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체리·키위·망고스틴 등 과일 총 29종에 대해 ‘관세 인하’를 적용해 과일값을 낮출 방침이다. 오는 4월 말 종료될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는 국제유가 불안이 지속될 시 추후 연장을 검토하고, 공공요금도 상반기엔 동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이런 방침을 밝혔다. 최근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률이 3%대로 튀어 오르자, 기재부가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전방위적인 가격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우선 정부는 사과·배 등 국내 공급이 부족한 과일을 대체할 수 있도록 수입 과일 공급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기존 24종이었던 관세 인하 품목에, 체리·키위·망고스틴·조제(통조림) 복숭아·조제 체리 등 5종을 추가한다. 관세 인하를 적용하는 물량도 무제한으로 확대한단 계획이다.
바나나·오렌지 등을 중심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직수입 물량도 확대해 3·4월 집중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해당 물량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소비처에 공급될 수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과일값 폭등 현상이 유통 구조의 문제보단 철저히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사과는 전년 생산량이 30.3% 감소해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고, 시설 채소류도 일조량 부족으로 올 초부터 작황이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랐다”며 “사과의 도·소매 가격 차이(1만9472원)도 2020년(6만원)에 비해 굉장히 작다”고 했다.
이어 “사과·배 수요 일부를 다른 수입 과일로 보충하는 방법으로 수급 관리할 것”이라며 “가격을 전년 수준으로 떨어뜨리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추가 상승을 막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4월이 되면 수급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박 실장은 “수박·복숭아·참외 등 과일이 다음 달 중 선(先)출하되면서 과일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햇사과도 7월부터 일부 출하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냉해·탄저병 예방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5일 발표한 1500억원 규모 ‘긴급 가격안정자금’도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관련 재원 확대와 관련해선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상·하반기 기존 예산 잔액부터 먼저 집행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먹거리 가격뿐 아니라, 석유류·서비스 등 여타 품목 물가 안정에도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이날 “석유류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4월 이후에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공식품의 경우 옥수수·대두·설탕 등 주요 원료 관세 인하를 병행하겠다”며 “식품 업계도 원가 하락이 가격에 반영되도록 협조해 달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했다. 농산물·석유류 등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3.2%, 지난 1월 2.8%로 이어오던 둔화 흐름에 제동이 걸리면서, 최근 정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에도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물가 문제에 있어서는 모든 직원이 긴장감을 가지고 ‘물가 지킴이’가 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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