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때만 마이크 사용…회견 후에는 ‘손나팔’로 지지 호소
시민이 김치 건네도 난감한 기색…불필요한 사법 논란 차단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최평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위반 소지를 만들지 않으려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자신뿐 아니라 후보자들의 행보가 법의 테두리를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선거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19일 민주당에 따르면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전국 곳곳을 훑고 있는 이 대표는 지지자와 시민들이 몰린 현장에서 마이크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장 취재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할 때는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지만, 회견이 종료되면 바로 마이크를 내려놓고 손나팔을 한 채 큰 소리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는 확성장치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59조를 지키려는 것이다.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은 이달 28일 시작된다.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에 마이크 등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2021년 대선 예비후보 신분이던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 마이크를 들고 선거운동을 했다가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민주당의 서울 도봉갑 안귀령 후보가 지역 노래교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노래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현재 도봉구 선관위는 관련 내용을 접수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런 상황 탓에 이 대표는 현장 방문 중 선거법 규정문제로 다소 민감한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그는 지난 14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지역 관계자가 자신에게 피켓을 건네자 “선거법을 검토했느냐”고 물었다.
이 피켓에는 ‘오직 민생, 오직 대덕, 실력 있는 박정현’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 대표는 답변을 못 하는 해당 관계자에게 “선거법 검토했어요? 선거법 검토했어요? 아니, 선거법 검토했냐고”라고 언성을 높이며 몰아붙였다.
공직선거법 60조를 보면 총선 예비후보자는 자신이 예비후보자라는 것을 나타내는 어깨띠 등의 표지물을 착용하거나 소지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는 예비후보자 본인만 가능하다.
이 대표는 이런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현장 방문에서 대체로 아무 글자가 쓰이지 않은 점퍼를 입는다.
그는 지난 6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해서는 시민이 반찬통에 든 김치를 건네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당직자에게 문제가 없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처럼 이 대표가 조심스러운 행보를 고집하는 것을 두고 이미 자신과 배우자 관련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로 사법 논란에 빠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hye1@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