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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지드래곤, 개별계약 불발 블랙핑크…YG, 부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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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레이블 역사에서 가장 음악적 개성이 강했던 YG엔터테인먼트의 미래에 귀추가 주목된다. 자사 부흥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지드래곤이 계약종료로 떠나고, BTS와 함께 케이팝 글로벌 열풍의 주역인 블랙핑크 멤버의 개인별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향후 음악 정체성과 제작 흥행에 의문이 생겼다. 1998년 설립된 YG는 그간 소속 가수들과 오너의 크고 작은 스캔들에 휘말렸고, 사업확장에 일시적 부침을 겪으면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잘 헤쳐나왔다. 그런데 경쟁 레이블인 HYBE, SM, JYP의 안정적인 제작시스템과 사업적인 약진에 비해, 최근 YG는 상대적으로 정체된 느낌이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레이블 경쟁력과 관련 있는 주가와 시총에서 YG는 다른 3개 레이블에 모두 뒤처져 있다. 매출 역시 2022년까지는 JYP에 계속 앞서 있다가, 2023년에는 JYP에 밀려 4대 레이블 중에서 가장 저조한 실적을 냈다. YG의 절대적인 캐시플로(cash flow) 블랙핑크가 활동했던 작년까지 매출액은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는데, 올해에는 마땅한 콘텐츠가 없다. 앞으로 YG의 매출액이 얼마나 유지될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매출액도 매출액이지만, YG를 바라보는 주식 투자자의 시각이다. 지난 5년 사이 YG 매출액은 JYP에 앞서 있거나 근소한 차이로 뒤졌는데, 주가와 시총은 YG가 JYP에 모두 많이 밀렸다. 코로나 이전 상황을 보면, JYP는 매출이나 주식 가치에 있어 YG의 상대가 안 되었다. 지금은 둘 관계가 역전됐다. 바꾸어 말하면, 경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현재 시점에서 YG의 시장 경쟁력이 매우 좋지 않다는 뜻이다. YG의 현재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고, 과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이동연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부재

YG는 1998년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적지 않은 제작시스템에 변화를 겪었지만, 그래도 힙합을 기반으로 한 ‘트렌디한 블랙뮤직’이라는 음악 스타일을 확실하게 고수해 왔다. 과거 YG는 원타임(1TYM), 세븐(Seven) 등을 내세워 초기 라이벌 레이블이었던 SM과 JYP와는 차별화된 음악 정체성을 고수했다. 뭔가 끈끈하고 타이트한 동시대 흑인음악의 감수성, 이것이 YG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이후에 데뷔한 2NE1, 빅뱅, 블랙핑크 등 YG 출신 슈퍼스타 그룹도 힙합, 알앤비(R&B)에 기초한 펑키하고 일렉트로닉한 팝 음악을 세련되게 선보였다. YG가 블랙뮤직의 정체성을 오랫동안 유지한 데는 전적으로 핵심 프로듀서 테디와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GD)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YG에는 테디도 없고, 지디도 없다.

집 나간 테디와 지디

원타임 리더 테디는 사실상 YG만의 독특한 음악 정체성을 만든 일등 공신이다. 특히 테디는 YG 대표 걸그룹 2NE1과 블랙핑크의 거의 모든 곡을 프로듀싱하면서 두 그룹의 성공 가도를 이끌었다. 그가 YG의 음악 스타일을 완성하는 작업을 도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디가 없는 YG의 음악 정체성을 상상하기란 아직 쉽지 않다.

