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정(汀)
제주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하천은 한라산 남북면(서귀포와 제주시 지역)으로 모여서 분포해있고, 넓고 길게 뻗어나가는 동서쪽(애월과 구좌 지역)은 용암동굴이 모여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하천과 동굴지대는 거의 겹치지 않고 나타난다. 같은 섬 안에 매우 다양한 지질형식이 나타난다. 하천 지역과 동굴 지대는 화산활동 방식도 달랐고 암석 내용도 다르다.
제주 남쪽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살고있는 나는 제주 동쪽 구좌읍 월정마을에 가서 그 낯선 풍경에 매우 놀란 적이 있다. 바닷가 암석도 달랐고, 주상절리가 발달한 제주 남쪽 서귀포와 달리 빵처럼 부풀어 올라 쪼개진 까만 용암언덕이 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었다. 동쪽 구좌 지역은 밝은 모래밭에 크지 않은 작물, 당근이나 쪽파 등이 새까만 현무암 밭담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빌레 위에 모래를 사다 부어 밭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와 달리 서귀포 일대 해안 올레는 거의 주상절리 절벽 가장자리를 걷는 일과 같았고, 곳곳에서 건천을 포함한 하천과 만날 수 있었다.
동쪽마을 월정리는 용암동굴이 많았고, 월정리를 주소로 둔 동굴만 해도 여럿이다. 최근 낙석 등이 발생해 폐쇄된 만장굴이나 세계자연유산이 되는데 결정적 장소였던 용천동굴, 당처물 동굴이 모두 월정리에 있다. 일주동로 용천동굴 사거리는 그 아래를 지나는 동굴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 속도를 줄여야 한다. 이 동네 오래된 지명엔 ‘궤’가 많다. ‘궤’는 작은 동굴 혹은 동굴 입구를 뜻하는 말이다. 집을 지었는데 지반이 무너질 듯 기울어져서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집도 큰 길가에서 계속 기울고 있다. 동네 밭담 길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는데, 군데군데 구멍이 있다. 비가 오면 길에 물이 넘쳐서 시멘크 길에 물 빠지라고 구멍을 냈다고 한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불투수층 시멘트 노면이 빗물을 지하로 내려보내지 못하는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길에 구멍 뚫으면 물빠짐 좋은 길이 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대체 이 지역 땅이 어떠하길래 물이 이렇게 쉽게 빠져나가는 것일까? 이러헤 땅 속으로 들어간 물은 어디로 이동하는걸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동쪽마을 ‘월정’리는 한자어로 ‘月汀’ 이라고 쓴다. 월정리의 옛 이름은 ‘무주’, ‘무주리’, ‘무주애’ 라고 한다. 이 이름의 연원이나 뜻에 대해 정확히 전해지는 바는 없지만, 한자어로 ‘無注’ 라고 쓰인 고지도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건, 물을 부어도 부어도 나타나지 않는(차지 않는) 마을’ 이었던 것은 아닐지. 마치 길에 뚫은 구멍으로 빗물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처럼. 사실 일대는 숨골이 많고, 용아언덕에 별안간 나타나는 습지 같은 지표수와 지하수가 풍부해서 마을 이름에도 ‘물’을 뜻하는 ‘정’이 붙었다.
내가 사는 제주 남쪽 하천지역 ‘강정’은 한자어로 ‘江汀’이라고 쓴다. 월정과 같은 ‘정’을 사용한다. 월정과는 다른 형태로 제주에서 물이 매우 많고 물 생태계도 중요한 지역이다. 그 중 본류에 속하는 하천이 한라산 영실에서부터 내려와 마을을 거쳐 바다로 나간다. 강정천이다. 제주 하천 대부분은 평소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을 이루다가 비가 내리면 한라산에서부터 모여 가파르게 내려오는 물을 바다로 내보내는 통로가 된다. 한라산 고지대에 발생한 우수를 빠르게 바다로 흘려보내는 것이 바로 건천의 역할이고, 서귀포와 강정 일대 주요 하천 통로가 강정천이다.
