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일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방송사들이 개표방송에서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일 방송가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당선 확률 예측 시스템과 한눈에 표심을 읽을 수 있는 그래픽, 신기술을 활용한 볼거리 등을 앞세워 보다 수준 높은 선거방송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22년 대선 개표방송에서 출구조사와 실제 득표율 차이를 최대 0.2%p로 적중한 KBS는 예측 시스템인 ‘디시전K’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번에는 하나의 선거구를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하고, 읍면동별 실시간 개표 데이터를 분석해 개표가 마무리되기 전 관심 지역구 주요 후보자들의 당선 확률을 가늠한다.
MBC는 점점 비중이 커지는 사전투표에 대한 분석을 강화했다. 새로 개발한 ABC(Accelerated Basket Counting)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전화 조사로 사전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 5만 명의 표심을 분석해 반영한다.
SBS는 서울대 통계학과 김용대 교수팀이 공동 개발한 당선 확률 분석 시스템 ‘AI 오로라’를 활용한다. 실시간으로 개표 데이터를 분석해 당선 확률을 제시하는 시스템이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활용도 눈길을 끈다.
KBS는 AI로 구현한 주요 후보들의 아바타가 무대 위에서 랩 배틀을 하는 코너를 준비했다. 아바타들은 공약 정책을 개사한 음원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SBS는 한발 더 나아가 AI를 활용한 선거방송 해설을 선보인다.
1대1 딥러닝 과외를 받으며 생성형 AI 챗봇 기술과 AI 가상 음성 기술을 장착한 거대 곰인형 모양 캐릭터 ‘AI 투표로’가 복잡한 선거 데이터 가운데 중요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해설할 예정이다.
민심을 해설해주는 각 방송사의 정치 토크쇼도 준비돼있다.
SBS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한 이철희 전 의원과 새누리당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민현주 전 의원을 패널로 섭외했고, MBC는 유시민 작가와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과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등을 패널로 내세운다.
KBS는 아직 여야 대표 패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정치와 의회, 여성 정치 분야 전문가와 IT 전문가, 외국인 패널까지 출연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개표방송에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볼거리 경쟁도 치열하다.
KBS는 국회 인근의 서울 여의도 한강 공원 상공에 500대의 군집 드론을 띄우고, 국회가 보이는 곳에 설치될 KBS 특설 무대에서는 KBS와 국회를 잇는 입체적인 드론 영상을 배경으로 증강현실(AR) 그래픽도 구현한다.
특유의 재치 있는 그래픽으로 화제를 모았던 SBS는 이번에도 CG를 활용한 아기자기한 실시간 개표정보 그래픽으로 승부를 둔다. SBS 선거방송의 마스코트 ‘투표로’를 활용한 깜찍한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MBC는 ‘MBC의 간판’ 김대호 아나운서를 내세운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 아나운서는 선거방송의 진행자로 나서 웃음기를 걷어낸 진중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상파3사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출구조사 결과도 개표방송의 관심사다.
이번 총선에서 지상파3사는 선거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2천여개 투표소에서 투표자 약 5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는 출구조사 선거 마감 시각인 오후 6시에 방송 3사를 통해 공표된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로 꾸려진 KEP(Korea Election Pool,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의 김철우 위원장은 “방송 3사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국민의 알권리와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검증이라는 공적책무를 위해 70억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4년에 한 번 있는 총선을 위해 방송사들은 수개월 전부터 준비에 매달린다.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개표 방송인 만큼, 시청률 경쟁에서 승기를 들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한 방송사 선거관리기획단 관계자는 “요즘에는 종편 방송사들의 개표 방송 시청률도 꽤 나오기 때문에 파이를 나눠 갖게 된 상황”이라며 “지상파 3사 간 시청률 경쟁에 많이 신경 쓰는 편이고,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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