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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정영진 진중권 영입…총선 앞둔 언론 ‘시사유튜브’ 전쟁

미디어오늘 조회수  

▲ 언론사 시사 유튜브 전용 콘텐츠 운영 현황. 디자인=안혜나 기자
▲ 언론사 시사 유튜브 전용 콘텐츠 운영 현황. 디자인=안혜나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 53%는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 2022년에 비해 9%p 증가한 수치이며, 46개 조사대상국 평균(30%)보다 23%p나 높은 결과다.

유튜브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점, 언론사들은 라디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터뷰·대담 형식의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22대 총선이 2주 가까이 다가온 상황, 언론사들의 경쟁은 ‘시사 유튜브’ 전쟁을 방불케 한다. 

언론사 대세 된 ‘시사라디오’ 포맷… 나오면 흥한다

라디오처럼 매일 정해진 시간에 라이브를 진행한다. 패널도 장성철 공론센터소장,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 김준일 시사평론가 등 라디오에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얼굴들이다. 여기에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치인을 초청한다.

▲ 지난 22일 경향티비 '구교형의 정치비상구' 갈무리.
▲ 지난 22일 경향티비 ‘구교형의 정치비상구’ 갈무리.

경향신문, 시사IN, JTBC가 최근 이런 포맷을 차용했다. 지난 1월 처음 방송한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경향티비의 ‘구교형의 정치비상구’는 최근 한 달 평균 조회수 4만 회 가량 기록하며 유튜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구교형 경향신문 기자가 진행하며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 유튜브에서 주로 활동하던 패널도 자주 등장한다.

시사IN도 지난 1월 ‘김은지의 뉴스IN’을 첫방송했다. 첫 코너에 이은기 시사인 기자가 고정 출연하며 두 번째 코너엔 ‘김종대의 정치풀악셀’(김종대 전 의원), ‘여의도 박장대소’(장성철·박성태) 등을 편성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출연한 지난 18일 방송은 25일 기준 조회수 15만 회가 넘었다.

▲ '장르만 여의도'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인 정영진씨.
▲ ‘장르만 여의도’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인 정영진씨.

JTBC는 지난해 11월 회사 공식 채널과 분리해 버티컬브랜드인 ‘장르만여의도’를 개설했다. 방송사에선 드문 유튜브 전용 시사 콘텐츠로 이 역시 ‘시사 라디오’ 형태다. 정치인들이 주로 출연해 정치 현안을 짚고(‘브리핑 복싱’), 인터뷰 코너(‘장르만 인터뷰’)를 통해 총선 출마자들에 선거 관련 자세한 내용을 묻는다. 진행자는 삼프로TV로 유명한 방송인 정영진씨다.

세 언론 모두 포맷 변화의 효과를 봤다. 플레이보드 집계에 따르면 경향티비의 구독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8만 명이었으나 3개월 만에 17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경향티비는 25일 기준 ‘3월 누적조회수(플레이보드 참고)’가 2663만 회에 달하는데, 라이브 한 편당 수십 개의 쇼츠를 만드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사IN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지난해 12월에만 해도 8만 명에 그쳤으나 3개월 만에 15만 명이 늘어 현재 23만 명에 달한다. 시사IN은 영상 한 편당 평균 6만 이상(최근 한 달 기준)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JTBC ‘장르만 여의도’는 채널 개설 4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해 빠르게 안착했다.

▲ 시사IN 유튜브 채널 구독자 추이. 자료=플레이보드
▲ 시사IN 유튜브 채널 구독자 추이. 자료=플레이보드

‘정치유튜브’ 자리 잡은 시사저널·뉴스토마토·한겨레 

시사저널과 뉴스토마토, 한겨레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시사 라디오’ 형태를 도입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이 고정으로 출연하는 시사저널TV ‘시사끝장’은 2019년 ‘정두언의 시사끝장’의 후속작이다. 초기엔 조회수가 불안정했지만 현재는 안정적으로 10만 회를 넘긴다. 지난 5일 방영한 <수도권 이어 호남마저 휘청이는 野지지율… 코너 몰린 이재명> 라이브 영상 조회수는 25일 기준 66만 회에 달한다.

뉴스토마토는 2021년 ‘노영희의 뉴스인사이다’를 시작했다. 2019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외전, 더 룸’을 맡았던 노영희 변호사가 진행을 맡아 프로그램 성장을 견인했다. 현재 뉴스토마토 채널 구독자수는 40만 명이 넘으며, 지금도 최근 한 달 평균 조회수(뉴스인사이다)가 5만 회가 넘는다. 최근 소나무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노 변호사가 프로그램을 떠나 인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2021년 뉴스인사이다 첫 방송하고 있는 노영희 변호사. 뉴스토마토 유튜브 갈무리.
▲ 2021년 뉴스인사이다 첫 방송하고 있는 노영희 변호사. 뉴스토마토 유튜브 갈무리.

