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최대주주가 유진그룹으로 바뀐 뒤 취임한 김백 사장이 과거 YTN 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YTN 내부에선 “‘용산’을 향해 엎드린 것”이라는 강한 비판이 나왔다.
YTN은 3일 오전 11시40분께 김백 신임 사장의 ‘대국민 사과’를 내보냈다. 김 사장은 “YTN은 그동안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YTN을 대표해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에 따르면 이날 김 사장 사과영상은 2일 녹화됐고, 보도가 아닌 광고·캠페인을 트는 주조정실을 통해 송출됐다.
김 사장은 YTN이 지난 선거 과정에서 “일부 편파‧불공정 보도로 국민 여러분을 불편하게 했다”며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특히 언론의 기본 중 기본인 균형추를 상당히 잃어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서는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내용인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 수십 건 보도했다”면서 “결국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수차례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김 사장은 지난 취임식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이른바 “쥴리 보도”를 언급했다.
김 사장은 이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중에는 오세훈 후보의 이른바 ‘생태탕’ 의혹을 24시간 동안 십여 차례 보도하면서 경쟁자였던 박영선 후보의 도쿄 아파트 보유 사실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공정‧불균형 보도가 선거 때만 되면 독버섯처럼 반복됐다”고 했다.
또한 “대통령 선거 사흘 전, 인터넷 매체를 통해 흘러나온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조작 보도를 사실 확인도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해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며 “공정하고 정확해야 할 언론의 펜 끝이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절대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다. YTN은 결국 사과방송까지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YTN이 이런 ‘묻지마식’ 불공정‧편파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새로 출발하는 YTN을 지켜봐달라”고 했다. 김 사장은 “YTN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김백의 사과를 국민 앞에 사과한다”
김 사장의 사과 방송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성명을 내고 “대국민 사과라고 하지만, 실상은 ‘용산’을 향해 엎드린 것”이라며 “YTN 사장이라는 자가 권력을 향해 용서를 구한 오늘은 30년 YTN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라고 비판했다. YTN지부는 이날 사과 방송을 “KBS 박민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과 판박이다.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들이 하는 짓들이 뻔하고 유치하다”며 “앞으로 24시간 ‘땡윤방송’ 만들겠다는 낯뜨거운 충성맹세”라고 규정했다.
YTN지부는 “김건희씨는 과거 겸임 교수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썼다는 YTN 단독 보도 뒤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다며 인정하고 사과했다”라며 “(쥴리 보도) 당시 YTN은 국민의힘 반론도 충실히 기사에 반영했다. 선거 국면에서 세상이 ‘쥴리 의혹’으로 시끄러운데 24시간 뉴스채널은 일언반구도 하지 말아야 했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오세훈 생태탕’ 보도를 두고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 관계자 2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오 후보가 토론회에서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한 발언은 허위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고 검찰이 밝힌 셈”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도쿄 아파트 의혹도 충실히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에 대해선 “류희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묻지마식 제재’에 나섰지만 법원에서 집행정지된 사안이다. MBC, KBS, JTBC 등 6곳 모두 법원에서 집행정지가 인용됐다”며 “대체 무엇을 사과한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언론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발언 하나 하나가 모두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심기를 건드린 보도에 대한 사죄였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위헌적 국가 검열에 절대 복종하겠다는 충성 맹세”라고 주장하며 “YTN 파괴 청부업자로 돌아온 김백은 오늘 권력에 대한 충성 서약 방송으로 스스로 24시간 보도 전문 채널의 대표자로 무자격, 부적격임을 여지없이 증명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YTN 최대주주가 된 유진그룹 주도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채 지난달 29일 선임됐다.
- 방심위, ‘尹 대파’ 국민의힘 민원 보도 나오자 사내에 ‘비밀엄수’ 압박
- SBS, 5년차 ‘주니어 리프레시 휴가’에 만 58세 ‘희망퇴직 선택제’ 신설
- “국힘도 김준혁 막말 비판” 보도에 국힘 로고 썼더니 “MBC 악의적’‘
- “젊은이들이 어지럽힌 나라 노인이 구한다” MBC ‘100분 토론’ 김진 발언 논란
- 제2의 뉴스공장? 언론사 ‘시사유튜브’ 전쟁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