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크라스노고르스크 공연장에서 22일(현지 시각) 발생한 테러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증언이 주요 외신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죽은 척까지 해야 했다”면서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날 7000명에 달하는 인파가 러시아 록밴드 피크닉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공연장에 방문했다. 그러나 콘서트 시작 몇 분 전 무장 괴한들이 공연장에 들어와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괴한들은 인화성 액체를 뿌려 공연장 건물에 불을 지르고 현장에서 도주했다.
테러 당시 아내와 공연장을 찾았던 안드레이(58)는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테러범들은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자신감 있고 침착하게 사람들에게 기관총을 쏘면서 복도를 걸어갔다”면서 “산책을 나온 듯 걸으며 총격을 가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2층 기둥 뒤에 숨어 그들이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지 않기를 기도했다”라고 말했다. 한 10대 소녀는 러시아 국영 통신사 RT에 “그들이 우릴 봤고, 그들 중 한 명이 돌아와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면서 “나는 피를 흘리고 있었고,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테러범은 바닥에 쓰러진 시신들을 향해서도 총격을 가했다”면서 “내 옆에 누워있던 여자아이는 죽었다”라고 말했다.
총격 소리가 콘서트의 일부인 줄 알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소피코 크비리카시비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폭죽이 터지는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돌아서는 순간 사람들이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모스크바 출신의 20대 아리나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듣고 콘서트의 일부인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어느 순간 뭔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고,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테러로 인해 확인된 사망자 수는 133명이다. 일부 매체에서는 사망자 수가 143명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 바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몸을 피하려고 찾았던 화장실에서만 시신 28구가 발견됐다. 화장실에서는 아이들을 꼭 껴안은 채 숨진 어머니도 발견됐다. 현재도 시신 수색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생명이 위독한 생존자도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사건 관련자 1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핵심 용의자들은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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