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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노무사 “쉽게 가입하는 업종별 ‘온라인 노조’로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해야”

투데이신문 조회수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 2022년 말 기준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13.1%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공공부문(70.0%), 300명 이상 사업장(36.9%)과 비교해 100인 미만 사업장(30~99명 1.3%, 30명 미만 0.1%)은 사실상 무노조 상태다. 

특히 한국의 노조는 실질적으로 ‘기업별 노조’다. 즉, 산업별(업종별)이 아닌 각 회사 내에서 교섭이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업, 인원 등 규모가 갖춰지지 않으면 노조 설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박성우 노무사를 비롯한 직장갑질119는 가입 문턱을 낮춰 직장인 누구나 온라인으로 쉽게 노조에 가입하고, 업종별로 결집해 정당한 권리를 찾아 나가는 ‘온라인노조’ 사업을 지난달부터 추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 내 안정적으로 온라인노조를 출범하고 이후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이들은 온라인노조가 활성화되면 사측과 교섭을 할 수 없는 중소·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법·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더 나아가 노조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고 많은 직장인들이 조합원으로서 노동권을 보장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처럼 국내 노동계의 새로운 변화를 맞은 지금, 본보는 변화라는 길에 최전방에 선 직장갑질119 박성우 노무사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노조의 본질,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와 미래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직장갑질119의 창립 멤버로, 현재 운영위원과 온라인노조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박성우 노무사다. 지난해에는 직장갑질119 ‘야근 갑질’ 특위위원장을 역임해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관련 대응을 했다. 본업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센터장이다.

Q. 정확히 ‘온라인 노조’란 무엇이고 어떤 과정으로 활동을 전개하는지 설명해 준다면.

우리가 추진 중인 온라인노조는 현재 50명 정도 활동하고 있는 단체로, ‘기업별’이 아닌 ‘직종별·업종별’로 모여 활동하는 노조다. 사업장 울타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직종·업종 노동자들이 손쉽게 가입하고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입 이후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익명으로 참여해 자유롭게 활동하게 된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노조와 다른 형태다. 

Q. 온라인 노조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당초 직장갑질119는 기존 노조의 조직 방식 등에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모여 누구나 쉽게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는 노조를 만들고 싶어서 만들어진 단체다. 최근까지 노동 상담 등의 활동을 이어왔고,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노조에 대한 논의를 재개했고 지난달 출범을 알렸다. 

100인 미만 사업장 같은 경우, 노조 조직률이 현재 1%가량에 그치고, 30인 미만 사업체는 0.1%, 비정규직은 0.2% 정도로 굉장히 낮다. 우리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기업별 노조 형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쉽게 말하면, 노조에 가입하고 싶어도 단독 혹은 소수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13.1%에 불과하다.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3권을 행사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는 이 같은 조직 구조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보호의 울타리 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노동자까지 모두 다룰 수 없으며, 이는 곧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의 노조를 기획하게 됐다.

Q.온라인노조에 적합한 업종으로 △중소 병·의원 △사회복지시설 △강사·트레이너를 꼽았는데, 선정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먼저 직장갑질119에 제보가 많이 들어온 업종들이다 보니 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원활한 활동을 위해서는 기존 노조하고 협력이 필요한데, 그때 원활하게 진행 가능한 직종을 택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경우,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가 있다. 같이 힘을 더하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강사 및 트레이너 경우에는 프리랜서 등이 많아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면서도 노동권 침해 문제가 심각한 업종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주목하고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Q.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노동조합과 차이점이 있다면.

제일 큰 차이는 기업별 노조가 아닌 업종·직종별 노조라는 것, 중소·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사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병원, 사회복지시설 노동자 등은 이미 노조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중소·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위한 노조는 사실상 없다. 물론 기존 노조들도 중소·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고 싶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을 위한 노조를 만든다고 하니 기존 노조들이 두 팔 벌리고 환영하고 있다. 

Q. 익명으로 활동한다고 했는데, 그로 인해 따라올 우려나 야기될 위험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지.

익명성에 대한 우려는 직장갑질119 오픈 채팅방을 운영해 온 지금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일부 무례하고 격한 참여자들이 있거나, 오히려 사용자 측이 노동자로 인해 손실을 입는 등 익명성으로 인한 여러 사례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그 우려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참가 신청하는 분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당사자의 신분, 직장 등을 직접 듣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즉, 활동할 때만 편하게 대화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익명성을 지니게 되는 셈이다.

