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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버린 세탁 비닐, 매년 6억장 쌓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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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버린 세탁 비닐, 매년 6억장 쌓인다고?
세탁물에 씌워진 비닐. /유주희기자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카페에서는 일회용 컵이나 빨대를, 식당에서는 비닐 식탁보나 플라스틱 수저를 제공할 수 없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빵집과 편의점 등에서는 비닐 봉투나 쇼핑백 제공이 금지됐다. 비 오는 날 대형마트나 쇼핑몰 입구에 놓였던 우산 비닐도, 야구 등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응원 도구로 쓰였던 막대 풍선(유상 판매는 가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흔하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규제를 비켜간 일회용품이 있다. 바로 ‘세탁소 비닐’이다.

무심코 버린 세탁 비닐, 매년 6억장 쌓인다고?

일회용품 규제 대신 ‘생산자 부담’ 적용

20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일회용품 사용 규제 대상 업종에 종합소매업(편의점과 슈퍼마켓), 체육 시설(운동장·체육관), 식품접객업(식당·카페), 대규모 점포(백화점·대형마트 등)는 포함됐지만 ‘기타 개인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세탁소는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신창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세탁소의 비닐 사용량은 연간 4억 장으로 추정된다. 비대면 세탁 기업인 런드리고의 2022년 조사에서는 6억 장으로 추정됐다. 어느 쪽이든 방대한 물량이다. 세탁소의 상징과도 같은 흰 철사 옷걸이를 재사용·재활용하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탁소의 일회용 쓰레기 배출량은 더 많아진다.

세탁소 비닐이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2019년 세탁소 비닐에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적용했다. EPR은 재활용 의무를 부여받은 생산자가 회수·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분담금)을 부담하고 이를 선별·재활용 업체에 지원금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유리병·페트병·형광등·타이어 등이 EPR을 적용받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세탁소를 예로 들면 세탁 비닐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재활용 의무와 일부 비용을 책임지고 비닐을 구입하는 세탁 프랜차이즈 본사도 이를 나눠 부담하는 셈이다.

그러나 EPR은 애초에 덜 만들고 덜 쓰도록 유인책을 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게다가 세탁소 비닐은 EPR이 적용되는 다른 품목들과 비교해 사용되는 기간이 지극히 짧은 경향이 있다. 분리배출·수거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오염될 확률이 높아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한다. 2019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폐비닐의 80%는 재활용 시설이 아닌 소각장으로 보내졌다.

기업·소비자 반발 우려되지만…

그렇다면 세탁소 비닐에도 EPR이 아닌 일회용품 규제를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과거 ‘동네 세탁소’들이 많았던 때에는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세탁 프랜차이즈들이 늘어난 지금은 오히려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세탁 비닐을 씌우는 공정까지 전부 자동화된 상황에서 규제를 도입하면 공장 설비에 대한 재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탁 프랜차이즈의 반발은 불보듯 뻔하다. 소비자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기껏 세탁한 옷을 포장재 없이 집까지 운반하거나 배달받는 것을 꺼려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심코 버린 세탁 비닐, 매년 6억장 쌓인다고?
기사와 상관 없는 사진. /연합뉴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세탁소 비닐에 대한 일회용품 규제가 필요한 것은 사용 억제만큼 효율적인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일회용 컵과 빨대, 비닐 봉투 규제도 초반에는 기업과 소비자 양측으로부터 반발을 샀지만 빠르게 안착되고 있다. 김 국장은 “몇 년 전에는 일회용품 규제보다 EPR이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졌지만 장기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소비자나 기업이 나서는 사례들도 주목할 만하다. 비대면 세탁 서비스 기업인 런드리고는 세탁물을 수거할 때마다 이전에 받았던 세탁 비닐을 담을 파우치를 제공한다. 그렇게 모은 세탁 비닐은 다시 세탁 비닐을 만드는 원료로 쓰인다. 옷걸이도 플라스틱 옷걸이를 제공했다가 수거해 재사용한다.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려면 소비자들의 압박도 필수다. 시민단체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의 리더 박현지 씨는 세탁소에서 곧바로 비닐과 옷걸이를 반납한다. “‘우리도 받으면 쓰레기’라며 타박하는 세탁소 사장님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소비자가 요구했다고 본사에 꼭 전해달라’고 말씀드리면서 끝까지 돌려드린다”는 설명이다. 박 씨는 “소비자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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