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를 발표했다. 대다수 신문이 2000명 증원에 ‘쐐기’를 박은 발표라고 밝히는 한편 ‘서울 0명, 지방 1639명’이라는 정부 입장을 1면 머리기사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문제는 의대생과 의사들이 어디에서 실습하고 배치되느냐인데, 내막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21일 아침신문의 헤드라인은 2곳을 뺀 7곳에서 ‘정부 의대증원 배치 결과’였다. 강조점은 같다. 경향신문은 <정부, 의대 증원 못 박았다…비수도권 1639명·서울 0명>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중앙일보는 <1639 vs 0…의대증원, 지역의료 힘 실었다>로 뽑았다. 조선일보는 <의대 증원 서울 0명, 경인 361명, 지방 1639명>이다. 한국일보는 <서울 +0명…지방 7곳엔 정원 200명 ‘메가의대’>였다.
교육부는 20일 내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2000명 더 늘리고, 이 중 1639명(82%)을 비수도권 지역 대학에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배정 결과를 두고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늘어나는 2000명의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와 소규모 의대,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의대에 집중 배정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비수도권에 있는 지역거점 국립대 의대의 정원은 경북대(110명)·부산대(125명)·전북대(142명)·충북대(49명) 등에서 200명으로 증가한다. 신문들은 “최대 4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신문들은 “국내 의대 정원이 늘어난 것은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1998년 이후 27년 만으로, 2006년 351명을 줄인 뒤 의대 정원은 19년째 동결돼왔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지역의료 여건 개선을 위해 거점 국립대가 아닌 비수도권 의대도 정원 규모를 100~150명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뒤 <27년 만의 의대 증원, 지자체 “지역의료에 단비”>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2000명은 ‘비수도권’ ‘소규모’ ‘지역 거점’이란 세 가지 원칙에 따라 배정됐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정원 150명이 된 사립대(원광대·조선대·순천향대)까지 더하면 총 10개 지방 의대가 서울대보다 규모가 커진다”며 “수도권·비수도권, 서울·경인 간 의료 불균형을 우선 고려했다”는 정부 입장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상급종합병원이 몰려있는 서울 소재 의대 8곳에는 증원분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며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지역균형 원칙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역 일부 의대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주요 의대보다 규모가 커지게 됐다”며 “지역 의료를 강화하고, 대학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교육의 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의료교육 부실에 대한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지역의료 도약 마중물 되길 (바란다)”며 “고사 직전인 지역의료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수도권 의대 중심 배정은 타당한 방향”이라고 했다.
이번 의대 정원 배치가 “지역의료를 살릴 수” 있을까. 보건의료운동계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1차적으로는 의대 정원을 들리는 것과 이곳을 통해 배출된 의사들이 지역에서 일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2차로는 이번 증원안을 보면, 정부와 신문들이 ‘지역의대’로 분류한 곳 상당수는 교육병원이 서울 중심 수도권에 위치한 경우가 상당수다. 정작 의대생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학습과 실습하는 ‘무늬만 지역의대’들이라는 것이다.
현대의 울산대 의대가 대표적이다. 울산대 의대는 정부가 울산에 건립하는 것을 허가했지만 현대가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아산병원에 세웠다. 성균관대의대는 수원에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비서울이라고 분류했고 교육병원은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에 있다. 이들 대형병원은 정부가 정원을 200% 늘려 특히 증원 폭이 높다. 이들 의과대학은 정부 허가와 다른 위치에 병원을 세운 뒤 지금까지도 미인가다.
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이 꾸린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1일 성명을 내고 이같이 지적했다. 단체는 그 외에도 교육병원이 수도권에 있는 ‘무늬만 지역의대’로 △건국대(건대병원) △동국대(동국대일산병원) △순천향대(순천향대서울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관동대(국제성모병원) △을지대(을지대병원, 의정부을지대병원) △차의과대(분당차병원) △한림대(성심병원)을 꼽았다.
이런 실상을 따져 보면 “국립대 의대 인원을 빼면 사립대의대 증원 인원 1194명 중 수도권 병원이 있는 사립대가 764명(64%)”이라며 “사실상 수도권 민간 대형병원들의 민원수리 성격이 짙다”고도 비판했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이제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가 실제 의사가 부족한 곳의 의료진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늘어난 의대생을 졸업 후 지역에 정착시킬 방안은 여전히 부실해, 큰 폭의 증원이 지역의료 강화로 이어지지 못할 거란 지적도 있다”고 했다.
한겨레를 제외한 신문들은 의대증원에 대한 반발 또는 비판 의견으로는 주로 증원 자체에 반대하며 파업한 의료계 측 입장을 전했다. 신문들은 연세대학교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과 대한의학회 등이 성명을 내고 “의대 증원 졸속 정책은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고 했다.
황상무 사퇴에 4개 신문 ‘이종섭 경질·사퇴해야’ ‘결단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 논란이 불거진 이후 엿새 만이다. 그러나 다수 신문은 황 수석 사퇴로 마무리지어선 안 된다고 사설을 냈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 받다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를 경질할 것을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황 수석의 사퇴는 당연할 뿐 아니라 오히려 늦었다”며 “대통령실은 이 대사 귀국으로 민심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사태를 수습하는 근본 해법은 윤 대통령이 이 대사를 즉각 경질하고, 제대로 수사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황 수석 사퇴를 두고는 “기자들을 상대로 ‘회칼 테러’ 겁박을 한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나 통할 언론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면 시민이건 언론이건 모두 입을 틀어막겠다는 ‘입틀막 정권’의 본질을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평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황 수석 사퇴로 “다 해결됐다”고 환영한 것을 두고 “하지만 본질적 의혹 해소와는 거리가 있어 수도권 민심 이반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한겨레도 <이종섭 자진귀국은 임시변통, 대사직 사퇴부터 해야> 사설을 냈다.
세계일보는 “황 수석 사퇴는 만시지탄이다.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악화일로인 민심을 고려하면 더 서둘러 용단을 내렸어야 했다. 지난 18일 왜 대통령실이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더 치명적 악재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 논란도 서둘러 매듭을 지어야 한다” 고 했다. 한국일보도 “이 대사 문제가 조기 귀국으로 해결될 것이란 시각은 안이할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지금은 ‘대통령-여당 충돌’인 점에서 ‘1차 윤-한 갈등’ 때보다 양상이 심각하다. (…) 윤 대통령이 황 수석 문제와 같이 결단하는 게 여당을 돕는 일”이라고 해다.
중앙일보는 이 대사를 둘러싼 문제를 ‘윤·한 갈등’으로 규정한 뒤 “현 정부를 두고 많은 사람이 ‘예측이 불가능한 정권’이라며 답답해 한다. 상식에 어긋나고 총선에 악재인 게 뻔한데도 대통령이 그런 방향으로 행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소한 일로라도 국민 신뢰를 상실하면 정책의 동력은 금방 고갈되고, 남은 임기의 향배를 결정할 총선에서 패배하기 마련임을 대통령실은 각성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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