추가적으로 활동 수칙도 만들었다. 채팅방 내에서 반인권적이고 혐오 표현을 하지 않으며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존중하고 지지해야 하고, 반복된 질문을 하거나 운영진에게 과도한 요구를 할 경우 노조 활동 및 상담을 중지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직장갑질119 오픈채팅방에 약 1500명 들어와 있는데, 아직 큰 탈 없이 운영되고 있다. 구성원끼리 자생적인 질서를 만들어가고 이를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 

직장갑질119 박성우 온라인노조 추친위원장. ⓒ투데이신문
직장갑질119 박성우 온라인노조 추친위원장. ⓒ투데이신문

Q. 노조로서 사측과의 교섭이나 협상 등도 진행할 계획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다.

다양한 협회, 단체들과 협동해 일명 ‘원포인트 교섭’을 할 예정이다. 이는 한 업종에 가장 중요하고, 다뤄야 할 공통된 의제를 선정한 뒤 단협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혹은 지역 단위로 업종별 노동자를 모아 교섭을 하고자 한다. 이후에는 지역의 노동청, 구청, 상공회의소 등과 노동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교섭을 일궈내고자 한다. 여기에 언론을 활용해 우리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알릴 생각이다. 이외에도 노동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상담, 법률 교육, 토론회, 캠페인 등을 진행해 꾸준히 결실을 맺어갈 계획이다.

Q.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보니 선전전, 기자회견 등 다소 두드러지는 움직임은 없을 것 같은데.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대외적인 활동에 대한 목표는 세워뒀다. 그동안 직장갑질119는 언론을 활용해서 많은 어젠다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킨 바 있다. 이런 경험과 데이터를 활용해 언론에 우리들의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활동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확대할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노조가 보다 구조가 갖춰지고 확립되면 그때부터 선전전, 기자회견을 통해 적극 목소리를 내려한다. 

Q. 일부 노동자들은 노조 가입에 소극적이기도 하고, 일부는 과격한 단체로 보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노조가 이 같은 편견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보나.

우리의 목표 중에 하나다. 일부 노조가 투쟁하는 모습, 파업 등이 과격한 것처럼 비친 적은 있긴 했지만, 사실 노조는 과격한 단체가 아니다. 노조를 기업, 사업장 내에 가둬두는 게 현재 법제도의 현실이다. 기업별 노조 설립 강제주의가 없어졌지만, 아직도 우리 노조법에는 기업별 노조를 전제로 하는 조항이 너무나도 많다. 하다못해 교섭을 하더라도 산업별 교섭이 법적으로 막히는 상황이 대다수다 보니, 모든 교섭은 사업장 내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제도의 문제, 그 속에 매몰되고 있는 노조 문제를 풀어나가고 싶다. 앞으로 누구나 당연히 노조를 가입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싸울 수 있는 자세와 태도를 갖고 있는 긍정적인 ‘쟁취’의 의미가 되도록 달려 나갈 것이다.

근로자의 날인 지난해 5월 1일 제주시청 정문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이 '세계노동절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근로자의 날인 지난해 5월 1일 제주시청 정문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이 ‘세계노동절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Q. 온라인노조 출범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노동자에게 노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하는 사회적 인식을 만드는 계기 중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헌법상 노동권은 자유권, 생명권 등과 같은 반열에 있는 최고의 기본 인권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권리다. 헌법 32조가 노동권(근로의 권리), 33조가 노동3권으로 사실상 노동권은 두 개다. 이 두 개의 노동권을 함께, 조화롭게 보장해야 인간다운 노동 조건을 정할 수 있고, 인간다운 노동을 할 수 있다고 본다. 

OECD 가입국 중 아이슬란드의 노조 가입률은 약 91%다. 이는 곧 법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가입했단 소리다. 이게 상식이 아닐까. 직장인이면 직장이, 그리고 노조라는 울타리가 있다는 게 당연한 세상이 왔으면 한다. 이번 온라인노조가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에 더해 현재 국내에 뿌리내린 노조의 기업별 교섭으로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본다. 이 같은 노조의 형태는 노동시장 양극화의 주범이기 때문에 직종·업종별 노조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포부를 말해준다면.

먼저 사회복지시설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으로 출발하려 한다. 국내 대부분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주체는 사회단체 또는 종교단체다 보니 후원이나 기부, 예배 등을 강요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봉사활동을 빙자해 근로계약 외 업무 지시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당 업종의 대표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와 뜻이 맞는 단체와 교섭해 공론화하려 한다. 더 나아가 보건복지부 등 정부와 만나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싶다. 그리고 나머지 두 업종에 이어 ‘자유 업종’까지 활동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기간 노무사로 일해 오면서 여러 일을 맡고 진행했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온라인노조 활성화에 집중할 생각이다. 온라인노조 정착까지 대략 3년 생각하고 있는데, 그 안에 꼭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은퇴하고 싶다. 더 열심히 발굴하고 나아가겠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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