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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동안 커진 美 빈부격차…저소득층에서 사라진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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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 금리를 한차례 더 동결했다. 고금리 기조 유지에도 미국의 경제가 탄탄히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과 추세적 물가흐름을 나타내는 근원 CPI상승률 모두 시장 예상치를 상회해 금리인하 시점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통계는 미국 시장이 높은 금리를 견뎌낼 정도로 견고하다는 것을 방증하지만, 고금리의 고통은 미국 내 저소득층에게서 뼈져리게 나타나고 있다. 주택을 가진 고소득 연봉자들은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상태이거나, 급하게 재융자를 할 필요가 없는 데 반해 생계를 위해 당장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타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빈부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으며, 저소득층만이 소위 ‘아메리칸 드림’으로부터 동떨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플로리다의 공원에 누워있는 한 노숙인.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의 공원에 누워있는 한 노숙인. /연합뉴스

◇연준, 5차례 연속 5% 대 금리 동결…”美 경제는 견고하게 확장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번까지 5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연준은 이날 발표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목표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연준은 연말 물가상승률은 2.4%로 예상했다.

연준이 기록적인 고금리를 계속 유지해도 되겠다고 판단한 데는 예상보다 견고한 미국 경제의 영향이 크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의 저금리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은 이들이 많은 데다 고용시장도 좋아 가계 재정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댄 노스 알리안츠 트레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의 대출 대부분은 모기지인데, 저금리로 대출받은 많은 사람이 연준이 원하는 만큼 금리를 인상해도 된다고 말한다”며 “이들은 고정금리로 20년 혹은 30년 만기 대출을 받아놓았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저금리 모기지는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게 하는 ‘황금 수갑’의 역할을 해 고금리에도 가계 재정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모기지 금리는 평균 3% 수준인데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사게 되면 훨씬 높은 금리로 대출받아야 한다. 때문에 지난해 주택구입을 위한 담보 대출 신청은 1995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양대 주택금융공사 중 하나인 프레디 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만기 담보대출 고정금리는 평균 6.74%다.

◇”저소득·젊은층에 타격 입힌 고금리, 이들 고통으로 낮아질 리는 없을 것”

고금리는 집이나 자동차, 현금이 당장 필요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팬데믹 기간 동안 해고 바람을 겪은 저소득층은 당장의 현금 마련을 위해 기존 예적금을 소진한 경우가 많다. 신용점수가 낮은 대출자에게는 일반 대출자들보다 더 비싸고 높은 금리가 책정되는데, 기준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수 년 전보다 훨씬 높게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WSJ에 따르면 연준의 긴축책이 시작되고 나서 매월 신용카드 연체율은 팬데믹 이후 2022년 16%에서 최근 23%로 치솟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연합뉴스

특히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은 교육이나 헬스케어 등 다른 소비재들보다 식품 물가와 주택 임대료를 훨씬 더 끌어올렸다. 저소득층의 소비내역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목들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소득 하위 5개 구간에서 느낀 인플레이션의 정도는 상위 5개 구간보다 1.6% 더 높았다.

높은 소비자가격과 고금리라는 악조건은 저소득층 중에서도 젊은 세대에 더 크게 작용했다. WSJ가 인용한 연준의 데이터에 따르면 30세 미만 대출자의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상환 내역 중 3개월 이상 연체 비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 역시 미국 내 저소득 지역에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저소득층처럼 기존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했던 업체들에게도 고금리의 타격이 컸다. 지난해 신용 등급이 낮은 정크본드 발행사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금리가 높은 단기 채권을 계속 발행했다. 반면 신용 등급이 높은 기업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또한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부채를 자주 이월하면서 비용이 훨씬 많이 들었는데, 재택근무로 수요가 부진한 사무실 건물주 등이 대표적이다.

WSJ는 고금리 유지기간이 길어질수록 결국 다른 계층에게도 타격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무리 저금리 주택담보 대출자라도 이사를 해야할 일이 생기고, 탄탄한 회사라도 재융자를 받을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문제는 국가 경제에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치부되고, 결국 금리는 전반적인 소비 지표와 다른 계층 및 기업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에 이들의 고통이 당장 금리 인하를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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