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3일 거여역 집중유세…南, 2일 ‘우상호·유은혜’ 지원유세
“12년 된 일꾼 바꾸자” vs “민생파탄 尹 정권 심판” 주장 갈려
고령층선 ‘김근식’ 지지세 높아…’물가타격층’은 심판론 우선
서울 송파병은 이번 4·10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가 주목하고 또 기대하고 있는 지역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송파병은 송파구의 한 지역구다. 소위 강남3구 중 하나에 포함되는 지역인 만큼 송파병 역시 보수의 텃밭으로 보는 일반적인 시각이 있다. 그래서 보수진영에서 송파병은 매 선거때마다 바람만 한 번 잘 불어준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지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송파병은 강남3구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진보세 특히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1996년 분구 이후 제19대 국회의원으로 새누리당 소속의 김을동 전 의원이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5번의 의석은 민주당 소속 의원에게 돌아갔다. 이번에도 현역의원인 남인순 후보가 세 번째로 지역구 수성에 나서 탈환이 만만치 않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유세 현장에서는 치열한 경쟁 상황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총선 구도는 남인순 민주당 후보가 지역구 현역 의원으로 김근식 국민의힘 후보를 도전자로 맞이하는 형태다.두 후보는 4년 전인 21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에서 같은 구도로 맞대결을 치른 바 있다.
한 차례 패배의 쓴 맛을 본 김 후보에겐 4년 동안의 과오를 되돌아볼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시간 속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가 3일 오전 11시 거여역에서 실시된 집중유세였다. 김 후보는 총선을 1주일 앞둔 이날 지역구 내 현수막을 전면 교체했는데, 새로 걸린 현수막엔 “12년째 국회의원, 이제 지역 일꾼 바꿉시다”라고 적혀있었다.
이어진 김 후보의 유세에는 절박함이 묻어 났다. 그는 비를 맞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유세차 아래에서 지나는 주민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그 행인이 송파병 주민이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 그만큼 절박하게 그는 모든 행인들이 주민이자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간절하게 인사를 건넸다.
마이크를 잡고 지지를 호소하는 김 후보의 말에서도 간절함은 느껴졌다. 그는 “이 지역의 남인순 의원은 12년째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남 의원이 12년 동안 여러분이 필요할 때 전화 걸면 전화 받아줬나”라며 “12년째 국회의원 하면서 남 의원이 송파를 위해서 할 일이 뭐가 있나. 현대3차 아파트 앞길에 정류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지만 모른채하고 유치 안 했지 않나. 아닌 건 아닌 것이다”라고 소리쳤다.
이어 그는 “이재명과 조국은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을 얘기하고 있다. 그 둘은 심판을 주장할 사람들이 아니라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심판을 하려거든 우리보다 더 부유하고, 이중적이고, 겉과 속이 다른 그리고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저 부도한 민주당을 심판 해달라”고 외쳤다.
끝으로 “정말 민주당을 심판하고 싶은데 아직 결정을 못한 분들, 민주당은 정말 싫은데 지금 정권 때문에 결심을 못하는 분들은, 이재명이 싫고 구속시켜야 하는데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은 저를 보고 저를 선택해달라”며 “이 김근식은 할 말은 하는 사람이다. 저는 우리 당에서 잘하는 건 잘했다, 못하는 건 못했다 이야기하고 대통령에게도 잘하는 건 잘했다,못하는 건 못 했다 이야기한다. 저를 보내주시면 제가 직접 해결하겠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은 김 후보와 다르지 않았다. 거여역 인근에서 만난 거여2동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노모씨는 “김근식 후보는 방송에서 많이 봐서 잘 알고 있는데 말을 시원하게 잘해서 좋다”며 “저런 전투력이 있는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야 이재명이도 잡아넣고 민주당이랑 싸우고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날 김 후보와 악수를 하고 돌아가는 60~80대 사이의 고령층 역시 비슷한 이유로 김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2일 가락본동의 먹자골목에서 집중유세를 펼친 남인순 후보는 관록과 부드러움으로 도전에 맞섰다. 정권심판론을 강력하게 외치는 남 후보는 우상호 의원과 유은혜 전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의 지원을 등에 업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우 의원은 “이번 선거는 심판을 위한 날이다. 2년 동안 살기 좋지 않았다고 느낀 분들은 여기 놓치기 아까운 인재 남인순을 뽑기 위해 5일이든 6일이든 10일이든 투표소로 가 달라”며 “남 후보는 내가 여태 본 정치 후배 중 탑 10위 안에 들어가는 실력 있는 정치인이다. 절대 놓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유 전 부총리는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와 인구변화 그리고 디지털 변화라는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변화들에 맞춰 새로운 정책 대안을 만들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책임져 나갈 것”이라며 “그 중심에는 남인순 후보가 가장 앞장서 일할 것이다. 민주주의와 국격을 다시 세우고 미래 비전을 만들어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거들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남 후보는 “선거를 하다 보면 좋은 얘기도 듣고 또 많이 또 안 좋은 얘기도 듣지만 이번에 선거하면서 들은 얘기 중에 우리 유권자들이 저한테 하신 말은 ‘힘들다’ ‘못 살겠다’ 그 두 가지였다”며 “이처럼 민생이 파탄 나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입법권력까지 주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남 후보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었다. 가락본동 유세현장 인근 먹자골목에서 요식업을 하는 40대 남성 박모씨는 “지금 정권이 너무 제멋대로 하고 있다. 뽑아주고 싶어도 손이 안 간다”며 “식당을 하다보면 여기 바로 앞 가락시장에서 물건을 떼오는데, 재료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이게 누구 탓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대통령이 잘 알지도 못하고 그렇게 말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그를 뽑아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지 않은 부동층 및 투표 미참여층의 향배가 송파병의 최종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지동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남성 권모씨는 “사람들이 송파에 산다고 하면 잘 산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이 동네에만 10년을 살았는데 생활수준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저번 정부에서 집값을 미친 듯이 올려놔서 살기 어렵게 해서 윤석열을 뽑았더니 지금도 별로 나아진 게 없다. 그래서 투표도 안 할 예정”이라고 했다.
가락본동 오피스텔에 거주한다고 밝힌 30대 남성 김모씨는 “직장 때문에 여기로 옮겨온 지 얼마 되진 않아 여기 출마하는 사람이 남인순인 것도 처음 알았고, 김근식이라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도 (기자한테) 처음 들었다”며 “지지하는 당은 없고 지금 얘기하는 후보들이 어떤 혜택을 주는 지를 잘 보고 당일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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