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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정의당 나순자 “의대증원 해야하지만, ‘총선용’으로 쓸 일인가”

프레시안 조회수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 확대 프로젝트’가 ‘총선용 기획’이라는 설에, ‘의사 반발로 모든 논란을 잠재운 후 총선 막판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해 극적 타결을 이끌어 낸다는 ‘한동훈 구원투수설’이 현실화되는 것인가.”

지난 24일 한 위원장이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나기 직전 녹색정의당이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회견문의 일부다. 다른 야당과 비교해도 발 빠르게 이뤄진 현안 개입의 중심에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으로 보건의료 문제를 오래 고민해온 나순자 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가 있었다. 그를 만나 장기화된 의대 정원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올바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물었다.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나 후보는 입장은 확고했다. 다만 그는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이나 공공의대 설립, 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 없이 증원만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면 의사들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전략, 전술 없이 증원에 반대하면서 집단적으로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고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정부가 국민 생명이 걸린 문제로 총선 지지율 놀이를 하면 안 된다”,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환자와 다른 병원 노동자들이 피해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질타도 뒤따랐다.

의대 증원 문제의 올바른 해결방안에 대해 나 후보는 △필수의료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공공의대 설립 △기존 지방의료원 활용 등을 통해 전국 70개 중진료권에 의사들이 일할 만한 500병상 이상의 현대적 공공병원 완비 등을 제안했다.

위기에 처한 정의당의 비례 1번으로 낙점된 나 후보에게 정의당 위기의 원인과 극복방안도 물었다. 나 후보는 전국을 돌고 사람을 만나며 “정의당이 현장에서 멀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오랫동안 산별노조 위원장으로 일한 경력을 살려 정의당을 힘든 사람들 곁에 있는 “노동 중심 진보정당”으로 우뚝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 없는 조국혁신당의 정권심판”과 “민주당만의 승리로 끝나는 정권심판”이 아니라 “노동, 녹색, 성평등의 가치가 살아있는 정의로운 정권심판”을 바란다면 정의당을 찍어달라고도 당부했다.

나 후보는 “불평등·양극화 해소에 기여하고 싶다”며 국회에 입성해 하고 싶은 일로는 산별 교섭 및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 도입,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노란봉투법),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꼽았다. 2021년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가 맺은 ‘9.2 노정합의’에 적시된 과제들을 실현해 공공의료 확충,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보건의료 인력 문제 등을 해결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다음은 지난 25일 서울 마포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된 나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나순자 정의당 후보. ⓒ프레시안(이명선)

“의사 늘려야 하지만…공공의대 설립, 공공의료확충 함께가야”

프레시안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다. 먼저 현안인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나순자 : 우리나라 보건의료 인력이 굉장히 부족하다. 2019년 OECD 조사 결과를 보면, 보건의료 인력이 전체 고용 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14.7%다. 한국은 8.5%다. 그만큼 보건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이 분야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 기회도 많다. ‘K-의료’라고 하는데, 지금은 의료의 질을 높이려면 사람을 쥐어짤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 강도도 세다.

그래서 보건의료 인력을 늘려야 한다. 간호사도 최근 15년 사이 입학 정원이 두 배로 확대됐다. 다른 보건의료 인력도 늘었다. 오직 의사만 늘지 않고 있다. 19년 째 3058명이다.

프레시안 :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사 간에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나순자 : 둘 다 문제다.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이나 공공의대 설립, 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 없이 증원만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반면, 의사들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전략, 전술 없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면서 집단적으로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 정치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지난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정갈등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정협의체 구성을 지시했다. 총선을 앞두고 ‘극적 타결 시나리오’를 가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나순자 : 처음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이 발표됐을 때부터 보건의료노조가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의 지지가 90%에 달하는 정책을 자신감 있게 밀어붙인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갖고 총선 지지율 놀이를 하면 안 된다. 지금 상급 종합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중증 환자들, 암이 어떻게 언제 전이될지 모르고 하루빨리 신속하게 수술받아야 할 환자들이 무작정 대기하고 있다. 국민들만 속이 탄다.

정부와 의사만 만나서 ‘밀실 야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서도 안 된다. 보건의료계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동자도 있고, 환자도 있다.

프레시안 : 의사가 아닌 다른 병원 노동자와 환자들의 상황은 어떤가?

