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의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가, 교수 시절 자신이 재직하던 대학의 이사장 조카인 대학원생이 출석 미달로 F학점을 받아야 할 처지에서 이를 구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육아정책연구소장, 현 정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을 지낸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로, 당시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학점 특혜’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대학 입시 등 사회 제반 영역에서의 ‘기회 균등’을 강령으로 내걸었다.
지난 2019년 3월 <셜록>과 <베이비뉴스>는 공동기획 기사를 통해 백 후보가 과거 서울신학대 사회복지대학원장으로 지내던 당시 학칙을 위반하면서 대학 이사장의 조카에게 ‘학점 특혜’를 줬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정유라 잊었나.. 학사비리 교수가 국책연구소장에”)
보도에 따르면, 백 후보가 서울신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지난 2015 당시 이사장의 조카 A씨가 동 대학원에 입학했다. A씨는 프로 골프선수로 대학원 수업에서 출석 일수를 상당수 채우지 못했다. 당시 서울신대 대학원 학칙시행세칙 제23조 제6항에는 ‘수강 신청한 과목은 4분의 3 이상 출석하여 수강하지 않으면 출석 실격이 되어 ‘F’ 처리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백 후보를 포함한 몇몇 교수들은 A씨가 출석 기준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F 처리하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A씨에게 장학금이 지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같은 사실이 학내는 물론 교육부에까지 알려지며 사태가 커지자, 대학은 부랴부랴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대학에서 교육부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서울신대는 “조사 결과 박○○, 백선희, 한○○ 교수의 출결 처리가 ‘대학원학칙시행세칙 제23조 제6항 위반되어 신분상의 조치(경고)를 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료 교원이었던 B씨는 27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A씨는 일종의 ‘유령 학생’이었다. 대학원은 학생이 몇 명 안 되기 때문에 출결 문제가 금방 드러난다. 개강했는데도 (A씨가) 안 나타나니까 학생회 임원이 파악해서 알려진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B씨는 동료 교수들의 ‘학점 봐주기’에 대해 “그 전에도 없었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지금이라면 징계감이겠지만 당시는 이사장, 총장, 시니어 교수가 한 커넥션 속에서 움직이다 보니 중한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학사 특혜’는 과거 최서원(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재학 과정에서도 드러난 것과 유사하다. 정 씨는 2016년 1학기와 여름 계절학기 동안 수업을 출석하지 않거나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정상적으로 학점을 받아 논란이 됐다. 이 사건에 연루된 이인성 전 이대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교무처장의 학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결국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비근한 일이 벌어진 서울신대에서는 백 후보를 비롯한 일부 교수들은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았고 학교 차원의 조사를 통한 구두 경고를 받는 데 그쳤다. 그리고 A씨는 한참 후에야 제적 처리됐다.
백 후보는 A씨를 F학점 위기에서 구제해준 것은 인정하면서도 ‘특혜’는 아니며 자신은 A씨가 이사장 조카라는 것도 해당 시점에서는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안>은 백 후보의 해명을 직접 듣기 위해 27~28일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다만 2019년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백 후보는 “학생이 이미 F를 받은 상태여서 저까지 F를 주면 학사경고를 받는 상태였다”면서 “‘앞으로 수업에 잘 참여하겠냐’고 물으니 ‘그러겠다’고 해서 ‘그럼 과제를 내라’고 기회를 줬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6년에 학점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A씨가 이사장 조카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이후 육아정책연구소장으로 재임할 무렵 입장문을 내고 거듭 “특혜가 아니라 지도”라고 밝혔다. 그는 “A 학생이 이사장 조카란 것을 모르는 가운데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조건을 부여하고 성적을 줬다”며 “특정인에 대한 학점 특혜가 아니”라고 했다.
백 후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13번에 배정됐다. 조국혁신당은 ‘기회 균등 사회를 위한 행동’ 강령을 내걸고 있어, 백 후보가 과거 사회 지도층인 대학 이사장 일가에게 ‘학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이같은 강령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등을 근거로 비례대표 명부에서 10번까지는 당선 안정권, 15번까지를 당선 가능권으로 보고 있다. 13번을 받은 백 후보 또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B씨는 백 후보의 출마에 대해 “기왕에 출마했으니 당선돼서 정치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론 조국혁신당이 내건 강령(기회 균등)과 배치될 수도 있는 문제를 안고 있는 후보인데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론 유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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