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귀국해 “체류하는 기간 동안 공수처와 일정 조율이 잘 돼서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피의자 도피’ 논란 속에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직 당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아왔으며, 공수처 출석 다음 날 법무부가 돌연 이 대사의 출국금지를 해제해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9시 36분쯤 인천국제공항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에 “저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다. 그런 의혹들에 대해서는 다시 말하지 않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도피 출국’ 논란을 의식해 급히 귀국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임시귀국한 것은 방위산업 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방산 관련 업무로 상당히 일정이 많을 것”이라며 “다음 주에는 한-호주 간 2+2회담 준비 관련한 업무를 많이 할 계획이다. 두 가지 업무 모두 호주대사로 해야할 중요한 의무이고, 그 의무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요구하는 자진 사퇴에 대해선 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민주당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이 대사의 귀국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사의 임명 철회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회견에는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정식 사무총장,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김민석 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주요 당직자와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이 대사의 입국을 앞두고 오전 5시부터 인천공항 입국장에 집결해 이 대사의 귀국을 규탄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제적 망신이고 호주에 대한 외교 결례다. 애초부터 호주 대사 임명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나빠지고 선거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급히 귀국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는 이 대사를 빠른 시일 내 수사해 진실을 밝히라”며 “당시 안보실 관련 사람들과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 등이 어떻게 수사에 개입했는지 등을 수사하라”고 했다.
이 대사가 귀국하자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 대사의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산을에 출마한 3선 중진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귀국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며 “계급장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대사 귀국이 여론무마책이 아니라 사태 해결의 시발점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며 “억울할수록 당당해야 한다. 그래야 멍에에서 벗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선거 내내 꼬투리를 잡혀 정권심판론 단골 메뉴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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