그런데 하천 바닥에서 지하수가 용출되는 강정천과 외도천 등 10여개 하천은 평상시에도 물이 흐른다. 강정천도 하류 맨 끝에서 1km정도 위에 규모가 엄청나게 큰 용천샘이 있다. 그 지점부터 상시하천이다. 하천 바닥에서 용출하는 용천수가 많아서 일대는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이고, 어승생악 수원지 다음으로 넓은 면적을 가진 상수도보호구역이다. 서귀포 지역이 사용하는 상수도 정수장이 있다. 한 시간에 800-1000톤의 물을 취수한다. 취수장을 일제히 비워도 4시간이면 8,000톤의 물이 가득 찰 만큼 용출하는 용천수량이 많다. 한 마디로 강정은 지하 물 위에 떠있는 셈이다.
물 ‘굽’
2007년에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유치되었다. 이때 해군기지 진입도로도 함께 계획되었다. 진입도로는 제주도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와 해군기지를 연결하는 도로로 2km 조금 넘는 길이었다. 그러나 계획이 발표된 후 문화재 현상변경 등 설계 단계부터 강정마을과 시민들의 반대를 받았다. 당초 초안 설계는 해군기지에서 일직선으로 강정천을 가로질러 일주도로와 연결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당도로 교량 위치가 강정천 일대 천연기념물 녹나무 자생지를 통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노선승인이 부결되자, 해군기지사업단은 수차례에 걸쳐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재심의를 압박하고 강정천 가로지르는 길의 위치를 변경해서 문화재 현상변경을 성사시킨다. 그런데 여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미 해군기지는 완공되어있었다. 너무 오래 착공을 못해 공사를 반납할 처지에 이르자 2016년에 해군기지건설사업단은 제주도에 시행을 이관한다. 제주도는 절대보전지역을 스스로 허물면서까지 예비비로 공사비를 편성해 공사를 떠안아 발주한다. 당시 도지사는 원희룡이었다.
강정천 하천 벽을 이루는 주상절리에다 교량을 걸기 위해 하천 바닥에 160개 대형 시추공을 20여 미터 가까이 때려박았다. 강정천은 하천 바닥 얕은 깊이에 대수층이 있는데도, 하천벽을 이루는 암석은 이미 절리가 난 상태라 인하천벽 등이 부서질 수 있는데도 그런 작업이 이뤄졌다. 정말로 주상절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주상절리 암벽 위는 사람이 사는 마을이고 차가 다니는 길이었다. 시추공을 박고나서 얼마가지 않아 강정천 용천수에서 철박테리아 기름띠가 올라왔다. 지하 대수층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산탄총에 맞은 원앙 사체가 계속 나타났다. 원앙의 세계적 규모의 서식지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엔 없다고 나왔던 것이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강정천 정수장 상수도에서 유충이 나왔다. 공사와 관련 있었다. 그러나 대책은 정수장 필터 현대화였다. 거기에 400억이 쓰였다. 여러 가지 사건들에 두려움을 느낀 주민들이 생명권과 환경권을 근거로 공사중지가처분소송을 냈다. 그러나 기각되었다.
물이 나는 곳이라 사람도 오래전부터 여기 모여 살았다. 땅만 파면 탐라의 역사 문화 유적이 쏟아져나오던 전설의 ‘대궐터’로 역사적으로 몽골지배기와 탐라사의 귀중한 자료가 상당하게 매장된 것으로 2014년 보고되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원앙 서식지이자 은어 서식지이고 셀 수 없이 많은 동식물들의 오래된 삶터였다. 강정천 물줄기 깊은 계곡에 녹나무 자생숲이 있다. 이 숲은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이었다. 그랬던 강정천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어느날 강정천을 함께 모니터링 하던 지질학자 동료가 “기어이 굽을 보게하네” 라며 탄식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제주어로 ‘굽’은 골짜기 깊은 곳, 바닥, 세상의 끝 이라는 의미가 있다. 한 마디로 “기어이 굽을 보게 하는구나”라는 말은 “기어이 끝장을 보네” 혹은 “기어이 바닥을 치네” 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거세게 흘러 모든것을 끌어안고 가파르게 바다로 나가버리는 제주의 하천, 그러나 그 깊은 보이지 않는 재난의 최전선, 세상의 밑바닥이기도 했다.
