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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으로 ‘끝내기 비명횡사’…새 기득권 ‘친명’의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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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21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254개 지역구 중 246개 지역의 공천을 완료하면서 사실상 공천 작업을 마무리했다. 현역의원 교체율은 41.2%로 국민의힘보다는 다소 높은 교체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역의원이 교체된 자리에는 ‘친명(친이재명)’인사들이 대거 공천되면서 이번 공천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향한 밑작업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20일 인천 서구 정서진 중앙시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역의원 69명을 교체했다. 대한민국 헌정사 없던 40% (교체율)”이라며 “그 중 41명이 경선으로 교체됐다”고 밝혔다. 이날 조정식 사무총장도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현역의원 교체율이 41.2%에 이르게 됐다”며 “더불어민주당의 현재 현역 의원 전체가 165명인데 그중에서 69명이 이번에 교체되었고 74명이 경선에 나섰는데 그중에서 41명이 경선에서 패배를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현역의원 교체율 41.2%는 최근 총선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때는 현역 의원 129명 중 36명이 바뀌어 교체율 27.9%를 기록했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108명 중 36명이 바뀌어 33.3%가 교체됐다. 다만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최다 의석수를 기록했기에 현역교체가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총선 경쟁 상대인 국민의힘의 현역 교체율은 35.1%(현역의원 총 114명 가운데 74명 공천, 40명 낙천)였다.

지역별로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이 높은 교체율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호남 지역 의원 25명 가운데 13명이 공천을 받지 못해 교체율이 52%로 절반이 넘었다. 광주에서는 8명의 현역 의원 중 강성 친명으로 분류되는 광산을의 민형배 의원을 제외한 7명이 모두 교체 되며 88%로 가장 높은 교체율을 기록했다. 전남의 교체율도 50%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높은 교체율을 내세우며 “당원이 민주당의 주인이란 사실을 증명한 당원 민주주의가 실현된 경선”이라고 경선 결과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기득권 청산이라는 기존 현역 의원 ‘물갈이’의 목적과는 다르게 경선에서 패해 자리를 내어준 현역 의원들은 ‘비명’, 자리를 꿰찬 인사들은 ‘친명’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당 내 새로운 기득권으로서 ‘친명’이 재탄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후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 인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전없던 ‘비명횡사·친명횡재’…상징적 장면은 ‘박용진 탈락’

이번 민주당 공천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재명의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현역 교체율을 앞세워 “혁신 공천”임을 강조했으나 교체된 인물들을 살펴보면 친명계 인사들로 채워져 결국 ‘비명횡사·친명횡재’ 공천이었다는 자조적 비판이 당내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박용진 의원의 공천 탈락은 이번 민주당 총선 공천 국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힌다.

박 의원은 총 3번의 경선 끝에 노무현재단 이사인 조수진 변호사에게 서울 강북을 후보자리를 내줬다. 민주당 대표를 뽑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와의 경선끝에 2위를 차지했던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 3법’, ‘삼성 저격수’ 등 국민적 관심이 모이는 굵직한 현안에 대해 소신껏 의정활동을 해왔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서울지역 당선자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인 64.45%를 기록한 바 있다. 이 대표도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박용진 후보도 공천을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로 분류되면서 이번 총선 국면에서 상징적 인물이 됐다.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에 해당하는 의원들은 ‘경선 득표의 30% 감점’이라는 패널티가 주어진다. 강성당원들을 등에 업은 ‘친명’ 정봉주 전 의원과의 결선 끝에 감산 30% 벽에 막혀 공천이 좌절됐다. 정 전 의원의 공천이 목함지뢰 피해 군인에 대한 막말 논란으로 취소되면서 박 의원에게 공천이 승계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다시 전략경선을 결정했다.

이에 박 의원은 또다시 30% 감산 페널티를 안은 채 여성 신인 가점 25%를 받은 조수진 변호사와 경선을 했으나 결국 패배했다. 박 의원은 경선이 끝난 직후 “패배가 뻔한 경선, 결론이 정해진 경선임을 알고 받아들였기에 새삼 다른 감정은 들지 않는다”먀 “저의 지난 한달 동안 몸부림의 흔적이 우리 정치사에 다시는 없어야 할 일들에 대한 경계석이 되기를 바란다”는 심경을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 심야 최고위원회를 열고 또다른 뇌관이었던 광주 북구갑 정준호 예비후보의 공천을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정 예비후보는 광주 북구갑 경선에서 ‘비명’인 조오섭 의원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지만 전화 홍보방을 불법 운영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공천 후보 인준도 미뤄진 바 있다. 이에 조 의원이 공천을 승계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민주당은 해당 의혹과 정 후보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윤리감찰단 결과에 따라 정준호 후보의 자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7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서울 강북을 전략 경선 참여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이밖에도 ‘비명’계 의원들 대부분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속했고, 30% 감산 페널티를 넘지 못하고 경선에서 사실상 전멸했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박광온 의원, 친문계 핵심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김한정·송갑석·윤영찬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경선에서 탈락했다. 김영주·박영순·설훈 의원 등은 하위 평가에 반발해 당을 탈당하기도 했다.

