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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값 내리니 이젠 설탕이 타깃”…정부, 제당 3사 담합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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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계란 판매대를 찾아 가격을 점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 윤 대통령, 송미령 농축식품부 장관.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계란 판매대를 찾아 가격을 점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 윤 대통령, 송미령 농축식품부 장관.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생필품 물가 인하를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민 생필품인 설탕을 제조하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에 대해 담합 혐의 현장 조사에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본사에 조사원들을 파견해 현장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시장 내 지배적 지위를 가진 이들 업체가 ‘짬짜미’를 통해 설탕의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당 3사는 지난 2007년에도 15년간 출고 물량과 가격을 담합해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511억3300만원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공정위의 이날 조사는 생필품 물가를 잡기 위한 범정부 대응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물가 상황을 점검하면서 “정부는 장바구나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 같은 불공정 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설탕은 지난달 기준으로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20.3% 상승하면서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설탕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설탕이 원료인 과자·빵·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과일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과일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공정위도 정부의 물가 안정 총력전에 발을 맞추고 있다. 올해 업무 추진 계획에서도 공정위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으로 직결되는 의·식·주 분야에 대한 담합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지난 19일 “다음달 1일부터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에 결국 ‘백기 투항’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제분과 삼양사 역시 조만간 가격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 품목은 중력 밀가루 1㎏·2.5㎏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 등 3종이다. 인하 폭은 대형마트 정상 가격 기준으로 제품별 3.2~10%로 평균 6.6%다. 부침용 밀가루와 중력 밀가루는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전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며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사옥 전경.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 사옥 전경. [CJ제일제당 제공]

그간 정부는 국제 원맥 가격이 하락세인 점을 들어 계속 밀가루 업계를 압박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식품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으나, 밀가루‧식용류 등 식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는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정부의 압박으로 식품업계는 라면·빵·과자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이번에도 정부 요구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다만 업계는 밀가루에 이어 설탕까지 노골적인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강조하는 이번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기업의 경제 활동에 대해 간섭과 압박의 강도가 가장 센 것 같다”며 “설탕의 경우만 살펴봐도 최근 설탕 가격지수도 지난 1월보다 3.2% 올라 인하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실을 역행하는 과도한 개입은 시장 왜곡을 부를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포스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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