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로 공천된 조수진 변호사의 ‘성범죄 변호’ 이력을 둘러싼 논란이 번지는 가운데, 조 변호사가 미성년 피해자를 대상으로 2차 가해성 변론을 편 사실이 21일 추가로 드러났다. 이재명 대표는 “여당에 해괴한 후보가 더 많다”며 화살을 돌렸지만, 민주당 안에서도 ‘부실 검증’을 지적하며 조 변호사의 사퇴 요구가 나온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태권도장 사범이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가해자를 변호하면서,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의견서에 ‘피해자의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증(성병)이 제3자나 가족한테 옮았을 가능성’을 적시해 법정에 제출했다.
피해자를 조력했던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성폭력 피해자 국선전담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재판 중에 피고인의 변호인이 근거 없는 주장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조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가해자의 유죄를 확정했다.
앞서 조 변호사는 홍보 블로그에서, 성폭력 가해자가 ‘강간 통념’(여성이 거절했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논란을 무시하는 태도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광주 기자회견에서 조 변호사 관련 논란을 “국민의힘 후보 중에 별 해괴한 후보들이 많다. 그런 후보들에 더 관심을 가지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의 단체 메신저방에는 최근 조 후보의 성폭력 변호 이력을 우려하는 글이 올라왔지만, 당 여성위원장인 이재정 의원이 ‘이런 사례들로 조 변호사를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며 감싼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조 변호사와 같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이다.
하지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날 “범죄자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과 성범죄자에게 법망을 피하는 기술을 홍보하는 것, 가해자의 법적 이익을 위해 성범죄 피해자와 가족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공천 취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도 “승소만 하면 그만이라는 천박한 인식으로 변호사직을 수행했다”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안에선 ‘졸속 공천’의 후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변호사는 막말 논란에 휩싸인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이 취소된 뒤 추가로 진행된 강북을 후보 공모에 지원했는데, 당 지도부는 지역 연고도 없는 조 변호사를 현역 재선인 박용진 의원과 경선에 붙였다. 조 변호사는 지원 당시부터 성범죄 변호 이력으로 논란이 됐지만, 강성 당원의 입김이 매우 강한 ‘전국 권리당원 투표’와 여성·신인 가산점(25%)에 힘입어 후보로 확정됐다.
한 수도권 의원은 “명백한 검증 실패다. ‘김용민 사건’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당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조 변호사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2012년 총선 때 민주당의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는 여성·노인 관련 막말 논란에도 선거를 완주해 민주당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 임재우, 최윤아 기자 /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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