나순자 : 병원에서 의사를 중심으로 50~60개 직종이 협력해 일한다. 다른 직종 노동자들은 의사가 부족해 환자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수시로 옆에서 보고 있다. 또, 의사 업무가 간호사나 의료기사에게 떠넘겨진다. 이를 누가 할지를 놓고도 갈등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환자와 병원노동자, 두 집단이 엄청나게 피해를 보고 고통을 받고 있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보건의료노동자도 생긴다. 대학병원 병상 가동률이 8, 90%에서 30%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경영 상황이 어려워졌다. 하루에 10억 원씩 손해 보는 데도 있다더라. 진료 거부가 한 달이 다 돼 가니 이 적자가 누적된다. 노동자들에게 무급으로 휴직 가라는 병원이 나오고 있다.

프레시안 : 그런데도 의정 간 대치가 꽤 오래 이어졌다.

나순자 : 처음부터 이 문제가 오래갈 것이라고 봤다. 전에도 의사들이 몇 차례 집단적으로 진료를 거부한 사례가 있었는데, 늘 오래갔다. 강대강 대치로는 의대 증원 문제를 풀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1, 2년차에 화물연대 탄압하고, 건설노조 탄압했다. 그때 ‘탄압 일변도로 가니 문제가 해결됐다. 결국 무릎 꿇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건설 노동자나 화물 노동자는 오늘 일당이 생계와 연결된다. 오래 버티기 어렵다. 싸움이 길어지면 다음을 기약하고 한 발 후퇴하는 전술을 쓴다.

전공의들은 그렇지 않다. 어차피 전문의가 될 사람들이다. 잘 사는 집 사람들이 의사가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면허 정지를 1년 하면 쉬고 오면 된다. 그게 인생에 큰 문제가 되겠나. 여러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굴복시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대 증원, 사회적 대화 필요…지역·필수의료 확충 방안도 마련해야”

프레시안 : 의대 증원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나순자 :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 정부가 의사들과만 협상하려 하면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에서 논의를 진행해 국민들이 결정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정부, 시민단체, 의사, 전문가들이 각자의 안을 들고, 500명이든 1000명이든 국민참여단에게 자신의 안을 설득하고 숙의 토론 후 결과에 따르자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건강보험노조 다 찬성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도 ‘국민을 포함하는 협의체’를 만들자고 했고, 더불어민주연합에 들어간 의료 전문가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도 ‘의·민·당·정 4자 협의체’를 만들자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5개 지역이 뛰어든 경남 공공의료원 설립 문제를 이 방식으로 큰 갈등 없이 푼 경험이 있다.

국민 90%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기 때문에 늘리자는 결론이 나오긴 할 것이다. 나도 의사를 최대한 많이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면 2000명보다 적은 수를 늘리자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나.

프레시안 : 공론화위에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내용적으로는 어떤 제안을 하고 싶나?

나순자 : 의대 증원이 결국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해 수도권에서도 중증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일을 막자’는 것이다. 지방은 더하다. 연봉 4억 원을 주고, 차를 주고, 아파트를 주고, 근무시간을 줄여줘도 지방의료원에 의사들이 안 온다. 의사를 많이 뽑아도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같은 돈 잘되는 과로 가버리고 수도권으로 올라가 버리면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

우선 공공의대를 설립해 지역 필수의료를 커버할 수 있는 의사를 키워야 한다. 경남, 경북, 전남이 의대를 유치하고 싶어 한다. 서남대가 폐교된 전북과 코로나 환자가 맨 처음 입원한 인천도 그렇다. 코로나 때 큰 역할을 한 국립중앙의료원도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려 하고 있다. 이런 곳에 공공의대를 만들고, 의사들이 많이 안 가는 감염내과, 산업의학과, 재활의학과 같은 곳에서 일할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공공의대를 졸업한 필수의료 의사들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에서도 국립대병원에는 의사들이 간다. 문제는 그런 데 빼고 의사들이 갈 지방의료원이 없다. 시설이나 인프라가 낙후됐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체계 상 전국이 70개 중진료권으로 나뉜다. 각 진료권에 500병상 이상의 현대적 공공병원을 전부 새로 지으면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진료권별로 이미 있는 지방의료원은 증축하고, 없는 곳은 새로 현대식 공공병원을 설립해야 한다.

