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연 국민의힘 후보 검증 차원에서 그의 저서를 인용 보도한 민중의소리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이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의 ‘공정보도 준수촉구’ 결정을 받았다. 민중의소리는 “후보자 검증 보도가 위축될 수 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지난 13일 민중의소리 <[단독] ‘인천 연수갑’ 국민의힘 정승연 “한국인들 반일 감정엔 피해의식, 열등의식 병존”>(3월6일자) 보도에 대해 ‘공정보도 준수촉구’ 결정을 내렸다. ‘공정보도 준수촉구’는 불공정 보도에 대한 권고 성격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조치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민중의소리가 정 후보의 저서 일부분만 인용해 부제목을 썼으며, 정 후보의 일본에 대한 인식을 왜곡해 전달할 우려가 있다며 불공정 보도라고 판단했다.
민중의소리 부제목은 “한국인들 반일 감정엔 피해의식, 강박관념, 열등의식 병존”, “일본인들의 혐한은 한국의 반일에 대응한 것”, “한일 관계 파국의 배경엔 한국 국민들 반일 감정이 자리하고 있어”다.
민중의소리는 심의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민중의소리는 18일 제출한 재심청구서에서 저서 원문을 그대로 보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특정 부분의 발췌, 축약이 불가피한데 어떤 부분을 보도할지는 언론사의 보도가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또 민중의소리는 축약한 문장을 제목과 부제목에서 사용하는 건 일반적인 보도 형식이라면서 “맥락을 왜곡했는가 아닌가는 독자들이 판단할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보도 대상의 반론권을 충실히 보장하는 문제이고, 반론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바 있다”고 했다.
강경훈 민중의소리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부제목이) 전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는 이상 (축약은) 용인되는 것이 있다”며 “이런 식의 심의가 내려지면 후보자 검증 보도가 위축될 수 있다. 후보자의 역사 인식은 선거 국면에서 중요한 검증 포인트인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가) 보도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가 된 책은 정 후보가 2021년 출간한 <일본, 동행과 극복>이다. 민중의소리는 보도에서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은 복잡하다. 일본 제품과 일본 요리를 좋아하고 일본 여행을 그렇게 많이 가면서도 일본과 갈등이 생기면 온 국민이 반일로 뭉친다… 거기에는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핍박받았다고 하는 피해의식과 언젠가는 그 빚을 갚아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병존한다. 우리가 부족해서 당했다는 열등의식도 존재한다”는 책 대목을 소개했다.
또 민중의소리는 책의 “(일제 강제동원 가해 기업 배상 책임 판결 이후) 한일 관계가 이렇게 파국으로 치달은 배경에는 양국 국민들의 상대에 대한 깊은 불신, 즉 반일과 혐한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내용을 전하며 “이러한 표현들은 반일 정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과거 일본의 불법 침략 및 전쟁범죄의 심각성은 물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문제의식을 지우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SNS에서 공유한 뒤 “윤석열 정권이 대일굴종외교로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더니, 이에 발맞춰 여당은 ‘친일 망언’ 인사들을 앞세워 총선을 치르기로 작정한 모양”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7일 민중의소리와 강경훈 기자, 이 대표를 검찰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 후보는 언론에 고소 사실을 알리면서 “선거를 한 달 여 앞두고 민중의소리 등 일부 정치편향적 언론 매체와 이 대표가 총선용 친일몰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정 후보는 저서에 “역사문제를 경제나 안보로까지 비화시킨 아베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 문제가 있다”, “강제징용 등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으로부터 확실한 사죄와 보상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국은 무조건적 반일이 아니라 경제나 외교 측면에서 일본을 활용하며 극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며 “악의적으로 편집된 기사를 통해 저서가 마치 친일행위를 옹호하는 내용인 것처럼 묘사했다”고 했다.
정 후보는 15일 페이스북에서 심의 결과를 전하면서 “허위사실과 왜곡보도를 행한 민중의소리 기사를 확인도 거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수차례 반복적으로 주장하며 무고죄를 운운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공직선거법에 의해 인터넷 선거보도를 심의하는 기구다. 정당·방송통신심의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학계·법조계 등이 위원을 추천하며 △공정보도 준수촉구 △주의 △주의조치알림문 게재 △경고 △경고문 게재 △반론보도문 게재 △정정보도문 게재 등 조치를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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