물 洞
월정리는 지상에 설치중인 전신주가 땅 속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마을이다. 땅 아래 동공, 동굴 떄문이었다. 유케스코 세계자연유산 용천동굴이 그렇게 발견되었다. 동굴을 암시하는 월정리의 흔한 광경 중에 하나가 부풀어 오른듯 금이 간 까만 화산언덕이다. 일명 ‘투물러스’ 라고 하눈데, 내부 용암이 기존의 용암지대 아래로 흘러나가면서 뜨거워진 열로 외부 용암 상부가 들어올려진 것이다. 투물러스 구조가 발달한 지역은 용암동굴이 발달해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러한 투물러스 해안선에 해안도로가 났다. 가까이서 바다를 보려는 욕망이 동굴이 진행하는 해안에 길을 놓고만 것이다. 제주 동쪽에 많은 이 까만 용암언덕 해안가 도로변엔 검정색 차광막을 두른 시설들이 줄지어 있는 것도 보게된다. 넙치 양식장이다. 이 양식장에서 배출수가 콸콸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그런데 이 양식장이 사용하는 물은 해수가 아니다. 다름아닌 동쪽마을 기저의 지하수다. 바다생물 넙치를 키우는데 지하수를 사용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지 않는다. 일대는 대수층이 해수면 가까이에 있고 개발 사업과 과도한 물 사용으로 지하수위가 낮아지면서 해수가 밀려들어온 것이다. 염지하수라고 부른다. 이미 해안선에서 위로 8km가 넘는 지대가 염지하수라는 보고도 있다.
월정리가 최근엔 해녀들의 투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제주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마을에 드는 월정리에 들어선 하수종말처리장이 증설에 이어 다시 재증설 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문에 봉착한 것이다. 무엇보다 해당 하수처리장이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 동굴과 가깝게 들어서면서 문화재 현상변경을 해당지역 용천동굴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당처물 동굴로 받았다는 점이 밝혀졌고 용천동굴의 안정성이 우려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리고 그 하수처리시설이 과도하게 많은 배출수를 내보내 연안 상황이 나빠졌고, 해녀들은 생계를 위협받게 되었다. 그러나 해녀들은 단지 ‘지금 여기’만의 문제로 하수처리장 증설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속에선 취약한 한 종의 동물로 자기 목숨을 걸고 채집활동을 하는 해녀들은 바다의 변화를 목도하는 증인들이었다. 그들에게 바다의 가파른 변화는 앞으로 올 존재들까지 포함한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였다.
70~80세 여성들이 컨테이너에서 한뎃잠을 자며 24시간 공사장 입구를 지켰다. 공권력의 냉대와 같은 마을 남성공동체의 멸시 속에서도 몇 년간 불침번을 서고 관청에 와서 읍소했다. 바다를 지켜달라고. 이를 알게된 시민들의 합세로 운동이 커졌다. 그러자 위기감을 느낀 공권력이 마을회와 함께 해녀들을 구속하는 협약을 맺는다. 마을 공동체의 이름을 내세워 행해진 약속은 공사를 불가피한 전제로 두고 마을 구성원간 반목이 일어나지 않게 모두가 노력해야하며 이를 위해 관도 마을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을회장과 오영훈 도지사가 어깨동무를 하며 웃는 동안 해녀회장은 협약 내내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해안사구 지역 용천동굴 지대에 하수종말처리시설 증설 공사가 시작되었다.
행정명 단위인 ‘동(洞)’은 물(水)곁에 동(同)이 붙는다. 글자 모습으로 보면 ‘같은 물을 먹는 일정한 구획의 사람들’이라는 뜻이 된다. 물 주변으로 사람이 모였고 취락지를 형성했다. 물의 크기와 위치 따라 마을의 모습도 달라졌다. 그 삶의 조건에서 별도의 약속과 습관이 생겼다. 이것을 공동체(共同體)라 한다. 공동체는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 집단, 예를 들어 숲속의 나무, 크고 작은 식물, 동물, 토양, 곰팡이, 세균 등은 한 생명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를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확인하건, 그것은 한 ‘어떤’ 집단이며, 삶을 공유하면서 공존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 공동체성이 구성원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도구가 되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형식으로는 공동체라고 해도 그 내부 구조가 불평등한 위계를 가진 경우, 공동체성은 높은 계급에게만 이로운 조건이었다.
