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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옹호’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조수연 국민의힘 대전 서구갑 후보가 과거 “성인지 감수성으로 재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글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여당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저급한 성인지 감수성”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는데 정작 자당 후보가 성인지 감수성의 개념조차 부정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사 출신인 조 후보는 2019년 2월 21일 페이스북에 “솔직히, 성인지 감수성이란 것으로 재판을 하는 것이 어딨냐”고 썼다. 그는 “도대체 감수성이란 것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모호하다” 면서 “재판은 전후 증거로 해야 하고 여성도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는 또 “여성이 항상 ‘정직한’ 피해자는 아니다” 라며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실무상 과장되게 진술하는 여성도 많다”고 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조 후보가 올린 이 글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 성폭력’ 항소심 판결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가 글을 올린 시점인 2019년 2월 안 전 지사는 비서인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당시 1심은 사건 이후 김 씨의 대처와 관련해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반드시 피해자다울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양성평등을 실현하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대법원도 안 전 지사에 대한 2심 유죄 판결을 옳다고 확정했다.
조 후보가 글을 올린 전날에는 안 전 지사 부인이 김 씨와 주고 받은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김 씨가 성폭행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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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의 개념을 부정하는 듯한 조 후보의 글은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국민의힘이 최근 민주당 후보들이 성범죄 피해자에 2차 가해를 저질렀다며 맹공을 퍼부었던 것과 모순된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앞서 서울 강북을에 민주당이 공천했다 성범죄자 변호 경력으로 사퇴한 조수진 변호사를 향해 정광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조 후보는 과거 변호사 영업을 위해 ‘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현했더라도 실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등 잘못된 사회 통념을 블로그에 소개했다” 며 “성범죄 ‘법꾸라지’ 양산을 조장해 놓고도 인권변호사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니 부끄럽지도 않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의 부족’을 지적하며 2차 가해를 가하는 것이 인권 변호사의 모습인가”라고 쏘아 붙였다.
과거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 대해 조 후보는 “이런 글을 쓴 기억이 전혀 없다”며 “안 전 지사의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으로 결정을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 후보는 2017년 8월 25일 페이스북에 ‘광복절과 국치일’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백성들은 진실로 대한제국의 망국을 슬퍼했을까.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는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고 썼다가 정치권과 광복회 등 단체로부터 강하게 항의를 받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사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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