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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 흔들리는 ‘보수 텃밭’ 부산 해운대갑… “무조건 주진우”vs“이번에는 홍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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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민주당은 절대 안 된다. 주진우 후보는 윤 정권에서 일 해봤다. 집권 여당 의원으로서 해운대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거다.” (부산 중동에 거주하는 60대 김모씨)

“홍순헌 후보가 해운대구청장 시절 잘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인식도 좋다. 과거와 달리 세상이 달라졌다. 정당보다 사람을 보고 뽑겠다.” (부산 좌동에 거주하는 50대 최모씨)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그린시티부터 마린시티, 센텀시티 등 일대에서 만난 해운대구 주민들은 4.10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에 대해 팽팽한 의견을 내놓았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맞이한 첫 주말, 주진우(48)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후보는 벚꽃이 만개한 부산 해운대구 대천공원에서 주민에게 인사했다. 주 후보는 나들이를 나온 동네 주민들을 찾아가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같은 날 부산 해운대구 장산역 사거리에서 만난 홍순헌(61)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홍 후보는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주민들과 대화했다. 이후 유세차에 올라 윤석열 정권 심판을 주장함과 동시에 ‘해운대 정치 경험자’ 이미지를 강조하며 공약을 홍보했다.

지난 30일 부산 중동 미포오거리에 걸려있는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와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 현수막. /김수정 기자
지난 30일 부산 중동 미포오거리에 걸려있는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와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 현수막. /김수정 기자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갑은 지난 40년간 보수진영 후보가 일관되게 선택돼 온 대표적인 ‘보수 텃밭’이다. 21대 총선에서 해운대갑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하태경 의원이 유영민 민주당 후보를 득표율 22.1%포인트 차로 제치고 압승했던 곳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에서는 3선 중진인 하 의원이 서울로 지역구를 옮긴 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이자 용산 대통령실 참모 출신인 주 후보가 단수 공천됐다. 민주당에서는 도시 전문가로 해운대구청장을 역임하고 부산대 교수를 지낸 홍 후보를 내보냈다.

해운대갑은 최근 그동안과는 다른 흐름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며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국제신문·부산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3월 21~24일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 후보가 43%, 주 후보가 39%로 나타나며 오차범위(±4.4%포인트) 내 접전 상황을 보였다. 다만 당선 가능성은 홍순헌 후보 33%, 주진우 후보 52%로 주 후보가 19%포인트 격차로 홍 후보를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해운대갑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선다는 이례적인 조사로 민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해운대갑 민심 팽팽… “‘친윤’ 주진우” vs ”’전직 구청장’ 홍순헌”

해운대갑 민심은 역대 총선 때와는 달리 팽팽한 모습이었다. 이날 만난 해운대구 주민들은 홍 후보 지지층이 상당히 두껍다고 전했다. 중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40)씨는 “홍 후보를 찍을 거다. 해운대구청장 때도 공약을 대부분 이행했다”면서 “굉장히 부지런하고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인상이 좋고 인사도 잘 한다”고 했다.

좌동에 30년 넘게 거주한 최모(57)씨는 “홍 후보가 해운대구청장을 퇴임할 때 직원들이 플래카드를 걸어준 첫 구청장이라고 한다. 그만큼 공무원들한테 인정을 많이 받았다. 자기 명예, 권력 중요시해 어깨에 힘주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과거에는 부산·경남(PK)이 보수 강세 지역이라 사람만 꽂으면 될 줄 아는데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인물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홍 후보가 낫다”고 했다.

반면 주 후보를 찍겠다고 말한 주민은 절대적인 국민의힘 지지와 함께 대표적 ‘친윤’ 인사인 주 후보가 지역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중동에 거주하며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민주당이 부산 발전에 도움을 준 것이 무엇이냐. 문재인 정권 때 부동산 가격 폭등 등 경제 여파가 지금까지 남아있다”며 “주 후보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내는 등 경력이 있어 집권 여당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은 마지막에 보수층이 결집할 것으로 보면서도 이번 총선이 역대 해운대구 내 가장 ‘어려운 게임’이라 전했다. 우동에 20년간 거주한 주민 유모(66)씨는 “판세가 어렵다는 것을 체감한다. 나는 골수 보수로 그간 선거를 하면 항상 이길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라며 “해운대에서 민주당이 되는 건 말도 안 된다. ‘젊은 피’ 주 후보가 해운대 곳곳을 동분서주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30일 부산 좌동 대천공원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주진우 캠프 제공
지난 30일 부산 좌동 대천공원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주진우 캠프 제공

◇ 與 텃밭이지만… 잇따른 부산 관련 정책 실패에 실망감도

해운대갑은 보수 지지세가 높지만, 현장에서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도 만만치 않게 거론되는 모습이었다. 민심의 기류가 바뀐 원인으로는 부산 관련 정책이 잇따라 실패한 점이 꼽힌다. 좌동에 거주 중인 자영업자 김모(61)씨는 “지금까지 보수를 지지해 왔는데 이번에는 민주당을 찍을까 고민이 된다”며 “윤석열 정부가 부산 엑스포 유치도 실패하고 국민의힘이 부울경 메가시티도 중단시켰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보수에 너무 실망했다. 민주당이 좋아서 뽑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도권과의 경제·인구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부분도 주민 박탈감을 키우는 요소였다. 우동에 20년 동안 거주한 이수현(34)씨는 “해운대가 예전 같은 활력이 없다. 일자리가 없어 다들 떠나려 한다”며 “수도권에는 교통망, 직장, 병원 등 유치하려고 난리인데 중앙정부는 부산에 신경도 안 쓴다. 수도권 사람 아니면 대한민국 국민 취급을 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양당 모두에게서 실망을 느낀 중도층도 많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비례대표로 조국혁신당이나 개혁신당을 뽑겠다고 거론하기도 했다. 좌동재래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정모(38)씨는 “민주당도 싫고 이번 정권 들어 여당에도 실망을 너무 많이 했다. 자기가 한 행동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며 “비례로는 조국혁신당을 뽑을 거다. ‘3년은 너무 길다’고 민주당보다 속 시원하게 말하지 않나”라고 했다.

지난 30일 부산 좌동 장산역사거리에서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홍순헌 캠프 제공
지난 30일 부산 좌동 장산역사거리에서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홍순헌 캠프 제공

◇ 국회 경력 없는 두 후보… ‘정치 개혁’에는 한목소리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두 후보는 22대 국회 입성 후 청사진으로 ‘정치 개혁’을 꼽았다. 주 후보는 “늦게 정치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데는 해운대 발전과 더불어 정치 개혁이 시대적 화두라고 보았기 때문”이라며 “주민 한분 한분을 직접 만날수록 정치인으로서 사명감이 커진다”고 했다.

홍 후보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겠다”며 “시민들은 줄 서서 기다리는데, 국회의원들은 커피 마시며 의전실에 앉아 있다가 편하고 빠르게 비행기를 탄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특권 깨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두 후보는 해운대구 최대 현안인 교통,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주 후보는 “최대한 빨리,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1호 공약은 반송터널 조기 착공이다. 그간 민자사업으로만 진행하려다 보니 답보상태”라며 “국비 투입을 통해 반송터널을 연결해 부산 외곽도로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겠다”고 했다.

홍 후보는 “해운대 청년 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해운대 53사단은 최종 목표를 이전에 두되 100만 평은 현대화된 군부대시설로 두고, 나머지 100만 평의 유휴부지에는 첨단 연구개발복합단지를 조성해 청년 일자리 3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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