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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언론관 파문, ‘입틀막’에서 ‘칼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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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목소리 높인 시민들이 입을 틀어막힌 채 끌려 나간 ‘입틀막’ 논란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정권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 기자에게 과거 ‘회칼 테러’를 언급해 ‘칼틀막’이라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황상무 수석에 대한 사퇴, 경질 요구에 적극적인 조치나 해명에 나서지 않는 대통령실 대응이 이어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 문제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황상무 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발언은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황 수석이 자신의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뒤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황 수석은 왜 MBC를 향해 이런 말을 했냐는 질문에 ‘농담’이라며 ‘정보보고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황 수석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 발언 또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지난 1988년 8월 군사정권 비판 칼럼을 쓴 오홍근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에게 흉기로 허벅지를 찔리고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오 전 기자의 유족들은 황 수석의 이번 발언이 ‘언론 협박 발언’이라며 분노를 표하고 있다.

발언 당사자인 황 수석과 대통령실의 입장문은 사태를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16일 황 수석은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있게 처신하겠다”는 사과 입장을 냈으나 당장 ‘네 줄 사과’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지난해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이후 18일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로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반박했다. 황 수석 발언에 대한 언급이나 그의 거취에 대한 판단,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에 대한 입장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언론계 비판은 거세다.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현 정부들어 여권의 좌표찍기에 여러 번 시달려온 MBC 기자들에게는 고위 공직자의 이와 같은 언급은 권력의 ‘살기(殺氣)’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며 황 수석을 향해 “방송기자 출신으로서 말의 무게와 중함을 여전히 두려워한다면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도 황 수석 사퇴를 촉구하면서 “평생 군사독재에 맞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오홍근 기자에 대한 만행을 태연하게 언급한 것은 언론의 비판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모든 기자를 표적으로 ‘테러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해임 촉구 언론현업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해임 촉구 언론현업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신문도 거취를 압박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6일자 사설에서 “황 수석은 농담이라고 했다지만 이런 농담도 있나. 기자 출신인 황 수석은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반언론적 망언인지도 모르는 사람인가. 언론 단체들이 ‘언론계 전체에 대한 협박’이라며 황 수석 사퇴를 촉구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19일자 사설에서 “황 수석 문제도 버틴다고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권도 대통령실 대응을 총선 악재로 간주하고 비판을 높이는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7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을 비롯해 이번 총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실 출신 여권 인사들도 한 전 위원장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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