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노환규 전 의협회장(흉부외과 의사)]
“의대증원 2천명, 결국 죽는 것은 의사들이 아니다. 의사들은 이 땅에서든 타국에서든 살 길을 찾아갈 것이다. 죽어가는 것은 국민들이다.”
페북에 쓴 글의 일부인 이 부분이 기사화 되자, 어떻게 저런 오만한 말을 할 수 있느냐는 비난이 쇄도한다.
‘죽어가는 것은 국민들이다’ – 기자들은 제목을 잘도 뽑는다.
이 말에 대한 해석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예전에 소개했던 사례를 또 한번 소환한다. 실제 사례다.
A는 국내 최고의 병원에서 신경외과 전공의 수련을 받은 신경외과 전문의였다. 그가 전문의를 취득한 후 군의관으로 군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어느 날 20살 병사 B가 디스크 파열로 전원을 오게 되었다. 그리고 A로부터 디스크 수술을 받게 되었다. 디스크 수술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척추 바로 앞(수술 시에는 척추 밑)에 있는 ‘대정맥’이라고 하는 큰 정맥이 가까이 있어 이 정맥이 손상을 받는 경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그 병사 B가 수술 도중 대정맥에 손상을 입었고 결국 사망했다.
당시 병원장은 A가 국내 최고의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4년간의 전공의 수련과정 중에서 단 한 번도 디스크 수술을 집도해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내게 말했다.
그렇다면 가엾은 20살 B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는 A인가, 아니면 국내 최고의 병원인 S병원인가, 아니면 S병원의 신경외과 교수들인가. 또는 전공의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값싼 의사노동력을 돈벌이에만 이용하고 수술은 손발이 잘맞는 PA와 하도록 만든 저수가제도를 유지한 보건복지부인가. 또는 그들 모두인가.
이제 여기에 가장 무거운 책임을 가진 가해자가 하나 더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2천명 의대증원을 통해 교육과 수련 모두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가장 큰 가해자가 될 것이다.
잘못된 의료제도로 인해 의사가 죽는가? 잘못된 의료제도로 인해 환자가 죽는가? 죽어가는 것은 국민들이라는 말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동의되지 않는다면 무조건 당신이 옳다.
#의대증원배정, #전공의 사직, #의대교수 집단사직, #최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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