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를) 더 크게 하세요 크게. 저기보다 더 크게.”
29일 오후, 한 중년 여성이 경기 서현동 AK플라자 분당 2층 문 앞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던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분당갑 후보(59)에게 이렇게 외쳤다. 1층에선 이 후보와 맞붙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62) 캠프 측 관계자들이 유세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시민에게 손을 내밀며 ‘하이 파이브’를 했다.
AK플라자 광장 앞에서 만난 서현동 주민 한모(67)씨는 “안철수 후보는 TV에서 많이 봤지만, 이광재 후보는 오늘 처음 본다”며 “하지만 최근 민주당을 뽑겠다는 이야기도 많다. 이 후보 측이 이름을 더 많이 알려야 한다”고 했다.
성남시 분당갑은 여야 대선 잠룡이 맞붙으면서 경기도 내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이곳은 고소득 직장인·전문직이 모여 살아 ‘성남의 강남’이라 불리는 등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다. 분당갑에선 현 지역구로 조정된 2000년 16대 총선 이래 보궐선거를 포함한 총 7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수 계열 정당이 한 번을 제외하고 승리를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판교를 중심으로 젊은 인구가 다수 유입되면서 민심도 달라지고 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김은혜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가 김병관 민주당 후보를 0.72%라는 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앞서 당선되기도 했다.
험지를 탈환하기 위해 민주당이 선택한 인물은 이광재 후보다. ‘원조 친노(친노무현)’인 이 후보는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3선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등을 거쳤다. 강원지역에서만 출마해 온 이 후보는 이번 총선 분당갑에 전략 공천됐다.
이날 오후, 이 후보 측은 AK플라자 시계탑 광장 근처에서 먼저 유세 활동을 하고 있던 안 캠프 측과 마주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방성환 경기도의회 의원 등 관계자들과 악수했다. 방 의원이 “여기서 (유세를) 하시죠”라고 하자, 이 의원은 “아닙니다”라고 재차 말하고 한 층 위로 이동했다.
이 후보가 아직 생소하다는 반응의 시민들도 있었다. 이 후보는 캠프 관계자가 건넨 명함을 받아 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민에게 먼저 다가가 “제가 이광재입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서현동에서 만난 김모(61)씨는 “안 후보만 알았지 이 후보가 선거에 출마했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다”고 했다. 이 후보와 몰려가 단체 사진을 찍은 국제학교 학생 중 하나인 강경민(16)씨는 “안 후보는 위인전에서 봐서 알았고, 이 후보는 몰랐지만 함께 경쟁하는 것을 보니 유명한 사람 같아 우선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그러나 “화이팅”을 외치며 이 후보에게 먼저 다가오는 시민들도 있었다. “나와주셔서 고맙다”며 손을 잡는 시민도 있었다. 일부는 ‘정권 심판’을 위해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에게 악수를 청한 이모(75)씨는 “서현동에서 20년 이상 거주했지만, 본래 부산 출신으로 보수당을 찍어왔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정권에 실망했기 때문에 이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며 “안씨는 이미 많이 했다. 누군가 안씨를 견제하러 나온 것 자체가 고맙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21)씨는 “안철수가 친윤(친윤석열)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며 “일단 윤 정권과 관련된 당 인물에 투표할 생각이 없어서 오늘 본 이 후보에 투표할까 한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현역 안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경기신문 의뢰로 지난 21∼23일 분당갑 유권자 504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48.4%, 안 후보는 40.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7.9%포인트로 오차범위(±4.4%) 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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