2016년 그가 설립한 블랙레이블이 최근 음악적으로 YG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블랙레이블 설립 당시만 때만 해도 YG는 지분 45%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그러나 2021년 블랙레이블은 새한창업투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YG의 지배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현재 블랙레이블에서 YG 지분은 21%로 줄었다. 아티스트 프로덕션과 회사 경영에 YG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더욱이 최근에는 블랙레이블에서 신인 걸그룹이 데뷔한다는 소식이 공식화했다. 새 앨범을 준비하고 4월에 컴백을 준비하는 YG의 베이비 몬스터와 정면 출동하게 되었다. 테디가 프로듀싱하는 신인 걸그룹의 실체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올 상반기에 블랙레이블의 이름을 걸고 데뷔하는 이 그룹은 아마도 YG보다 더 YG스럽고, 블랙핑크보다 더 블랙핑크답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작년 계약이 만료된 지디도 마약 스캔들의 혐의를 벗고 갤럭시코퍼레이션으로 소속사를 옮겨 올해 새 앨범으로 컴백할 예정이다. 아직 새로운 음반 작업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가 YG라는 오랜 둥지를 떠나 7년 만에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음악 활동을 재개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사건이다. 지디의 컴백은 YG의 역사적 향수를 떠올리게끔 하지만 그는 이제 YG 소속이 아니다. 지디의 소속사인 갤럭시코퍼레이션은 2019년에 설립한 신기술 기반 신생 기업이다. 회사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갤럭시코퍼레이션은 “가상과 현실을 공존시켜, 인류의 삶을 더 행복하고 이롭게 재창조하는 슈퍼 IP 기반 AI 메타버스 기업”이다. 이 회사는 상장을 앞두고, 콘텐츠 IP 제작을 통한 상징적 가치를 올리기 위해 지디를 영입했다. 또한, 자회사를 통해 넷플릭스 <피지컬: 100>을 제작하기도 했다.

불안한 세대교체

YG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소속사 뮤지션의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타임에서 빅뱅으로의 세대교체, 2NE1에서 블랙핑크로의 세대교체는 아주 원만하게 이루어졌다. 원만한 정도가 아니라, 빅뱅과 블랙핑크는 진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빅뱅을 대체하기 위해 사전 제작했던 위너(Winner)와 아이콘(iKON)은 음악적인 카리스마의 한계를 드러냈고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빅뱅을 대체할 만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0년에 데뷔한 트레저(Treasure) 역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빅뱅의 유산을 물려받을 만큼 큰 임펙트를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YG 음악적인 정체성의 유산이란 차원에서 트레저의 제작 방향이 과연 올바른지 모르겠다.

결정적인 것은 잠정 활동을 중단한 아현의 복귀와 미니앨범으로 4월 초에 돌아오는 베이비몬스터(Baby Monster)의 존재다.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작년 말에 데뷔한 베이비몬스터는 아직 블랙핑크의 대체자로 여기기에는 부족한 모습이다. 베이비몬스터의 ‘Stuck In The Middle’이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 조회 1억 뷰를 돌파하고, 미국에서 공개되는 케이팝 전용 차트쇼인 케이팝레이더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활약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결국, 4월 초에 공개되는 미니앨범 수록곡과 공식 활동에 대한 팬의 반응에 베이비몬스터와 YG의 운명이 걸려있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테디와 지디가 떠난 자리를 대신해 양현석이 총괄 프로듀서로 전면에 나선 것도 YG의 음악 정체성과 미래 경영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YG 패밀리의 패밀리는 지속가능한가?

뮤지션과 프로듀서 연합으로서 YG 패밀리는 사실상 해체되었다. 그러나 YG 패밀리의 패밀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른바 ‘포스트 YG 패밀리’는 마치 SM의 경영권 분쟁에서 두드러졌듯이, YG 패밀리의 레거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의 연합을 중심으로 한다. 그들은 YG의 역사와 함께하면서 기쁨과 슬픔, 영광과 굴욕, 기대와 실망을 함께한 사람들이다. YG 출신 뮤지션과 프로듀서는 그들에게 친구와 같고 자식과도 같다. 그들은 YG를 떠난 지디, 탑, 에픽하이, 테디를 미워하지만, 온전히 미워할 수 없다. 기약할 수 없는 완전체 블랙핑크의 활동을 학수고대하면서도 새내기 베이비몬스터가 테디의 신인 걸그룹에 맞서, 블랙핑크의 전설을 넘어 신화가 되길 고대하는 양가적 감정을 가진다. YG의 베테랑 구원투수로, 총괄 프로듀서로 전면에 나선 양현석의 음악적 역량과 센스에 우려를 보내면서 동시에 음악과 비즈니스 모두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어느 한 구석에 있다. 이것이 포스트 YG 패밀리의 양가적 감정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 YG 패밀리의 패밀리 연합의 부활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YG 엔터테인먼트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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