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대정읍 고순자 씨, 정부 지원 기대
농협, 비상품 출하 방지와 수급 안정에 총력 대응
(서귀포=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여기 인력이 30명인데 그중 25명이 외국인입니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왔습니다. 이분들 아니면 한국 농업은 다 끝났습니다”
18일 오전 9시 30분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249번지 6천여㎡ 규모의 양파 수확 현장.
고순자(75) 씨는 “제주 사람들은 구하기 어렵고 그나마 여기 있는 5명은 모두 나이 든 분들이어서 외국인들 아니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에서 보조라도 해주면 좀 희망을 가지고 농사를 짓겠는데 그런 것이 없다면 도저히 엄두를 못 낼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황이 어떠냐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지난달 내내 비가 내려서 병해충이 많이 발생하고, 일조량 부족으로 알맹이가 크게 자라지 못했다”며 “올해 양파 농사는 실패라고 봐야 할 정도”라고 한탄했다.
실제로 인부들이 캐놓은 양파를 보니 큰 것보다 자잘한 것들이 더 많았다.
고씨는 마늘을 재배하다가 너무 힘들어 10년 전부터 해마다 약 13만㎡에서 양파를 재배하고 있는데 올해 작황이 제일 안 좋은 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비싸다고 하는데 모종 심고 수확할 때까지 손이 몇 번이나 가는지, 농약값이 얼마나 드는지, 인건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모르고 그런 소리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고씨 밭에서 수확한 조생종 양파는 20일 새벽 다른 지방 도매시장에서 경매될 예정이다.
농협 제주본부와 대정농협은 향후 양파 가격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는 첫 경매나 다름없어 농가 못지않게 경락가가 얼마나 나올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제주산 조생 양파 출하는 잦은 비로 1주일 정도 지연됐다. 이에 최근 도매시장 경락가는 1㎏당 최고 1천720원까지 올라갔다.
정부는 물가 안정화 차원에서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출하하는 농가에 대해 ㎏당 200원의 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제주에서는 사실상 이날부터 수확이 시작됐다.
윤재춘 농협 제주본부장은 이날 양파 수확 현장을 돌아보고 제주산 조생 양파가 출하되면 가격이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윤 본부장은 “조생종 양파의 제주 생산량은 전국의 약 20%를 차지하므로 출하 물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비상품이 출하돼 향후 가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게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산 양파가 매운맛이 덜하고 단맛이 강한 특성이 있어 식자재 매장에서 상당히 선호한다”며 “최근 유통 회사나 상인들이 물량을 선점하려고 많이 내려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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