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임기 만료에도 선거일정 공지 없어…’개헌 준비’ 원인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우리의 총선에 해당하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지연되고 있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초 예고한 개헌 준비가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9일 취재진과 만나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나 현재까지 제15기 선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헌법상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의 임기는 5년이며, 현재의 제14기는 2019년 3월 10일 선거로 선출됐다. 첫 회의는 약 한 달 후인 4월 11일 열렸으며, 당시 회의에서 헌법도 개정됐다.
14기 대의원 임기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선거일부터 첫 회의일 사이라고 볼 때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각급인민회의대의원선거법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선거 60일 전에 대의원 선거 일정을 공고해야 한다. 김정은 집권 후 제13·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때도 60일 전에 일정이 공고됐다.
14기의 임기 만료를 고려하면 15기 대의원 선거 일정이 한참 전에 공고됐어야 하지만 북한 매체에는 아직 아무런 언급이 없다.
과거 대의원 임기가 5년 이상이었던 적이 있긴 하다.
1990년 4월 구성된 제9기 최고인민회의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임기가 8년 이상 지속됐다. 상황에 따라 임기가 길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제15기 선거 움직임이 없어 통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김정은이 헌법을 고쳐야 한다고 직접 언급한 것이 대의원 선거 지연과 연관이 있지 않은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개헌안 준비가 마무리된 뒤에 15기를 구성하려 하거나, 14기에 아예 개헌안 심의까지 맡기려는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쟁시 대한민국을 공화국 영역에 편입하는 문제’ 등 영토 조항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현재 헌법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서해 ‘해상 국경선’ 등 영토 조항 반영을 위해선 정전협정 등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5년마다 치르게 돼 있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임기가 길어진 전례가 있다”며 “개헌안 준비를 고려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중 선거 일정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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