지금 정부 정책에는 2000명 의사 숫자만 있고, 공공의대 설립,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빠져 있다.

“한국사회에 독자적 진보정당 필요…노동, 중심에 세울 것”

프레시안 : 녹색정의당 문제를 묻겠다. 오늘(2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원내 진출 기준선인 3%를 넘었지만, 전에 비하면 정의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순자 : 21대 총선 때 270만 표, 9.7%를 득표했다. 지난 4년 동안 지지율이 하락했는데, 제가 지난 2월 입당해서 그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다.

그래도 제 생각을 말하자면, 입당하고 노동자들을 만나보니, 노동 현장과 멀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정의당이 의회 정치에 너무 집중한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떤 분은 ‘국회의원 6명인 당이 우리 문제를 다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 옆에만 있어줘도 든든하다. 그런 것을 원한다’고 했다.

우리 내부에서는 진보정당이 차별성 있는 독자적 의제를 갖고 활동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다. 의제가 아닌 실천의 문제도 있다.

프레시안 :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나순자 : 녹색정의당이 이번 비례 순번에서, 저를 1번에 배치하고, 3번, 4번도 노동에 배정했다. 3번 이보라미 후보는 현대삼호중공업 노동자고, 4번 권영국 후보는 ‘거리의 변호사’로 불리며 노동현장에 늘 함께 해온 분이다. 노동 중심 진보정당으로 우뚝 서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입당하고 두 달도 안 됐는데도 노동현장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더라. 노동부대표를 맡고 집회는 다 다녀야겠다고 생각해 주말에도 나가고 정말 열심히 다니고 있다. 내가 모든 노동현장을 다 경험할 수는 없지만, 가서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사안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당 차원에서는 지난주 노동선거대책본부 발대식을 국회에서 했다. 400~500명 정도가 왔고,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다. 공중전도 필요하지만, 14명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면, 녹색정의당이 바뀌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를 느낀다. 그런 분위기가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의로운 정권심판을 바란다면 녹색정의당을 찍어달라”

프레시안 : 녹색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입당했다. 그 결정에 동의했기 때문일 텐데, 한국사회에 독자적 진보정당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순자 : 진보정당이 우리 사회와 양당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민주노동당이 생기면서 무상급식 의제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보편적 복지 정책을 견인했다. 노란봉투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도 진보정당이 먼저 이야기해 어쨌든 국회를 견인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이 민주당이 아닌 곳에서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 3명을 교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독자적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새삼 느꼈다. 민주당 말 한마디에 그렇게 되는데, 진보당이 민주당에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이야기할 수 있겠나. 연동형 비례제도를 후퇴시키는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일 자체가 원칙을 져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미국에 보건의료노조와 교류하는, CNA라는 간호사노조가 있다. 한국의 민주노총만큼이나 투쟁적으로 활동하는 노조인데, 거기에서 일하는 활동가가 한국이 너무너무 부럽다는 거다. 자기들은 공화당, 민주당밖에 없어서, 민주당도 찍고 싶지 않은데 공화당을 찍을 수는 없어서 민주당을 찍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독자적 진보정당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독자적 기초가 있어야 견인도 연대도 가능하다.

프레시안 : 녹색정의당의 독자노선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나순자 : 녹색정의당이 독자적 진보정당의 길을 걷는다기보다 정권심판에서 빗겨가 있다고 보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오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녹색정의당은 다른 어디보다도 윤석열 정권 심판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당이다. 다만, 현재의 심판도 중요하지만 이후 미래를 열기 위해 독자적 진보정당이 있어야 한다.

당 차원에서 노동이 없는 조국혁신당의 정권심판, 민주당만의 승리로 끝나는 정권심판이 아니라 내일을 여는 정의로운 정권심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려 한다. 장시간 노동과 노동탄압에 맞서 노동으로 정권심판, 기후악당에 맞서 녹색으로 정권심판, 성차별에 맞서 성평등으로 정권심판, 이런 것을 이슈화하고 띄우려 한다.

