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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했던 국민의힘 공천, 결국 ‘친윤불패’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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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막말 논란으로 후보 자격이 박탈된 장예찬(부산 수영)·도태우(대구 중·남구) 전 후보의 지역구 공천을 마무리 지으며 전체 254개 지역구에 대한 공천을 모두 마쳤다. 16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낸 이번 공천은 잡음 없는 ‘조용한 공천’이란 평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론 현역과 친윤의 강세가 재확인된 ‘친윤불패’ 공천으로 남았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지난 17일 오후 부산 수영에 정연욱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대구 중·남구에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을 전략공천했다고 밝혔다. 두 지역구는 ‘난교’ 언급 등 막말 논란이 일어난 장예찬 전 최고위원과 5.18 폄훼 논란이 일은 도태우 변호사가 각각 후보자 자격을 박탈 당하며 자리를 비운 지역구다.

이외에도 공관위는 이은권 전 의원(대전 중구),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경기 포천·가평), 강명구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경북 구미을)의 최종 경선 승리를 알렸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전체 254개 지역구에 대한 공천을 모두 마무리했다.

국민의힘 공천의 가장 큰 경향성은 친윤과 현역의 강세였다.

먼저 현역 114명 중 총 74명이 공천을 받고, 40명은 공천을 받지 못해 ‘현역 물갈이’ 대상이 됐다. 교체율은 35.1%로 공관위 목표치인 35% 턱걸이다. 이마저도 지난 총선 당시의 43.5%엔 미달하는 수치고, 교체율 또한 초·재선 비율이 중진보다 높았다.

이 35.1%라는 수치는 불출마나 경선을 포기한 의원들 18명을 포함한 것이다. 컷오프와 경선 패배, 혹은 공천 취소 등으로 자리를 내준 의원만으로 물갈이 폭을 한정한다면 수치는 18.4%로 줄어든다.

현역 의원들의 대거 생환으로 국민의힘 공천은 ‘비명횡사’ 논란의 더불어민주당 공천에 비해 조용한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천을 신청한 용산 참모 출신 인사들 중 주로 행정관급 인사들은 최종 공천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 당초 예상됐던 ‘용산 공천’ 비판도 피해갔다. 그러나 생환한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번 공천의 키워드였던 ‘현역불패’ 경향성이 ‘친윤불패’로 곧바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정영환 위원장과 이철규 위원 등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히 이뤄진 ‘친윤불패’ … ‘연판장 초선’, 지역구 현역 38명 중 27명 생환

권성동(강원 강릉),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윤한홍(경남 창원 마산회원),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 등 ‘친윤게 핵심’, ‘원조 윤핵관’으로 불리는 이들은 모두 단수 공천을 받았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친윤 간판을 내걸고 당권을 잡은 김기현 전 대표(울산 남구을) 또한 이변 없이 최종 공천을 받았다.

비례대표 초선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리며 친윤계 핵심으로 꼽혔던 이용 의원도 경기 하남갑 지역구에 안착했다. ‘윤핵관 중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의 경우 공천 국면이 시작되기 전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장 의원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해당 지역구에 단수공천되며 ‘지역구를 물려받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전당대회 당시 김 전 대표의 상대 후보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연판장에 서명, 이후 ‘친윤 초선’의 기준이 된 이른바 ‘연판장 초선의원’들의 거취도 이번 총선의 주목할 만한 키워드다. 총 48명의 의원들 중 27명이 공천을 받았고 그중 13명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이중 김선교(경기 여주·양평) 전 의원의 경우, 지난해 선거캠프 회계책임자에게 벌금 1000만 원 형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음에도 본인의 지난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았다.

연판장 초선의 생환 비율을 따지면 56%로 과반을 조금 넘긴 비율이지만, 조건을 세세하게 따져보면 ‘친윤불패’ 경향성은 더욱 강화된다. 48명의 의원 중 10명이 비례대표인데, 친윤계 핵심 이용 의원과 원내대변인을 맡은 전주혜 의원이 각각 경기 하남갑과 서울 강동갑에 공천을 받은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낙천했기 때문이다. 즉 연판장 초선의원 중 지역구 현역 의원만으로 범위를 좁히면 38명의 의원들 중 25명이 공천을 받은 셈이다. 비율로는 65.7%다.

