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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 규탄 속 ‘민영방송’ YTN 주총, 김백 이사 임명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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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유진그룹이 YTN 주식 30%를 인수한 뒤 열린 첫 주주총회에서 YTN우리사주조합원 등 주주들이 유진이앤티 측이 제안한 김백·김원배 사내이사 선임을 포함한 YTN 이사선임안에 반대 표를 던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29일 유진그룹이 YTN 주식 30%를 인수한 뒤 열린 첫 주주총회에서 YTN우리사주조합원 등 주주들이 유진이앤티 측이 제안한 김백·김원배 사내이사 선임을 포함한 YTN 이사선임안에 반대 표를 던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유진그룹 대주주의 등장으로 민영화된 이후 열린 YTN 첫번째 주주총회에서 유진 측이 지명한 김백·김원배 등 이사진이 선임됐다. YTN 우리사주조합원들과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대거 참석해 ‘김백 사장 내정’ 규탄에 나섰지만 유진 측과 미래에셋을 포함한 주주 과반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됐다.

29일 오전 9시께 서울 상암동 YTN 본사 사옥 로비에선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70여명이 주총 앞 현장에 모여 피켓을 들고 ‘정권 나팔수 거부한다’ ‘무자격 사장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고 릴레이 규탄 발언을 했다. 같은 로비 한 편에선 YTN의 보수성향 2노조인 YTN 방송노조 측 10명가량이 주총 환영 성격의 집회를 열고 ‘우장균 사장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29일 오전 9시께 서울 상암동 YTN 본사 사옥 로비에 모인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들. 이들은 피켓을 들고 ‘정권 나팔수 거부한다’ ‘무자격 사장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고 릴레이 규탄 발언을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29일 오전 9시께 서울 상암동 YTN 본사 사옥 로비에 모인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들. 이들은 피켓을 들고 ‘정권 나팔수 거부한다’ ‘무자격 사장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고 릴레이 규탄 발언을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지난달 14일 유진그룹은 YTN 주식인수 잔금을 치른 당일 김백 YTN 전 상무와 김원배 전 국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하는 주주 제안을 YTN 측에 전달했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YTN 경영진으로서 언론장악과 노조탄압 논란을 낳은 인물들이다. 이와 함께 유진 측은 사외이사로 △김진구 유진그룹 부사장·유진이엔티 대표 △마동훈 고려대 교수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이연주 연세대 창의공학연구원 부원장 등 4명에 대한 선임안도 전달했다.

이날 10시에 주총이 시작되자 YTN 우리사주조합원 50여명이 주총장 좌석 대부분을 메웠다. 유진그룹 측에서는 김진구 부사장(유진이앤티 대표이사)과 이상규 법무담당 상무 등 5명이 참석해 맨 앞줄에 앉았다.

▲10시에 주총이 시작하자 YTN 우리사주조합원 50여명이 주총장 좌석을 메웠다. 사진=김예리 기자
▲10시에 주총이 시작하자 YTN 우리사주조합원 50여명이 주총장 좌석을 메웠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진구 유진이앤티 대표이사(그룹 부사장)는 주주 제안을 설명하면서 “신규 이사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영혁신을 도모하며 이를 통해 주주 전체 이익은 물론, 공정하고 투명한 회사 경영이 달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유진이앤티 측은 이날 이사 보수 한도를 6억에서 10억으로 증액하는 안도 제안했다.

김 대표이사가 제안을 마친 직후 주주들의 반대 의견이 이어졌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먼저 발언에 나섰다. 고 지부장은 “주주로서 김백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 절대로 피해야 할 일”이라며 “YTN 최악의 암흑기에 김백씨가 있었다. 고속으로 국장부터 상무까지 모두 차지하고 권력 비판 보도를 ‘입틀막’해 YTN 신뢰도를 떨어뜨린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백씨는 YTN를 나가서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비과학적이라고 폄훼하는 등 윤석열 정권 비호에 앞장섰다. 보도의 생명은 신뢰도인데, 어떻게 YTN의 사내이사가 될 수 있나”라고 물었다.

▲김진규 유진이앤티 대표이사(그룹 부사장)가 주주 제안 의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진구 유진이앤티 대표이사(그룹 부사장)가 주주 제안 의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 대표이사가 제안을 마친 직후 주주들의 반대 의견이 이어졌다. 고한석언론노조 YTN지부장이 먼저 발언에 나섰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 대표이사가 제안을 마친 직후 주주들의 반대 의견이 이어졌다. 고한석언론노조 YTN지부장이 먼저 발언에 나섰다. 사진=김예리 기자

사주조합원 A씨는 발언에 나서 메인 목을 가다듬으며 “어제 저희 소화광(소통과 화합의 광장, 사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보고 싶지 않았던 ‘민영방송 YTN’이라는 글자를 봤다. 이젠 부정할 수 없고 받아들이려 했다. 그러나 김백이라는 흙탕물을 얹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주 분들이 YTN을 지켜달라”고 했다.

나연수 우리사주조합장은 “YTN을 사랑하는 직원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일할 의욕을 잃고 다시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아까 (경영진이) 올해 흑자 전환하겠다는데, 과연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펀더멘털(근본 기업가치)이 지켜질지 묻고 싶다”고 했다.

