압도적으로 언제나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이제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 유동철 후보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의 유 후보 지원 유세 중 장예찬 무소속 후보가 같은 지역에서 맞불 유세를 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잠깐씩 양보하는 것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장 후보는 오히려 목소리를 키웠다. 이에 이 대표는 “민주주의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얘기를 들어주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장 후보가 저렇게 남의 얘기를 안 듣고 일방적으로 계속하는 것은 본인의 권리”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여러분 그냥 귀엽게 봐주시라. 저렇게라도 해야 어디 신문에 한 줄이라도 나니까 그러는 거 아니겠냐”고 비꼬았다. 이어 “장 후보가 지금은 기세 드센 척하며 왔다 갔다 하지만, 결국 권력에 굴복해 선거를 포기할 것이라 예측한다”며 “끝까지 잘 버텨보시기를 기대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울산 남구을 박성진·동구 김태선 후보 지지유세에선 “권력은 누군가의 땅 근처로 고속도로를 지나가게 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땅의 용도를 바꿔서 엄청나게 땅 부자가 되게 할 수도 있다”며 “오늘도 보니까 어디 그린벨트를 누구 유리하게 풀어줬다, 이런 기사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그 권력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제대로만 썼더라면 지역 사회가, 이 나라가 얼마나 발전했겠냐”며 “권력이 특정 소수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압도적 다수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제대로만 쓰이면 우리 삶도 벚꽃처럼 활짝 피지 않겠냐”고 했다.
이는 이른바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과, 국민의힘 김기현(울산 남구을) 후보의 KTX 역세권 부동산 의혹을 꼬집은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박성진 후보가 국회의원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 모, 땅 어쩌고 하는 그분도 더 이상 국회의원 못 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충직하게 일하는 일꾼을 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울산 동구 유세에서는 “여러분이 맡긴 권력과 예산을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제대로 쓴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개인적 이익을 위하고, 고속도로 위치나 바꾸고, 자기들의 범죄를 은폐하고, 호주대사로 임명해서 범인이 도피나 하는 이런 나라가 과연 국민을 위한 나라가 맞느냐? “며 이종섭 전 대사 사건을 겨냥했다. 또 “오늘도 보니까 어디 그린벨트를 누구 유리하게 풀어줬다, 이런 얘기 나오더라”며 이날 언론에 보도된 대통령 영부인 일가 특혜 의혹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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