친문계 좌장이었던 홍영표 의원과 임종석 비서실장은 컷오프(공천배제)를 당했다. 홍 의원도 결국 탈당했다. 김영주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박영순·설훈·홍영표 의원은 새로운미래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문재인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3선 도종환 의원과 여성 최초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상희 의원, 정춘숙 의원, 이용우 의원, 고영인 의원 등이 친명 인사들에 밀려 경선에서 패배했다.

특히나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는 ‘비명횡사’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역 국회의원 8명 중 7명이 고배를 마셨다. 친명 민형배 의원만이 유일하게 생존해 광산을 재선에 나서게 되었다. 서구을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 호위무사’로 불린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이 3자 경선 끝에 공천장을 거머쥐었고, 대선 당시 대변인을 지낸 정진욱 당 대표 특보는 동·남구갑에서 공천장을 받았다. 광산갑에 공천을 받은 박균택 후보 역시 당대표 법률특보로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로 불린다.

대조적으로, 친명 지도부인 정청래·서영교·박찬대·장경태·서은숙 최고위원,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은 경선 없이 기존 지역구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박정현 최고위원도 박영순 의원의 탈당으로 사실상 단수공천됐다. 친명계 핵심인 정성호, 김영진 의원 역시 단수공천 대상에 포함됐다. 공천 심사를 총괄 관리해온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사무부총장을 향한 비명계 의원들의 사퇴 요구도 나왔으나, 이들 역시 단수 공천을 받았다. 지도부 내 비명계로 꼽히는 고민정 최고위원과 이개호 정책위의장 등도 단수공천됐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도 연이어 공천장을 받았다. ‘수박과 싸우겠다’고 발언해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안산 상록갑 경선에서 전해철 의원을 꺾었고, 이 대표 수행비서 출신의 모경종 전 대표실 차장은 인천 서구병에서 신동근 의원을 이기고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강성 친명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인 김우영 전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도 강병원 의원을 꺾고 은평구 을에서 공천을 받았다. 앞서 서울 서대문갑 공개오디션에서 탈락했던 김동아 변호사는 차점자라는 이유로 구제돼 3자 경선에서 최종 승리했다. 김 변호사는 이 대표 측근 정진상 실장의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은 바 있다.

민주당 공천은 이재명 대권도전의 밑그림?“대권 위해 강한 충성그룹 형성하려는 판단”

민주당 지도부는 이같은 경향성에도 “혁신을 넘어서서 공천 혁명”(이재명 대표)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8일 간담회에서 “혁신과 통합은 민주당의 시스템 혁신 공천을 통해 달성됐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일부 언론의 ‘비명횡사’, ‘사천’ 주장은 잘못됐다”고 방어했다.

하지만 간담회에서도 형평성 논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에 대한 해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친문계 의원들의 컷오프 이유를 묻자 “정치적·정무적으로 지역 현안을 논의한 결과 그런 결과가 도출됐다”고 두루뭉수리 답변만 나왔다. (☞관련기사 : 공천 잡음 이어지는데…민주당 “혁신 공천 자부한다”)

다만 민주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김부겸 전 총리는 당내 공천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지난 11일 “공천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컸다”며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과정이야 어쨌든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께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따뜻한 통합의 메시지가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고 짚었다.

김 전 총리는 “투명성, 공정성, 국민 눈높이라는 공천 원칙이 잘 지켜졌는가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께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상처를 보듬고 통합과 연대의 정신으로 국민만 바라봐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에 휩싸인 친명 양문석 후보에 대한 재검증을 당 지도부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 및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윤철 경희대 후머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친문과 대표적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보았을 때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가”라며 “총선 결과에 따라서 민주당은 다시 또 분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친명을 중심으로 당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선거 이후 당내 남아있는 비명 세력과 조국혁신당 등과의 협업 과정에서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당 안팎의 우려에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는 이유에 대해 “(이 대표가) 대권을 위해 강력한 충성그룹을 형성하려는 것 같다”며 “당권 장악의 필요성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사법리스크에 대한 대응도 빠질 수 없다. 사법리스크를 넘어서서 다시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자기 충성집단이 필요하나든 판단이 든 것 같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 대표 리더십의 확장성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는 “최근 박용진 논란에 대해 김부겸 전 총리가 ‘이 대표는 박용진 의원이 차점자라서 공천을 승계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일부 언론에서 이야기 했는데, 이 대표가 정말 그렇게 주장했을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그런 식으로 공천 논란을 덮어보려고 했다면 수권 야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지지를 확장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우려되고 의문점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원들의 색체도 ‘친명’이 짙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교수는 “민주당이 팬덤정당이 됐다. 민주당이 팬덤정당의 성격을 띄게 되면서 정당과 사회가 괴리감이 생기고 멀어지게 된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필요한 주요 의제도 못 다루고, 동시에 정치는 그 자체로 갈등이 심화되는 방향으로 이미 전개 중에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는 반대편에 강력한 윤석열 정권이라는 상대가 있으니까 이렇게 해야만 이길 수 있다는 자기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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