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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두고 또 바뀐 민주 ‘고무줄 경선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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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막말·거짓말’ 논란으로 정봉주 전 의원 공천을 취소한 서울 강북을 지역구의 경선 방식을 돌연 바꿨다. 통상 민주당 지역구 후보 경선은 일반국민 50%·지역 권리당원(6개월 이상 당비 납부) 50%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민주당은 이곳을 ‘전략 경선 지역’으로 바꾸고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원천 배제했다. 이재명 대표 지지세가 막강한 권리당원의 표심만 100%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현역 박용진 의원은 비명(非이재명)계 대표 인사로, 원외 친명계 등 권리당원 조직이 나서 박 의원 낙선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민주당은 18일 오후부터 이틀 간 강북을 경선 여론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촉박한 총선 일정 등을 고려해 안정적으로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양자 경선을 택했다”며 박 의원과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의 2인 경선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강북을 경선 방식을 강북을 권리당원 30%·전국 권리당원 70% 투표로 변경했다. 강북구 후보를 선정하는 투표의 70%를 타지역 권리당원에 맡긴다는 것이다.

박 의원 측은 ‘중복투표’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강북구 유권자로 등록된 권리당원이 사실상 전국 당원 투표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명계 권리당원이 ‘1인 2표’를 행사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강북구 국회의원 후보를 뽑는 데 일반국민은 빠지고 권리당원이 100% 선택권을 갖게 된다. 전략공관위 관계자는 “이미 전화가 간 샘플은 거르면 된다”면서도 “작정하고 중복투표를 하려고 하면 막기 어려운 건 맞는다”고 했다.

이런 규정은 최고위원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결정됐다고 안 위원장은 전했다. 박 의원은 “권리당원 100% 투표는 전례없는 경선”이라며 “강북구를 잘 모르는 전국 당원들이 왜 투표권자가 되는지 아무 근거도 못 들었다”고 했다. 당내에선 “그냥 ‘박용진은 안 된다’는 게 기준”이란 말이 나왔다. 룰은 바뀌었지만, ‘하위 10%’에 든 박 의원은 이번에도 30%를 깎인다. 상대인 조 후보는 여성·정치신인으로 20% 가산점을 받는다. 안 위원장은 “당헌당규상 감·가산 대상에 맞게 적용되는 건 예외가 없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서울 서대문갑 경선에서 승리한 김동아 변호사. /김동아 변호사 페이스북 캡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서울 서대문갑 경선에서 승리한 김동아 변호사. /김동아 변호사 페이스북 캡쳐

◇탈락한 친명후보 구제, 親明 권리당원 비율은↑

앞서 서울 서대문갑에서도 경선 룰 논란이 일었다. 이곳은 현역 우상호 의원의 불출마 선언 후 ‘청년전략특구’로 지정됐다. 지난 7일 공개 오디션을 거쳐 ‘3인 경선’ 후보를 발표했는데, 이튿날 돌연 후보가 바뀌었다. 당 전략공관위는 성치훈 예비후보를 제외하고 그 자리에 이 대표 측근인 김동아 변호사를 포함시켰다. 당초 중앙위원 투표 100% 방식으로 치르려던 투표 방식도 전국 권리당원 70%·서대문 유권자 투표 30% 방식으로 바꿨다.

이를 두고 김 변호사에 유리하도록 권리당원에 결정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룰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된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은 인물이다. 이 대표 지지세가 강한 권리당원 조직에선 ‘찐명’으로 손꼽힌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당초 김 변호사는 경기 평택갑에 출마를 선언했으나, 우상호 의원의 불출마에 따라 청년특구가 된 서대문갑으로 지역을 바꿨다.

권향엽 민주당 순천·광양·곡성·구례을 후보가 최근 전통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권향엽 후보 페이스북 캡처
권향엽 민주당 순천·광양·곡성·구례을 후보가 최근 전통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권향엽 후보 페이스북 캡처

텃밭인 호남 역시 공천 파동의 중심지가 됐다. 민주당이 지난 2일 새벽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을 돌연 ‘여성 전략 특구’로 지정해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 공천을 주고, 현역 서동용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해서다. 민주당의 전통적 우세지역인 전남·북 광주 등 호남은 경선이 원칙이다. 경선 승리가 사실상 당선으로 직결되는 만큼, 당이 경선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의미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권 전 비서관은 4년 전에도 같은 지역에서 경선에 참여했지만 서 의원에게 졌다. 이번에도 두 후보 모두 공천을 신청한 상황에서 지도부가 권 전 비서관을 공천한 것이다. 당내는 물론 이재명 대표의 팬카게 ‘재명이네마을’에서조차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일각에선 권 전 비서관이 지난 대선 때 대선 캠프에서 이 대표 아내 김혜경씨 관련 업무를 맡아 인연을 맺은 혜택을 봤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민주당 최고위는 5일 비공개 회의에서 권 전 비서관 공천을 취소하고, 다시 경선 지역으로 바꿨다. ‘시스템공천’을 강조하던 당이 사흘 만에 발표를 번복한 것이다. 당은 “권향엽 후보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총선 최대 관심사인 전략선거구 지정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선은 100% 일반국민 투표를 반영하는 ‘국민경선’으로 이뤄졌다. 투표 결과 서 의원은 권 전 비서관에 패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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