▲사주조합원 A씨가 29일 YTN 주주총회에서 김백 전 YTN 상무의 이사선임안에 반대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사주조합원 A씨가 29일 YTN 주주총회에서 김백 전 YTN 상무의 이사선임안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나연수 우리사주조합장이 29일 YTN 주주총회에서 김백 전 YTN 상무의 이사선임안에 반대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나연수 우리사주조합장이 29일 YTN 주주총회에서 김백 전 YTN 상무의 이사선임안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일반 주주라고 밝힌 정아무개씨는 “이사 보수(한도)가 6억에서 10억으로 66.7% 올리는 건데 직원들의 보수는 얼마나 오르는지 궁금하다. 또 작년에 엄청난 적자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이 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유진 측에 설명을 추가 요구했다. 이날 경영진 보고에 따르면 YTN은 지난해 93억원 가량의 영업손실로 8년 만에 적자(당기순손실 42억원)였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사내이사를 왜 늘리느냐’ ‘제안한 측에서 설명을 해달라’ ‘말을 해주기 바란다’고 성토가 이어지자 유진이앤티 측 임원들이 귓말을 나눴다. 김진구 대표이사는 다시 마이크를 잡아 “아까 말씀 드렸듯이 이사가 추가 선임돼서 증액한 것”이라고 했다.

한동오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새로 임명되는 이사진은 YTN 해직사태 책임자들이다. 돌발영상 폐지 때 본부장을 했고 사원 지방발령에 일조했다. 김원배씨는 우리나라가 자체 핵개발을 한다고 큰 오보를 낸 당사자”라며 “나머지 이사들 면면도 명확하다. 사내 이사 중 한명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연세대 동문회장일 때 동문 부회장”이라고 했다. 그는 “(유진그룹이) 돈으로 YTN 주식 30%를 샀지만, 돈 있다고 YTN의 모든 제도를 없애려 한다면 YTN의 가치는 하락하고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5년에 입사한 YTN 기자라고 밝힌 한 주주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노조 단합대회를 다녀와 출근했더니 당시 높으신 분들이 명단을 들이밀며 MT 참여한 사람을 다 체크하라고 했다. 정상적 회사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체크하라 지시한 분들은 전부 퇴직했는데 제일 위에 있던 분(김백)이 돌아온다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그는 “2016년 박근혜 퇴진 집회에서 ‘박근혜 퇴진하라’는 발언이 들어간 방송이 나간 뒤 10분 뒤에 영상국장이 ‘수정하라’고 하더라. 그 지시 뒤에 누가 있는지 추측이 가는데, 그 분이 또 오신단다. 이제는 그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진그룹이 제안한 김백·김원배 등 YTN 이사선임안과 이사 보수 한도 상향 의안이 통과된 뒤 주총 참석 주주들이 결과에 항의하면서 주총장을 퇴장하는 모습. 사진=김예리 기자
▲유진그룹이 제안한 김백·김원배 등 YTN 이사선임안과 이사 보수 한도 상향 의안이 통과된 뒤 주총 참석 주주들이 결과에 항의하면서 주총장을 퇴장하는 모습. 사진=김예리 기자

불참한 우장균 YTN 대표이사를 대리해 의장을 맡은 김용석 총괄상무가 “시간이 지체됐으니 표결을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표결에 들어갔다. 찬성 측에선 유진이앤티 측 2명과 미래에셋생명보험(지분 9.3% 보유) 측 2명이 손을 들었다. 반대를 묻자 40여명이 “반대한다”며 손을 들었다. 유진이앤티 측이 한국인삼공사와 우리은행 측이 위임한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출석한 의결권 과반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됐다. 유진 측이 제안한 이사 보수 한도를 높이는 의안도 통과됐다. 우리사주 조합원과 일부 소액 주주들은 결과에 항의하면서 주총장을 퇴장했다.

언론·노동사회단체들이 모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주총이 끝난 직후 YTN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백씨는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의 상징이다. 김백 퇴진은 물론 유진그룹 퇴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YTN이 창사 이후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지만 지금의 위기는 이전의 위기와는 성격이 다른, YTN이 언론으로 살아남느냐 마느냐의 절대절명의 위기 국면”이라며 “이건 YTN 민영화가 아니라 정경유착에 의한 언론파괴이며 시민 언론 강탈”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동사회단체들이 모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주총이 끝난 직후 YTN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백씨는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의 상징이다. 김백 퇴진은 물론 유진그룹 퇴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노동사회단체들이 모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주총이 끝난 직후 YTN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백씨는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의 상징이다. 김백 퇴진은 물론 유진그룹 퇴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정권이 무자격 자본의 손에 칼을 쥐여줬고, 언론계에서 검증 끝난 파렴치한을 YTN 사장으로 앉힌다. 오늘 주총은 그 통과의례였을 뿐”이라며 “더 참혹한 것은 수십년 언론계 몸담은 선배들이 권력에 영혼을 팔고 주총장 앞에서 잔치를 벌였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잔치판을 벌이던 인사들이 YTN 경영과 보도를 통제하고 양심을 짓밟는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위축되지 말고 같이 헤쳐나가자”고 했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지금 우리가 하는 투쟁은 YTN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길고 긴 싸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투쟁해 승리한 역사가 있다. 버티고 버텨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자”고 말했다.

YTN 이사회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이사회를 연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신임 이사들로 꾸린 이사회가 김백 이사를 YTN 대표이사에, 김원배 전 국장을 전무에 선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곧바로 YTN 조직개편과 인사발령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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