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로 벚꽃이 피지 않았어요. 사람이 없어서 상인들도 걱정입니다.”
전국 최대 규모 벚꽃 축제인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제 위원회 관계자는 22일 이같이 말했다. 창원시는 오는 23일부터 내달 1일까지 진해구 중원로터리 일대에서 ‘우리 벚꽃 사랑할래요?’를 주제로 진해군항제를 연다. 진해군항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봄 축제로 흐드러지게 만개한 36만 그루의 벚꽃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매년 수백만명이 찾는다. 작년에는 420만명이 왔고 올해는 500만명쯤 방문할 것으로 위원회는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좋지 않다. 꽃샘추위가 변덕스럽고 일조 시간이 부족해 아직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날씨가 따뜻해 벚꽃이 일찍 필 것으로 예상해 작년(3월 25일)보다 일찍 축제를 개막하기로 했다. 그런데 개막 직전 벚나무 개화 비율은 5% 수준이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창원시 평균 기온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도쯤 낮고, 일조 시간은 4시간쯤 부족하다.
진해군항제 위원회 관계자는 “보통 군항제를 하기 전 꽃샘추위가 한번 찾아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꽃망울이 열린다”며 “이번에는 꽃샘추위 후 비가 오고 바람이 강하게 불며 다시 꽃샘추위가 오는 등 날씨가 오락가락해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전국적으로 꽃이 빨리 핀다고 해서 축제를 앞당겼는데 꽃도 없고 상인들에게 사람이 없다는 연락이 오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며 “과거에도 축제 기간을 연장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다음주쯤 상인들 의견을 듣고 시와 협의해 축제 연장 여부를 검토할 것 같다”고 했다.
◇햇빛 부족…벚꽃에 조명 비춰 일조량 메워
국내 지자체가 봄을 맞아 주최하는 벚꽃 축제들이 개화(開花) 시기를 맞추지 못해 ‘벚꽃도 없고 사람도 없는 축제’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벚꽃이 피기 전에 축제가 열리면 사진을 찍으려고 방문하는 관광객도 줄고 상인들의 한숨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벚꽃은 개화부터 낙화(落花)까지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고 정확한 개화 시기 예측이 어렵다.
제주도 제주시는 왕벚꽃 축제를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삼도1동 전농로와 애월읍 장전리에서 각각 진행한다. 그런데 지난 21일 벚꽃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가며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최근 기온이 평년과 비슷했지만 일조 시간이 적어 개화가 늦어졌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7일 제주도 일조 시간은 84.9시간으로 평년(87.2시간)보다 부족했다. 제주도는 현재 왕벚꽃에 조명을 쬐며 일조량을 메우고 있다. 길거리 공연, 색소폰 연주, 벼룩시장 등이 예정돼 있어 벚꽃이 덜 피어도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벚꽃 축제 일주일 미룬 곳도
축제 기간을 아예 미룬 곳도 있다. 강원도 강릉시 교1동은 벚꽃 축제(솔올 블라썸)를 21~23일에서 28~31일로 연기했다. 교1동은 도심권으로 벚나무 가로수가 대부분이라 봄이면 벚꽃이 만개한다. 빌딩 조명 등이 있어 강릉 경포보다 벚꽃이 일주일쯤 일찍 개화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강릉에 눈이 내리고 꽃샘추위가 찾아오며 꽃이 피지 않았다. 교1동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축제를 하려면 벚꽃이 있어야 하는데 날씨가 추워서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강릉 경포 벚꽃 축제도 개막을 오는 29일에서 내달 4일로 미뤘다.
경북 경주시는 황남동에서 진행하는 ‘대릉원 돌담길 벚꽃 축제’를 이날~24일 진행하기로 했으나 29~31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벚꽃 경관을 돋보이게 하는 야간 라이트쇼, 벚꽃 포토존 등을 준비했는데 아직 벚꽃이 충분히 피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충북 청주시는 벚꽃과 함께하는 푸드트럭 축제를 22~24일에서 29~31일로 미뤘다.
기상청 봄꽃 개화 현황에 따르면, 이날 전국 벚꽃 관측 장소 13곳 중 개화한 곳은 한 곳도 없다. 평년 벚꽃 개화 시기는 제주도 이달 25일, 창원시 진해가 이달 28일, 강릉은 내달 4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는 내달 6일이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 북서쪽과 남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온다고 예보했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변수가 있는 만큼 내달 초는 돼야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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