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마다 ‘부동산·주거’ 문제는 여야의 승패를 가를 핵심 이슈로 꼽혀왔다. 이번 4·10 총선에서도 여야 모두 ‘주택 공급 확대’를 공약했다. 다만 정당별로 구체적 내용과 대상에는 차이를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역세권 중심 공급과 청년·신혼·출산 가구 대상 공공분양을 전진 배치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급 대상의 범위를 넓혀 무주택자 대상으로 ‘기본주택 100만호’ 조성을 내놨다.
2일 각 정당 총선 공약집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지나는 주요 역세권 주변에 주택을 짓겠다고 밝혔다. 특히 역세권 고밀 개발 과정에서 상향된 용적률 일부를 청년·신혼·출산 가구에 공공분양하는 ‘뉴:홈’ 정책을 공약했다.
민주당은 기본주택 100만호 규모의 주거복합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가 적정임대료를 내고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분양‧임대형 공공주택을 말한다. 수도권에 50만호, 지방특화형 40만호, 어르신 복지주택 1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방특화형의 경우 건강돌봄서비스형, 은퇴자복합타운형, 학교공동체형, 귀농산어촌형 등 지방 특성에 맞게 나눠 공급한다.
임대차법 관련 입장도 차이가 크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입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임차인 보호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오히려 전셋값을 올리고 전세사기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3법 중 전월세 신고제만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기존 임대차법을 유지하되 ‘임차인등록제’를 도입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해 임대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전세사기’ 대책 역시 여야 입장이 갈린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집에 전세사기 대책 부문을 따로 언급할 정도로 무게를 뒀다. 핵심은 ‘선(先)구제 후(後)구상’ 방식으로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우선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을 확대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을 우선 구제한 뒤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선구제 후구상’을 실시할 경우,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세금으로 갚아주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제정된 전세사기특별법을 예정대로 추진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세제 관련, 민주당은 월세 세액공제 확대를 제시해 전세사기 대책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전세사기 증가로 월세가 늘어난 만큼 주거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월세 세액공제 대상 주택을 기준시가 4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완화하고, 소득제한을 완화해 중산층까지 월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지역 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인구감소 지역’ 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주택 수 계산에서 제외해주겠다고 했다. 이 지역에서 주택을 새로 취득하더라도 ‘1주택자’로 간주해 양도소득세 비과세, 보유세, 취·등록세 특례 혜택 적용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다만 거대 정당의 부동산 공약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표가 급한 정치권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 의원 251명(공석 2명 제외)을 대상으로 공약 이행도를 조사한 결과, 재정이 필요한 공약 중 지난해 12월 기준 공약 이행율은 50.5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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