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조국이 타깃이 돼부렀제.”
지난 21일 오후 광주 수완국민은행사거리에서 만난 이모(72)씨는 “조국은 서울대 교수도 하고 정치에 꿈도 있는데”라며 이렇게 말했다. 또 “지역구는 민주당 해주고, 비례는 조국당 찍어주겠다”고 했다. 이른바 ‘지민비조’다. 광주 북구 토박이인 그는 야당에서 대권주자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옛말로 하면 백제, 여기 전라도는 머릿수에서 약해. 민주당도 국회의원 많이 나오고 조국당에서도 좀 나와야 돼”라고 했다.
광주 북구청에서 공사를 하는 김모(60)씨도 “조국이 부산 출신이긴 해도 사람이 똑똑하잖아. 이번에 그래도 한 번 해보려고 나왔는데 비례 10석은 갖고 가야지”라며 “이재명은 혼자만 잘 나가려고 하면 오래 못가”라고 했다. 민주당 권리당원인 임모(65)씨는 “지역구는 당연히 민주당인데, 비례는 투표장 갈 때까지 고민할 것 같다”고 했다. 임씨는 “사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때까지 보여준 게 없고 이미 기득권화돼 있다”라며 “조국이 현 정부 견제를 잘 할 거 같다”고 했다.
◇“멸족 당하고도 尹 밀어붙이는 조국, 뚝심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민비조’를 십분 의식하고 있었다. 이날 광주를 찾은 이재명 대표는 유세 현장 곳곳에서 ‘몰빵’을 호소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정당 투표 모두 민주당과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몰아달란 뜻이다. 그는 전날에도 전남대 후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당은 반드시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연합에 대한 텃밭 민심은 싸늘했다. 조국혁신당에 비해 ‘존재감’이 약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광주 동구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택시기사 정모(58)씨는 “민주연합 대표하는 윤영덕이 여기 지역구 의원인데, 정치에 아주 관심있는 사람 아니면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에 대해 묻자 “광주에선 점잖은 사람보다 좀 센 사람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전남대 운동장에서 만난 주민 이모(67)씨도 “조국은 검찰에 너무 많이 당해서 억울할 거다. 삼족을 멸한 건데, 불쌍하다”라며 “그래도 저렇게 (정권을) 밀어붙이는 거 보니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함께 있던 김모(70)씨도 “조국이 이리저리 안 휘둘리고 뚝심 있어 보인다”며 “윤석열한테도 안 밀리지 않겠나 싶다. 그래서 조국한테 표를 주겠다”고 말했다.
◇ ‘텃밭 프레임’에도 균열… “초짜만 공천해 불만”
‘광주는 어차피 민주당’이라는 낙인에 회의를 느낀다는 주민도 있었다. 광산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오모(56)씨는 “호남은 민주당, 영남은 국민의힘 이거 모르는 사람이 있나”라며 “그게 너무 굳어져서 민주당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를 내놓고, 국민의힘에서는 범죄자만 공천하는 거 같다. 광주 발전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광주에서 15년 이상 살았다는 김모(55)씨는 “내가 투표 안 해도 어차피 민주당이 당선되겠지만, 민주당에 지금 인물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아예 이준석 같은 새로운 인물도 괜찮지 않나 싶다”며 “우리 애들도 지난 번 대선 때 이준석이 호남에 공들이는 거 보고 ‘새롭다’면서 윤석열을 찍었다더라”고 했다.
2030 연령층 표심도 제각각이었다. 올해 광주교대에 입학한 이모(19)씨는 “지금은 정권 교체를 하려면 민주당에 완전히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지역구든 비례든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같은 지역에서 만난 박모(19)씨는 “이재명 대표가 지금 재판받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현 정권은 당연히 싫은데 민주당 뽑기도 싫다”고 했다.
두 살 자녀를 안고 있던 강모(33)씨도 “광주는 원래 후보도 안 보고 민주당에 투표하지 않나”라며 “그런데 요즘 민주당을 보면 자기편 아니면 다 내치고 너무 복잡하고 시끄럽다. 마음이 떠나서 솔직히 어디를 찍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관심도서 밀린 이낙연黨… “민주당 싫어도 표 분산 막아야”
‘진짜 민주당’ 전략을 내세운 새로운미래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광주에서 만난 주민 다수는 ‘이재명 사당화’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새로운미래가 현 정권에 맞설 만한 위력은 부족하다고 봤다. 조국혁신당이 급부상하면서, 이슈 자체에서도 크게 밀렸다.
광주교대생 이 씨는 “되는 곳에 몰아줘야 뭐라도 한다”며 “이낙연당이 제대로 정권을 심판하긴 너무 약하다. 표가 분산되면 이도저도 안 된다”고 했다. 30대 강 씨도 “민주당이 맘에 안 들긴 해도, 윤석열과 제대로 맞붙어야한다”며 “새로운미래를 찍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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