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마포갑 누비는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
길에서 만난 시민들 “이미 누군지 안다” 호평
공덕시장 호남향우회 모임 찾아 인사하고
학부모 만남·’교육발전 특구’ 공약 발표도
최근 정부·여당의 고전에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의 서울·수도권 선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존재하지만, 이곳에선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 점퍼를 착용했음에도 호남향우회에서 환대를 받았으며, 그를 먼저 알아본 시민들이 “또 보는 거잖아” “저번에 봤다” “어제 만났다”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팬을 자처하며 응원 열기를 더했다.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노웅래 의원 부자가 40여 년 간 지역에 뿌리를 내리며 야세(野勢)가 강한 지역으로 불리던 서울 마포갑에서였다.
20일 오후 조정훈 국민의힘 마포갑 후보의 일정을 동행 취재했다. 첫 일정으로 마포초등학교 앞 학부모 인사 일정을 따라가 지역 분위기를 살폈고, 이후 국회 기자회견과 비공개 면담들을 마치고 돌아온 그를 공덕시장에서 다시 만났다. 공덕시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30분, ‘공덕시장 호남향우회’와 약속된 만남을 앞두고였다.
앞선 일정에선 ‘학부모’라는 한정된 층을 만났다면, 이보다 뒤의 일정에선 시장과 지하철역 인사를 하는 등 조금 더 여유롭고 폭넓게 지역의 바닥 민심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했다.
조정훈 후보는 공덕시장 골목을 지나가면서 한 명 한 명 시민에게 명함을 주며 인사했다. 조 후보를 알아보는 시민들과, 조 후보의 승리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총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음이 체감됐다. 이날 기준 총선은 단 21일이 남았고, 당장 이튿날부터는 총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이날 동행 취재에선 마포갑이 ‘격전지’로 변화했단 기류를 지표상 아닌 실제 분위기로 인식하기 충분했다. 조 후보가 처음 지역에 왔을 때에 비해 지금은 지역에서의 인지도가 크게 부상한 상태라고 했다.
서울 마포갑은 21대 총선에서는 노웅래 의원과 강승규 후보 간 득표 차가 13.04%p로 국민의힘이 크게 패했던 지역지만, 최근 나온 여론조사에 따르면 험지에서 탈피해 격전지가 된 모습이다. 한길리서치가 폴리뉴스 의뢰로 지난 2~3일까지 100%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3.7%,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가 41.5%를 얻었다. 오차범위 내(±4.4%)인 2.2%p 격차의 접전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조 후보가 공덕시장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이지은 민주당 마포갑 후보가 이곳을 둘러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 후보가 인사를 하러 들어간 한 식당에서는 한 시민이 앞서 받은 이지은 후보의 명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가, 이번엔 조 후보의 명함을 받자 조 후보의 명함 뒷면을 찬찬히 훑기도 했다.
한 기름집에서는 여럿의 시민들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조 후보의 발걸음을 잡으며 격려했다. 이들은 응원의 의미로 한 잔의 술을 주려고 했으나 조 후보는 이를 한사코 거절했다. 대신 “이겨보겠다”고 말하며 이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이들은 조 후보가 시장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가는 길에도 응원을 하며 배웅했다. 조 후보는 머리 위로 손을 올린 다음 이들을 향해 흔들었다.
시장 골목을 어느 정도 걷다보니 예정된 일정을 위한 장소에 도착했다. 조 후보가 약속 장소에 들어가자 공덕시장 호남향우회 사람들은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조 후보는 “추운 날씨에 귀하게, 이 자리에 이렇게 와서 인사드리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함안 조씨냐’라고 물으며 환대하는 사람도 있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후 조 후보는 마포역 퇴근길 인사를 하기 위해 이동했다.
조 후보는 마포역으로 향하는 길에도 상가 곳곳의 상인들을 만나 “아이고 추워요” “물가가 비싸서 죄송하다. 노력하겠다” “열심히 하겠다”는 인사를 이어갔다. 조 후보가 명함을 나눠주려 하니, 반가운 기색을 하며 “알고 있어요~”라고 답하는 이들도 꽤 눈에 띄었다. “열심히 하겠다”는 인사도 공허한 일방의 인사가 아니라, 여기에 대해 “네에~”라는 답도 꽤 돌아왔다. 한 국밥집에서는 조 후보가 들어가자마자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응원을 하는 남성도 만났다.