공천을 받지 못한 연판장 지역구 초선 13명 중 7명의 경우, ‘누구에게 자리를 내줬는지’도 살펴볼 만하다.

김영식(경북 구미을) 의원은 강명구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비서관에게, 불출마를 선언한 윤두현(경북 경산) 의원은 조지연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에게, 탈당한 황보승희(부산 중·영도) 의원은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각각 자리를 넘겨주며 용산 참모 출신과 교체됐다. 전봉민(부산 수영) 의원은 막말 논란 끝에 후보자 자격을 상실한 장예찬 전 최고위원에게 밀려 낙천했는데, 장 전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당시부터 측근으로 알려진 원외 친윤인사다.

임병헌(대구 중·남구) 의원을 제치고 후보자가 된 도태우 변호사 역시 5.18 폄훼 논란으로 후보자 자격을 최종 상실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인 도 변호사가 공천을 받은 당시엔 ‘친박 챙기기’를 위한 “정무적 판단”(정영환 공관위원장)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구 달서갑의 홍석준 의원 또한 친박에 자리를 내준 사례다. 박 전 대통령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홍 의원 대신 달서갑 지역구에 단수공천되며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이외 안병길(부산 서·동구) 의원은 곽규택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에게 밀려났다.

낙천된 ‘연판장 지역구 초선’ 13명 중 7명은 용산·각료·친윤·친박·검사 출신의 인물에게 자리를 내준 셈이다. 다만 장 전 최고위원과 도 변호사가 중도 탈락하면서 해당 사례의 최종 수치는 13명 중 5명이 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분당갑 후보, 김은혜 분당을 후보가 8일 경기 성남시 금호행복시장을 찾아 누룽지를 사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 약세? ‘고위 참모’는 대부분 공천 … 건너지 못한 ‘극우의 강’도 변수로 작용

당초 38명으로 공천 레이스를 시작한 용산 대통령실 참모 출신 인사들은 행정관급 등 낮은 직급 인사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의외라는 평을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용핵관’이라 불리는 고위급 참모들의 경우 대부분 생존소식을 알렸다.

강승규(충남 홍성·예산) 전 시민사회수석, 임종득(경북 영주영양봉화)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장성민(경기 안산갑) 전 미래전략기획관, 김은혜(경기 성남분당을) 전 홍보수석 등 고위급(차관급 이상) 출마자는 모두 공천을 받았다. 비서관급에서는 당초 용핵관 평가를 받았던 주진우(부산 해운대갑) 전 법률비서관과 이원모(경기 용인갑) 전 인사비서관, 전희경(경기 의정부갑) 전 정무1비서관 등이 공천을 받았다.

앞서 윤두현 의원의 교체사례로 언급한 조지연(경북 경산) 전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의 경우 행정관급이지만 정치권 진입시기부터 윤 대통령을 보좌해온 원조 ‘찐윤’으로 꼽힌다는 평가다. 역시 윤 대통령 보좌진의 ‘원년 멤버’로 꼽히는 신재경 전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인천 남·동구을에서 최종 공천을 받았다.

용산 참모 출신의 수적인 약세로 당초 예상된 ‘용산 공천’ 비판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웠던 국민의힘 공천이었지만, 공천 후반부에는 예상치 못했던 ‘극우 논란’이 변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현재는 공천이 철회된 도태우(대구 중·남구) 변호사와 더불어 대전 서구갑에 공천을 받은 조수연 후보, 경기 광명갑의 김기남 후보가 주인공이다.

