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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배정 발표가 예정된 20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새 회장을 뽑는 선거에 돌입한다. ‘강경파’ 후보가 대거 출마한 만큼 당선 이후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 출마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부터 사흘간 전자투표 방식으로 제42대 회장 선거를 실시한다. 임기는 3년이며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하다. 후보는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겸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대표 등 5명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득표자 2명을 두고 25~26일 결선 투표를 한다.
의협은 의료법이 규정한 법정단체로 의사들은 의사 면허를 받으면 자동으로 가입된다. 이에 따라 회원 수가 13만 8000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투표를 할 수 있는 회원은 5~6만 명이다. 일정 기간 회비를 꾸준히 내 투표권을 갖게 된 회원이 60% 수준이기 때문이다.
후보 중에서는 임현택 회장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고 박명하 회장도 대정부 강경 자세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평소에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던 회원들이 대부분인 만큼 개표 이전까지 표심의 향방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후보의 대부분이 강경파여서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대정부 투쟁의 수위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5명의 후보 중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후보는 정운용 대표뿐이며 다른 후보들은 그동안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정부를 향해 독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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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회장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말실수를 ‘의새 논란’으로 부각시켰고 전날에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달 18일 복지부로부터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박 회장은 “향후 추가적인 행정처분, 경찰과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도 흔들림 없이 (정부 정책) 저지 투쟁에 선봉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이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정부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 회장에게 생명과도 같은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며 “우리 의사들의 의지를 모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앞장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정치권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차기 회장 선출을 계기로 집단 휴진이나 야간·주말 진료 축소 등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이날 의대 정원 배분을 발표하고 조만간 집단 사직 중인 전공의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면 새 집행부가 곧바로 집단행동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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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협이 집단행동을 나서더라도 의료계 대표성 논란으로 입지가 약해진 상황이나 집단행동 참여율이 높지 않았던 과거의 사례를 고려하면 파급력이 제한적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8일 의협이 의료계 대표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의료계에서 중지를 모아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조 장관 역시 같은 달 29일 “의협에는 개원의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됐는데 필수의료 확충과 관련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의 목소리와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의협이 정부의 의대증원 추진에 맞서 집단휴진을 했을 당시 참여율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당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참여율이 80%를 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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