다시 길으로 나와 만난 한 남성은 상대 당을 겨냥하면서 “당선되시라. 그 사람들 몹쓸 사람들”이라고 먼저 응원 메시지를 건네기도 했다. “당선되세요” “팬이에요”라는 목소리도 공덕시장 골목 곳곳에서 들려왔다.
이어 마포역에 도착한 조 후보는 ‘조정훈, 2, 국민의힘’이란 글자가 적힌 홍보물을 걸고 한참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던 중간에는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는 정치무관심층, 또 젊은 연령층의 마음을 얻는 것에 대한 고심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도 곧바로 한 청년이 “영광입니다”라며 조 후보에게 다가와 인사를 한 뒤 가던 길을 갔다. 바닥 민심이 반응하고 있긴 하지만, 젊은 층 위주로 여전한 야세를 크게 극복하는 것은 아직 숙제로 자리한 상황이다.
마포역에서도 지하철이 역에 도착할 때마다 쏟아지는 인파들 중, 먼저 조 후보에게 악수를 청하고 또 ‘파이팅’을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조 후보는 “이번엔 이기겠다”라고 다짐하고, 시민들을 향해 “내가 후보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이곳에서도 복수의 사람들은 “우리 저번에 만났다”라고 반가운 기색을 보였고, “TV에서 잘 보고 있다” “필승하세요 필승!”이라며 조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한 시민이 “국회의원들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 쓰레기”라고 조 후보에게 국회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자 최근 ‘마포~여의도까지 쓰레기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 중인 조 후보는 “바꿔보겠다”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조 후보는 40분간 마포역 인사를 하며 시민들을 향해 “깨끗한 정치,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다졌다.
조 후보에 대한 시민의 환대는 오후 첫 일정이었던 마포초등학교 앞에서도 종종 목격됐다. 동행 취재를 한 오후 내내 명함을 땅에 버린다거나, 조 후보의 앞에서 후보자나 국민의힘에 대한 비토를 쏟아내는 이는 만나지 못했다.
오후 12시 30분, “조정훈입니다”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던 인사는 학부모들이 점차 몰려들자 “공개수업 오신 거예요?” “살짝 안 늦으셨어요?” “올라오시느라 고생했다”라는 대화로 이어졌다. 참관수업 시작 3분을 남기고 도착한 학부모는 “팬이에요!”라고 외치며 학교로 뛰어들어갔고, 인근을 지나던 동네 주민인 노년 여성도 “전에도 봤다. 열심히 하라”라고 그를 응원했다. “바쁘다”면서도 “사진을 찍어달라”라고 부탁해 기념촬영을 한 뒤에 들어간 사람도 있었다.
마포초등학교 학부모 인사 현장에서 만난 한 장년 여성은 “나는 마포구에 50년 산 토박이”라면서 “너무 강해도 안되고 서민들한테는 부드러워야 한다. 국회에서는 강하게 밀지만 서민들 앞에서는 약한 편에서 손을 흔들어줘야 한다”고 조 후보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조 후보는 이어진 국회 기자회견에선 전날 강변북로 지하화 조기착공 1호 공약에 이은 ‘2호 공약’ “마포를 교육발전특구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마포는 명문고가 없어 구민들이 학군 유학을 떠나기도 하는 곳이다.
조 후보는 “마포구의 학생수 당 학원 수는 1위 강남, 2위 서초에 이어 3위이다. 목동이 있는 양천구는 이미 넘어섰다”며 “문제는 사교육과 공교육의 격차”라고 꼽았다. 이어 “우리 마포갑은 지난 정권의 획일화된 교육정책의 피해지역”이라며 “자사고 폐지정책 때문에 지역 내 유일한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됐다. 그 결과 ‘학군유학’이란 말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교육발전특구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교육부가 양질의 교육을 위해 적극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직 서울은 한 곳도 지정되지 않았다”면서 “더 이상 교육때문에 마포를 떠나지 말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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