과거 본인의 페이스북에 “(조선) 백성들은 진실로 대한제국의 망국을 슬퍼했을까.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는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는 글을 올린 사실이 밝혀져 대한광복회를 찾아가 부부 동반 큰절 사과를 감행한 조수연 후보는 지난 2021년 제주4.3을 비하하는 글을 쓰기도 했지만 여전히 후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 후보는 2021년 4월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제주 4.3항쟁 추념사 일부를 인용한 뒤 “Moon의 제주 4.3에 대한 역사인식이다. 어이가 없다”며 “당시 제주폭동을 일으킨 자들이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는가! 아니면 김일성, 박헌영 지령을 받고 무장 폭동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를 꿈꾸었는가. 역사를 왜곡하면 안 된다. 그것도 대통령이란 사람이!”라고 썼다.

김기남 후보는 지난 2020년 페이스북에서 21대 총선 결과에 대해 “미통당(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우파가 졌다고 패인을 분석하고 반성하지 말라”며 “공정한 선거에서 졌다면 당연히 그리 해야겠지만 사전투표 조작 가능성이 높은 지금은 부정선거에 대한 투쟁이 먼저”라고 하는 등 부정선거론을 주장했다.

그는 같은 해 “전두환 전 대통령 욕할 것 없다”며 “40년 전, 광주 사태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때도 모든 언론은 ‘아닥'(침묵)하고 있었다. 지금 4.15 부정선거에 대한 ‘블랙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모든 주류언론들은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고 쓰는 등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 표현하기도 했다.

도 변호사가 5.18 폄훼 발언에 이은 극우커뮤니티 ‘일베’ 의혹 등으로 공천을 철회당한 반면, 국민의힘은 제주4.3과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등 극우적 사상을 보인 두 후보에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 관련기사 : ‘극우의 강’ 건너다 만 국민의힘, 도태우는 잘라냈지만…)

▲ 도태우 변호사(자료사진). ⓒ연합뉴스

與 후보 대부분은 ‘5060 남성’? 정치신인 강조했지만 청년·여성은 약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공관위는 애초 “더 젊어진 청년 공천의 기반을 마련했다”(정영환 공관위원장)며 이번 공천에서 정치신인, 청년, 여성 등 정치적 소수자들의 약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마무리된 공천의 결과는 대부분의 후보자가 5060 남성으로 채워지는 등 정반대였다.

전체 254명 중 223명이 남성(87.7%), 31명이 여성(12.2%)으로 구성됐다. OECD 38개국 중 최하위권에 속하는 한국의 국회의원 여성비율(18.5%)에도 미치지 못하는 여성후보자 비율이다. 연령대로 따져보면 120명이 60대(47.2%), 85명이 50대(33.5%)로 5060 세대가 전체의 80%에 육박했다. 70대인 후보도 11명으로 전체 후보자 중 40대 이하 비율은 20%를 밑돌았다.

한 위원장은 공천 말미에 국민추천제 도입 등을 통한 “정치적 보정”으로 청년, 여성 등 정치신입의 제도권 진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국민추천제로 공천된 인물 5명 중 여성후보는 1명, 30대 후보와 40대 후보도 각각 1명에 그쳐 한 위원장의 발언은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 앞서 공관위는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여성·청년 비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는데, 이날 공개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명단에선 당선권으로 여겨지는 20번대 내에 30대 이하 후보자가 세 명만 공천되기도 했다.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여성·청년 배치를 검토한다고 했는데 기대에 못미치지 않나’ 묻는 질문에 “정치에선 40대도 청년”이라며 “20대 초반에 특별한 전문성을 닦기 전에 국회의원이 되면 4년 후에 그분한테 좋은 일일지 (의문이다.) 젊은 20대가 현실적으로 (정치권에 진입하기는 어렵고) 3040을 청년으로 봐야하지 않을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여성, 청년 등이 정치권에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치적 보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한 위원장의 발언과는 일견 배치되는 설명이다. 유 위원장은 여성 공천에 대해서도 “젊은 청년들, 특히 여성들이 (선거에) 나가는 게 녹록하지 않다”며 “30대~40대 청년, 전문성 있는 여성 (후보를) 선별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유일준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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