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보증을 잘못 섰다는 전화를 받고 현금 500만 원을 듣고 충남 당진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75세 아버지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2일 충남 당진시에 사는 A(75) 씨가 딸이 보증을 잘못 섰다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현금 500만 원을 들고 서울로 상경해 거리를 헤맸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 씨는 “보증을 잘못 서서 빚 2000만 원에 이자 700만 원이 붙어 2700만 원이 필요하다”는 딸의 전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전화는 딸의 목소리를 흉내 낸 보이스피싱이었지만 이 사실을 몰랐던 A 씨는 현금 500만 원을 품에 안고 딸이 살고 있는 서울 용산구 후암동까지 달려왔다.
문제는 A 씨가 딸의 정확한 집 주소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A 씨는 서울에 올라오는 길에 딸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A 씨의 휴대전화는 악성 앱에도 감염된 상태라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딸과의 전화 연결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딸이 납치를 당했다고 생각한 A 씨는 거리를 헤매다 결국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근처 지구대에 도움을 청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A 씨는 경찰관에게 “딸을 만나야 하는데 정확한 주소지를 모르겠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겁에 질린 채 횡설수설하는 A 씨의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경찰이 곧장 A 씨의 딸에게 전화를 걸자 A 씨의 딸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A 씨의 딸은 “보증을 서거나 위험에 처한 일이 전혀 없다”며 “우리 아버지가 왜 서울에서 경찰과 함께 있냐”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의 오해는 A 씨의 딸이 지구대에 도착하면서 풀렸다. 당진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아버지를 본 딸은 “내가 그럴 사람이 아닌 거 알잖아”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A 씨는 딸을 직접 만나고 나서야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다.
이후 경찰은 A 씨와 딸에게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악성 앱을 삭제하는 방법 등을 안내했다.
해당 지구대 관계자는 “딸 번호로 전화가 와 울먹이며 ‘아빠’라고 부르면 누구라도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어르신 주변에 누구라도 있어서 그 사람의 전화를 빌려 딸에게 전화해 봤다면 더 빨리 해결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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