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를 다 함께 지지해달라는 메시지를 낸 게 맞느냔 성토가 쏟아진다.
문 전 대통령은 2일 울산 지역구 후보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중심이 되겠지만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야권 정당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조국혁신당과 새로운미래도 지지해달라는 메시지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은 연일 ‘더불어몰빵론’(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더불어민주연합을 찍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 주도 비례 위성정당이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몰빵론’을 강조한 건 아니었다. 그는 지난 5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만나 “(서로) 연대하고 협력해야 4월 총선에서 윤석열의 강, 검찰 독재의 강을 건널 수 있다”라면서 현 정부에 맞서 협력하자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조 대표가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하는 것) 주장에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던 셈이다.
문제는 조국혁신당이 급부상하며 더불어민주연합보다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이가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는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공동 의뢰로 지난달 30, 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100%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정례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묻자 응답자 25%가 조국혁신당을, 24%가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를, 14%가 더불어민주연합을 꼽았다고 3일 발표했다. 오차범위 밖에서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서는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지지층이 겹친다곤 하지만 총선 후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조국혁신당보단 더불어민주연합으로 보다 많은 표가 몰리는 것이 이 대표에게 유리하다. 이 대표로선 조 대표가 총선 후 공천에서 탈락한 친문재인계 인사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이렇게 정치적으로 복잡미묘한 상황에서 조국혁신당과 새로운미래도 지지해달라고 언급한 것이다.
그의 발언은 즉각 파문을 일으켰다. 이 대표에게 반발하며 민주당을 나가 신당을 만든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문 전 대통령님과 함께 새로운미래가 무지·무능·무도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에게 성토를 쏟고 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에게 문 전 대통령은 ‘뜨거운 감자’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같은 야권 지지자라곤 하지만 공천 파동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 지지층과 이 대표 지지층이 사실상 분리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선 내부분열을 막기 위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삼가던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이 분위기가 문 전 대통령이 범야권 지지를 호소하면서 급변했다.
실제로 이 대표 지지자들의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 “탈당하라” “힘들 땐 안 도와주더니” 등의 문 전 대통령 비판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민주당원으로서 할 말이 아니라는 지적,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오른 까닭에 문 전 대통령의 개입이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주장도 볼 수 있다.
일부 이 대표 지지자는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앉혀 지금 정부를 탄생하게 만든 일등공신이 문 전 대통령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한 이 대표 지지자는 “진짜 국민을 위한다면 저렇게 말할 수가 없다. ‘칠십 평생 지금 정부처럼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고 말했는데 그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 문 전 대통령이다”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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