물 地
제주도는 지질학적으로 지표수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수자원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제주의 지하수는 그 자체로 식수이며 거주 동생물의 생존과 생활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그러나 현 상태로라면 소위 지속가능한 수자원으로서의 안정감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최근 난개발로 인한 불투수층 증가, 강우 패턴의 변화 등 영향으로 지하수위가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지하수 이용 인구가 증가하고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는 물질이나 행위도 다양해짐에 따라 지하수의 안전한 이용도 위협받고 있다. 지하수는 일단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제거도 어렵고 지하수를 이용하는 주민이나 생태계에 중대하고 지속적인 위험을 야기한다. 문제를 인지하고도 특정 행위가 어느 단계에 어떤 방식으로 지하수 고갈이나 오염을 초래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어떤 행위나 물질의 유입이 어느 정도의 지하수 오염을 야기하고 그것이 동생물의 건강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입증이 불가능하다. 이런 입증의 어려움을 이용해 동굴과 숨골 지대 위에 공항 건설이 논의되고, 지하수 대수층을 뚫고 교각을 세운다.
현재 제주도의 지하수는 지하수법, 제주특별법 및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 관리 조례를 중심으로 규율되고 있는데, 이러한 법령들이 지하수의 개발 및 이용허가제도,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의 지정 및 관리제도와 같은 지하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수의 규정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규제수단들이 지하수의 고갈 및 오염의 위험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현행처럼 행정기관이 자연자원의 개발이나 관리를 위해 특정한 행위를 할 때 사후적 입증의 형태로 엄연히 존재하는 위험을 극복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때문에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상황에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규제나 행위가 발동되어야 한다. 특히나 대형 공사나 굴착 등으로 지하수 함양 환경이나 하천 등의 형태를 훼손할 우려가 있을때조차 제주의 각종 난개발 지역의 예에서 보듯 구체적 차별성 없는 단순 면적으로만 판단되기도 한다. 때문에 식수 오염의 가능성이 있는 공사를 진행하고자 할 때는 그 공사로 인하여 식수 오염의 위험이 전혀 없음을 공사 시행자 스스로 소명하지 못하는 한 그 공사를 할 수 없고, 중지요청을 거부할 수 없고, 모든 입증의 책임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상황은 요원하다.
제주수돗물정책포럼의 일환으로 제주도 관계자, 여러 정책 네트워크 구성들과 함께 서귀포 강정 상수도사업본부(강정 정수장)를 방문한 적 있다. 해군기지진입도로 공사 중에 깔다구 유충이 나온 그 정수장이다. 유충 사태 이후 보강된 취수시설 비롯해 여과사(정밀여과시설) 등을 둘러보았다. 한 시간에 800-1000톤의 물을 취수하고, 취수장을 일제히 비워도 4시간이면 8,000톤의 물이 가득 찰 만큼 용출하는 용천수량이 많다고 한다. 강정은, 강정천은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유충 발생 이후 그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건 정수 시설을 현대화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400억이 사용될 예정이라고 했다. 400억.
월정리에 가보았다. 월정리는 결국 하수종말처리장 증설 공사가 한창이다. 하수처리장 밖에 산더미같은 모래가 쌓여있었고, 땅을 깊게 판 공사장 바닥에 계속 물이 흘러들고 있었다. 그 물을 양수기로 지상부에 올리고 있었다. 이 물은 어디서 나는 것일까? 걱정이 들었다. 공사가 무효에 해당할 만큼 절차적 문제가 많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예고된 위헙에도 공사를 중지시킬 방법이 현실적으론 없다. 공사중지가처분 소송을 해도 판결이 나기까지는 공사가 진행된다. 그리고 그사이 공사 공정률이 올라가면 공사를 중지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주지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하기 일쑤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월정의 해녀들은 공동체의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혐의까지 뒤집어 썼다.
강정천과 월정리에서 나타나는 공공의 구조적 무능과 유체이탈의 무책임들이 만든 재난 문제는 ‘어디에도 없는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은 ‘어디에나 있어온’ 일로서 일종의 ‘문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사건의 외피만 다르게 두른 똑같은 경로와 회로를 가진 일종의 재난 패턴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각의 사건 지형에서 문제들을 사고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들을 계속 양산해내는 구조에 도전할 일이다. 더욱이 제주는 ‘물’과 관련해서 완전히 새로운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제주는 물의 존재 방식 자체가 다르다. 이것에 대한 이해 없는 결정들이 가져올 미래를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빼앗기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洞’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생태적지혜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같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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