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에 모인 언론현업단체들이 MBC 기자에게 ‘기자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즉시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언론협업단체들은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황상무 수석의 사과가 아니라 인사권자 윤석열 대통령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테러 협박 (황상무) 수석을 즉시 해임하라”라고 촉구했다.
언론현업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언론인에 대한 테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모욕,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거짓 선동까지 나온 당시 발언은 황 수석의 언론관이자 역사관”이라며 “자신의 발언이 당일 오찬 참석 기자뿐 아니라 MBC를 포함한 한국 언론 전체를 대상으로 한 테러 협박 범죄이며,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4조 위반이고 고 오홍근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황상무 수석의 발언은 언론자유를 보장한 헌법 파괴는 물론이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할 공직자의 기본을 저버린 것으로 헌법수호와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통령의 책무와도 충돌한다”며 “입에 발린 몇 마디 사과로 주권자인 시민과 언론을 상대로 테러 협박을 늘어놓은 황 수석의 자리를 보전해 주겠다면 우리는 황 수석의 테러 협박에 윤석열 대통령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도 마음에 안드는 언론을 테러 대상으로 여기는가? 5·18민주화 운동의 배후를 언급한 황상무 수석의 발언에 동의하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아니라면 황상무 수석을 지금 즉시 해임하라. 해임만이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안팎에서 황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는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MBC본부는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국민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대통령실의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황 수석의 ‘회칼 테러 사건’ 발언이 단순히 개인의 실언에 그쳤던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 차원의 MBC를 향한 협박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더욱 어이없는 것은 그 어떤 정권보다 언론을 탄압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이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고 언급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심각한 기억 상실이자 자기 부정이고 유체 이탈식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권 출범 직후부터 MBC를 장악하고자 국가 기관을 총동원했으며 현재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등을 앞세워 MBC를 탄압하고 있는 게 윤석열 정권”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군사 독재 시절 이상으로 철저히 짓밟고 있는 윤석열 정권이 ‘언론의 자유’를 입에 올리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 MBC 등 일부 방송사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해 정권 비판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한 협박성 발언이라며 비판받고 있다. 황 수석은 같은 자리에서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4~5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 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며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황 수석은 지난 16일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네 문장짜리 사과문을 냈지만 본인 거취에 대한 입장은 없었다. 대통령실도 18일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는 입장을 내며 황 수석의 사퇴·경질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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