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육대와 서울시립대 등 총장이 공개적으로 직접 의대 신설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언급을 꺼리는 ‘엇박자’가 나고 있다. 최근 의대 증원과 관련한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제해종 삼육대 신임 총장은 최근 취임사에서 삼육보건대와의 통합 계획을 밝히며 의대 신설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제 총장은 “섬육보건대와의 통합이 이뤄지면 삼육대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것”이라며 “의대 설립 역시 의료선교 사명 확대와 삼육 브랜드 제고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삼육대는 충남 내포에 의대 설립도 추진해 왔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계획 이후 충남 내포 관계자들과 의대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전 김일목 삼육대 총장이 직접 의대 신설에 관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삼육대 측은 “의대 신설에 관한 내용은 총장 취임사에서 나온 원론적인 계획”이라며 “TF팀을 꾸리거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차 의대 신설 계획을 묻자 “당분간은 (내포 의대 등을 포함해) 의대 신설 의제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어떤 협의된 사안이 없어 대응하기 빠른 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도 지난해 말부터 여러 차례 언론을 향해 공공의대 설립 의지를 피력해 왔다. 공립의대 신설을 통해 서울시립병원에 근무할 의사 양성을 목표로 지역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게 원 총장의 구상이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필수의료과를 중심으로 전공의를 수련하고, 서울의료원 등 서울시 산하 12개 시립병원을 의대 부속 대학병원으로 정비해 수련병원으로 삼겠다는 등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도 “현재는 논의가 멈춰있는 상태”라며 “지난해 말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고 후 정책과제까지 완료했지만 그 이후로는 진행 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 의대 증원만 해도 이런 상황인데 신설은 아예 말도 꺼낼 수 없는 분위기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삼육대와 서울시립대는 이전부터 의대 신설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해왔다. 2017년 서남대가 폐교 직전에 놓였을 때 서남대 의대 정원 흡수를 위해 삼육대와 서울시립대는 동시에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서남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4곳 중 삼육대와 서울시립대가 최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좁혀지면서 서울 지역 대학에서 의대 신설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다. 그러나 교육부가 “두 학교 모두 인수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인수계획안을 반려하면서 두 대학의 서남대 인수는 물거품이 됐다.
두 대학의 의대 신설에 관해 대학 관계자들은 실현 가능성을 낮고 보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미래캠퍼스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금도 의대를 개설한 대학 수는 충분하기 때문에 새로운 의대를 만드는 것은 좋은 방향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의대를 만들려면 임상 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진행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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