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참사 10주기 다큐 방영을 무산시킨 KBS 사측이 불방 사태에 대한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거부하며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를 거론해 비판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그간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인사이트 불방의 건’ 관련해 노사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 개최를 거듭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공방위는 노사가 취재·제작 자율성 관련 사안 등을 논의하는 위원회로 다수 방송사나 신문사에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KBS본부는 “3월 공방위에서 세월호 안건을 다룰 수 없다며 댄 사유도 기가 찬다”면서 “사측 문서를 보면 ‘정규방송의 기본계획, 세부지침 수립, 세부실시 내용과 방송시기에 관한 사항은 헌법 21조, 방송법과 위임규정에 따라 제작 책임자가 결정할 사항으로 공정방송위원회 안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라고 안건 거부 사유를 기술해 놨다”고 했다.
이를 두고 “참사 이후 생존자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들고 있던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를 총선 영향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제작을 중단시킨 이제원(제작본부장) 당신이 헌법 21조를 입에 올릴 자격이나 있는가”라며 “방송법에서 담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고 국민의 화합에 이바지하라는 방송의 공적책임 조항이나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 신장해야 한다는 조항은 안 보이냐는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 본부장에게 사퇴를, 박민 사장에게 이 본부장 해임을 요구하며 “모든 기록을 바탕으로 낙하산 박 사장을 비롯해 공영방송을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는 파렴치한 간부들에게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10주기 다큐 제작 및 방영을 예정대로 하라는 시청자청원에 KBS가 밝힌 답변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23일 “불방 결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면 자격 없는 박민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 자리를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는 시청자 청원이 1061명 동의를 얻자, 사측은 지난 22일 “해당 프로그램은 세월호 사건 10주기 방송이 아닌 대형참사 생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의 극복 과정을 조명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억된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KBS는 이 답변에서 1월 부임한 책임자(이 본부장)가 해당 프로그램이 기획 취지와 달리 세월호 생존자 위주로 제작된 걸 확인, 추가 취재 등 제작 준비기간을 고려해 방송을 연기했다고 했다.
그러나 세월호 10주기 다큐를 제작해온 이인건 PD는 해당 다큐가 이미 지난해 전임 본부장 때 승인됐고, 세월호 10주기 주간인 4월18일 방영 예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큐 가제인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는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유가영씨가 쓴 저서의 제목이다. 이 PD는 총선 8일 뒤 예정된 방송을 두고 이 본부장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방영 연기를 지시했다고도 했다.
KBS본부는 이를 두고 “명백한 허위 답변을 회사 공식 입장이라고 내놓는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 이제원씨는 본인 입으로 총선 영향 운운하며 해당 다큐의 제작을 막았던 일을 잊었는가”라며 “거짓 답변 게시는 시청자가 주인인 공영방송이 시청자에게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했다.
KBS 사측은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래 “불방이 아니고 연기”이고, “제작중단이 아니고 확대 제작”이며 “세월호 10주기 방송이 아니라 대형재난사고 생존자 PTSD 극복기”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 본부장은 사내 입장문에서 “전임 본부장이 가승인한 방송 아이템은 ‘천안함 생존자 PTSD 극복기’도 방송하는 것을 전제로 한 ‘세월호 생존자 PTSD 극복기’ 방송이지 ‘세월호 10주기 방송’이 아니다”라며 “신임 본부장은 방송법상 공정성의 준거인 형평성·균형성의 원칙에 따라 정규방송 ‘다큐인사이트’의 구체적 내용은 다른 대형참사인 천안함 피격 사건, 씨랜드화재 사건, 대구지하철참사 사건 등의 생존자 PTSD 극복기를 함께 다루는 것으로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 본부장은 본지에 “(다큐를) 6~8월로 연기하는 건 본부노조 공추위(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인 담당 PD를 제외하고 팀장, 부장, 국장이 모두 이해 동의한 사안”이라고 했으나, 담당 팀장은 이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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