▲ 나순자 정의당 후보. ⓒ프레시안(이명선)

“거대양당, 말로만 민생 이야기하고, 실제로는 돌보지 않는다”

프레시안 : 독자적 진보정당이 필요한 이유의 거울상 같은 질문인데, 거대양당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나순자 : 말로는 민생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민생을 돌보지 않는다. 정치가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 하는 것이 민생이고 갈등 해결이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사과를 못 먹는다. 추석 때 선물 받아서 먹어봤다. 그런데 물가를 잡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나?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가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데, 총선이 다가오기 전에 뭘 했나? 거대양당은 오로지 유불리만 따져서 움직인다.

선거가 없는 일상 시기에는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생각도 든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사회가 크게 진전되는 것이 없다. 촛불혁명에 우리가 얼마나 기대를 많이 했나. 그런데 코로나 방역 말고 뭐가 달라졌나. 코로나 때 해외에서는 정부가 지원금을 많이 줘서 자영업자들도 생활 걱정 없이 살고 그랬다. 그런데 한국은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얼마나 많았나. 물론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 더 심하다, 모두가 보고 있는 것처럼 노동, 언론, 민주주의 모든 면이 퇴행한다. 코로나 때 ‘덕분에’라는 말을 듣던 공공의료, 보건의료노동자들도 토사구팽 당하고 있다.

프레시안 : 양당이 문제라고는 해도 이 또한 현실이다. 소수정당 정치인으로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순자 : 진보적 의제를 견인해야 하고 좌표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다만 녹색정의당은 소수정당이기 때문에 의회정치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현장과 함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대중운동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평등·양극화 해소, 보건의료체계 바로잡기에 주력할 것”

프레시안 :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나순자 :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안 하려 했다. 그런데 진보당이 민주당 위성정당 참여를 결정할 때쯤 보건의료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조직적인 출마 요청이 있었다.

평소 존경하는 선배 원로분과 상의했는데 ‘온다고 해서 이틀을 고민했다’고 했다. 녹색정의당 포함 진보정당의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이 기회에 정의당을 노동 중심 진보정당으로 다시 만들고, 새롭게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녹색정의당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주위에도 녹색정의당의 올바른 변화와 원내 진출을 간절하게 바라는 분이 많았다. 진보당은 민주당 위성정당과 함께하고, 원내 진보정당은 녹색정의당만 남았는데 원내 진출 가능성이 낮아보여서….

그래서 녹색정의당을 노동 중심 진보정당으로 다시 우뚝 세우는 일을 시작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어떤 의정활동을 하고 싶나?

나순자 :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이대로 더 가면 안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세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노란봉투법, 무권리 상태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그리고 산별 교섭과 단체협약 효력 확장 제도다.

보건의료노조 산별 교섭이 잘돼 있을 때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이 다 들어와서 모든 사용자와 한꺼번에 노사교섭을 했다.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전에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를 위해 임금을 5.3% 인상하되 병원별로 1.3~1.8%를 양보해 비정규직 임금 인상에 쓰기로 했다. 조합원들이 굉장히 반대할 줄 알았는데 찬성률이 다른 때보다도 가장 높게 나왔다. 산별노조로서 산별교섭을 할 때 조합원들이 옆에서 같이 일하는 비정규직을 위해서는 자기 몫을 양보하면서 연대할 수 있다. 기업별 노조는 기업별 교섭으로 자기 사업장 조합원만 챙기기 쉽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기 어렵다.

보건의료 측면에서는 2021년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가 맺은 ‘9.2 노정합의’를 완전하게 실현하고 싶다. 거기 보면 공공의료 확충,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보건의료 인력 문제 등과 관련해 우리 보건의료 체계를 제대로 세울 수 있는 방안이 모두 다 들어가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행이 거의 안되고 있다.

프레시안 : 국회에 입성한다면, 4년 뒤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나순자 : 위기의 진보정치를 넘어 2세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새롭게 시작한 정치인,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역할을 한 정치인, 그리고 왜곡된 보건의료체계를 바로잡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 30년 동안 노조 활동을 하면서 한 손에는 산별노조, 한 손에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양날개를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녹색정의당을 노동 중심 진보정당으로 우뚝 세웠다, 그 중심에 서서 의미있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또, 시대적 과제인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왜곡된 보건의료 체계를 바로잡고 200만 보건의료돌봄노동자, 2500만 모든 노동자를 위해 전략과제 몇 가지는 꼭 해낸 정치인이 되고 싶다.

※ 기사에 인용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1일~2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4.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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