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공공부문 공사비를 산정할 때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다. 원자잿값 인상과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공공 공사비 책정으로 인한 건설사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방에 쌓이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10년 만에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도입한다.
정부는 28일 오후 3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사비 상승, PF 위축, 미분양 누적 등 건설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 공공은 ‘물가 상승’ 반영해 공사비 정한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 공사비에 대해 ‘적정 단가’ 산출과 ‘물가 상승분’ 반영을 추진한다. 현재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직접 공사비 산정기준을 입지, 층수 등 시공 여건 맞게 개선하는 방식이다. 산재 예방을 위해 투입되는 산업 안전 보건 관리비도 15~20% 상향할 예정이다.
최근 급등한 물가 상승분이 공사비에 적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물가 반영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손을 잡은 ‘합동작업반’은 업계와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객관적인 근거 산출을 진행해 추가 개선 사항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민간 부문의 경우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인 부동산원의 사전 검토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반사업 공사비 분쟁에 대해서는 건설분쟁조정위를 통해 조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공사비를 올리는 이유는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공공 공사비로 인해 건설사들이 입찰에 뛰어들지 않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도 있다.
정부는 대형 공사가 미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계보상비 총액 상향을 추진한다. 시공사에 인허가, 착공·준공식 비용 등 불합리한 비용을 떠넘기지 않도록 발주기관에 금지 행위들을 공지한다.
◇ 지방 미분양 줄이기에 총력… 비주택 PF 보증도 신설
지방에 집중된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세제지원을 받는 기업구조조정 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사업 리스크를 줄일 계획이다. 신규 착공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된 CR리츠 부활은 업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사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건설사가 보유한 토지를 3조원 규모로 매입한다. 다음 달 5일부터 토지 매도를 희망하는 기업들로부터 매각 희망 가격을 제출받은 뒤 희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을 활용한다. 매입 상한 가격은 LH 등 공공시행자 공급가격 또는 공시지가의 90%로 정했다.
LH의 PF 부실 우려 사업장 매입은 과거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2조6000억원 규모)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7200억원 규모) 두 차례 이뤄진 바 있다.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건설사를 위해 주택 PF 보증 요건을 완화한다.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택 PF 보증도 신설한다. 비주택 PF 보증은 상반기 안으로 조기 도입한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공급을 신속하게 추진한다. 부천 대장 주택 착공을 기존 내년 1월에서 올해 하반기로 당긴다.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지구도 차질 없이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광명시흥 지구 등은 지방 도시공사 참여를 늘리는 방식으로 착공을 더 앞당길 예정이다.
공사비가 상승하는 만큼 재개발·재건축을 진행할 때 사업시행자가 공공에 제공하는 임대주택 인수 가격도 상향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 도입된 각종 규제에 대한 혁파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국토부는 지난 3월부터 주택·토지·공급 등 3개 분과로 구성된 규제 혁파 TF를 운영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건설경기 부진은 건설산업을 넘어 민생경기, 지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 기능을 방해하는 주택·토지 분야의 그림자 규제를 발굴해 혁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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