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판매 단위가 한 단인지, 한 뿌리인지 구분 못 하는 사람이 민생을 알까요?”
지난 28일 오후 경기 수원 영통구 매탄공원. 산책하던 김모(67)씨에 총선 지지 후보를 묻자,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의 ‘대파 발언’을 먼저 언급했다. 김씨는 “방송에서 이수정씨를 많이 봐서 누군지는 잘 안다. 똑똑한 줄 알았는데 맹탕인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이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소위 ‘875원 대파’ 발언에 대해 “875원은 한 뿌리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한 봉지에 세 뿌리냐 다섯 뿌리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해 비판받았다.
이 후보는 이날 영통구 아파트 단지 인근 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논란을 의식한 듯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결국 그들의 프레임과 정치 농간에 걸려버렸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미화원 이모(68)씨는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어떻게 야채 가격처럼 사소한 것까지 다 기억하겠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그는 “지난해 칼부림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동네 치안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안전 전문가로 보이는 이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4·10 총선에서 수원정은 반도체 벨트(성남·용인·화성·수원·평택)의 주요 승부처로 꼽힌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접전지다. 이 후보가 대파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지역 민심도 흔들리고 있다.
수원정은 30·40대가 주로 거주하는 광교신도시와 구도심인 매탄·원천 지역이 공존한다. 17대 총선부터 20년을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이 집권해 온 진보 진영 강세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변하고 있다. 2022년 20대 대선과 8회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오후 영통구 아파트 상가를 돌며 주민들을 만났다. 그가 간 한국2차아파트 상가 곳곳에는 낡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인근에 있는 장미빌라 앞엔 ‘재건축 추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김 후보는 이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많은 문제로 ‘재개발·재건축’을 꼽았다. 그는 “광교와 달리 매탄과 영통 쪽은 구도심인 만큼 아파트나 건물들이 지어진 지 오래돼서 재개발·재건축 요구가 많다”며 “지하철 3호선 수원 연장과 같은 교통 문제 해결과 더불어 구도심 지역 발전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수정 후보는 오후 광교중앙역 역사 내에서 주민들과 인사했다. 이 후보는 대표 공약으로 ‘교육자유특구 지정’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수원정 내에서 교육 과정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 반도체 관련 인재를 육성하겠다”며 “평준화 중심의 교육관을 가진 민주당에선 내세울 수 없는 공약이며,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라고 했다.
두 후보의 사무실은 영통구 법원사거리 근처 187m 간격을 두고 자리 잡고 있다. 걸어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다. 두 후보 모두 정치 신인이지만 인지도에서 차이가 난다. 범죄심리학자인 이 후보는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얼굴이 알려졌지만, 역사학자이자 한신대 교수인 김준혁 후보는 주민들에게 생소했다.
매탄사거리에서 만난 김모(85)씨는 “근처 노인정과 공원에 자주 가는데 이 후보를 많이 봤다고 다들 얘기한다”며 “원래 여기서 의원 하던 박광온(민주당)씨는 잘 알지만, 민주당에서 새로 나온 사람은 아직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매탄동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유모(58)씨도 “이 동네에서는 어느 당이 낫다고 대놓고 떠들지 않아서 결국 사람을 보고 뽑는 것 같다”라며 “이수정씨는 몇 번 봤는데 민주당에서는 누가 나오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인지도가 높은 만큼 골목을 다니며 한 분이라도 더 만나서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의 대파 발언에 대해선 “대파가 한 관인지 한 단인지 한 뿌리인지 장을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라면서도 “실수한 부분을 트집잡기보다는 정책적으로 누가 더 지역 현안을 잘 해결할 수 있느냐로 경쟁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두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12일 경기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무선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에서 김 후보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42.2%, 40.2%로,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내였다. 이어 JTBC 의뢰로 메타보이스㈜가 지난 25~26일 경기 수원정 선거구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을 100%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김준혁 후보 44%,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 33%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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