한겨레는 2020년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공덕포차’를 론칭했다. 술을 마시며 포장마차와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기획의도다. 현재 이 콘셉트를 유지하며 장성철 소장과 박성태 실장이 출연하는 시즌3를 방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김준일·김민하 평론가를 학교 선생님처럼 연출하는 ‘시사종이 땡땡땡’, 정치인과 유권자가 같이 여행을 떠나는 ‘뺏지야 엠티가자!’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언론사 시사 유튜브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김종배의 이슈털어주는 남자’,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등 팟캐스트를 일찍 도입해 명맥을 잇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신문사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와 가장 많은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박정호의 핫스팟’, ‘오연호가 묻다’, ‘최진봉의 보이는라디오’, ‘최경영의 경제오도독’, ‘언론아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대부분 라디오처럼 ‘라이브’ 형식을 갖고 있으며 공식 채널인 ‘오마이TV’의 3월 누적 조회수는 5846만 명이다. 프로그램마다 강력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라디오와 차이 두는 조선·동아

148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가진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은 시사에 주목하면서도 패널이 아닌 기자 중심의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다른 언론사의 ‘라디오’ 형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조선일보의 대표 프로그램인 ‘김광일쇼’는 대부분 김광일 논설위원 홀로 약 2시간 가량 당일의 이슈를 독자들에 풀이해주는 방식이다. ‘김광일의 2시의 데이트’로 이름이 바뀔 때면 특별게스트나 배소빈 아나운서가 공동진행한다. 지난 11일엔 가수 김흥국이 출연했다.

▲ 지난 22일 동아일보 유튜브 '중립기어' 갈무리. 김효은 전 EBSi 강사가 나왔다.
▲ 지난 22일 동아일보 유튜브 ‘중립기어’ 갈무리. 김효은 전 EBSi 강사가 나왔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라디오처럼 라이브를 진행했던 동아일보는 지난 6일부터 인터뷰 형식으로 유튜브 ‘중립기어’를 개편했다. 장하얀 기자가 출연자를 인터뷰하고 영상 편집본을 올리는 형식이며 길이는 20분 정도다. 지금까지 박지원 전 국정원장,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 등이 출연했다. 영상 조회수는 높지 않은 편이지만 포털에 전송하는 글기사에 댓글이 수천 개 달릴 정도로 반응이 있다.

돌고 돌아 ‘정치 유튜브’… 현장은 환영과 우려 공존

왜 언론사들이 ‘시사 라디오’에 문을 두드릴까. 현장에선 결국 ‘비용’을 고려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한솔 시사IN PD는 “시사 토크쇼 같은 포맷이 인쇄 매체가 시도할 수 있는 방식 중 가장 효율이 좋은 것 같다”며 “인쇄매체의 뉴미디어팀은 아무래도 한정된 인력과 재화를 가졌다.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하면서 가장 좋은 아웃풋을 내는 포맷이 이러한 형식의 토크쇼”라고 했다.

KBS라디오 PD 출신인 경향신문의 조휴정 CP는 “종이신문에 대한 소구력이 떨어지지 않았나. 최근 영상을 통한 소비가 더 늘면서 언론사들이 확실히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며 “지금은 일반 기사를 올려도 영상 하나를 덧붙이는 식으로 한다. 요즘은 신문사들도 총선 ‘현장’이라 하면서 유튜브 생중계를 하지 않나. 흐름상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난 18일 조국 대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출연한 '김은지의 뉴스IN'.
▲ 지난 18일 조국 대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출연한 ‘김은지의 뉴스IN’.

우려도 있다. 다른 시사 유튜버들과 경쟁이 붙으면서 언론이 유지하고자 했던 ‘저널리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를 놓고 언론사 내에서 이견이 드러나기도 한다. 조휴정 경향신문 CP는 “섬네일을 뽑을 때도 팩트체크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이름을 비상구로 붙인 것도 극단적인 정치 유튜브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라며 “진행자는 현역 정치부 기자다. 언론사답게 극단적이지 않은 유튜브를 해보자는 게 의도였다”고 말했다.

조휴정 CP는 “진보 성향 신문이다 보니 보수 패널 섭외가 어렵다. 그럼에도 균형을 위해 지속적으로 섭외 요청을 드리고 있다”며 “일부 우려되는 패널들이 출연한다고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분들도 일반적인 유튜브에서 하는 발언과 언론사 유튜브에서 하는 발언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평론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제작진은 내용이 과해지지 않게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다시 ‘시사 유튜브’라는 씁쓸함도 있다. 최한솔 시사IN PD는 “유튜브가 잘 되고 나서 시사IN이라는 브랜드를 더 잘 알릴 수 있게 됐다. 댓글을 보면 구독을 끊었었는데 유튜브 멤버십으로 다시 응원을 시작했다는 분이 계시다”면서도 “뉴미디어 초기엔 젊은 층에 소구하려는 노력이나 소수자 이슈 등 다양성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노력들이 사라지고 정치 유튜브가 대세가 된 것 같다. 잘 되는 건 사실이지만 한 편으론 좀 씁쓸하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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