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기자 대상 회칼 테러 언급을 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강경한 분위기가 나온다. “기함할 정도로 놀라” “언론겁박” “즉시 사퇴했어야 할 일”이라는 거센 성토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황 수석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출국도피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즉시 귀국 요구도 함께 제기됐다.
대통령실이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에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당 지도부가 일제히 이 같은 목소리를 내놓음에 따라 총선을 눈앞에 두고 대통령실과 당지도부의 충돌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수도권 위기론이 심각한 상황에서 급한 불을 빨리 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17일 저녁 퇴근길 문답에서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에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해야 하고 이종섭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들께 피로감을 드릴 만한 문제 아니다. 즉각 소환하고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황상무 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에는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말씀은 제가 이미 드린 바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줄줄이 터져나왔다. 성남분당을에 출마한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17일 비슷한 시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종섭 즉시 귀국, 황상무 자진사퇴가 국민 눈높이”라고 썼다. 김 전 수석은 “이종섭 호주대사는 즉시 귀국하여 공수처 조사에 임하라”며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은 잘 압지만 공수처의 수사 일정을 조사대상자에게 맞출 순 없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은 황상무 수석에 대해서도 “자진사퇴하기 바란다”며 “수년 전의 막말로도 많은 여당후보가 사퇴했다. 대통령실 수석이 예외가 될 순 없다. 역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지체하지 말라”고 밝혔다.
‘찐윤’으로 공천을 받은 이용 국민의힘 의원도 18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종섭 대사 출국 논란을 두고 “빨리 귀국해서 본인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황상무 수석에는 “사과를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충격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선대위 부위원장)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황상무 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을 두고 “기함한다(몹시 놀라거나 경악을 금치 못할 일)고 하나요? 정말 놀랐다”며 “정말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 혹은 언론사에 있어서 대단한 오점이다. 그와 같은 흑역사를 거론하면서 일종의 겁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공직자로서 해선 안 될 말을 한 것이고 한동훈 위원장의 입장과 동일하다. 본인 스스로 대통령실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거취를 분명하게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김 비대위원은 자진 사퇴하라는 뜻이라면서 “공직자로서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국정에 너무나도 심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오늘이라도 당장 사퇴하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비대위원은 이 사안들을 두고 “이게 어떻게 수그러들 수 있겠느냐. 일이 점점 커지든지 (할 것)”이라며 “전직 언론인으로서 현재 국정에 막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이고 공직자로서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종섭 출국 논란에도 “즉각적으로 귀국을 해서 조사를 받고 오해와 의혹들을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해임하라는 의미는 아니냐는 질의에 “아직까지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황상무 수석 회칼테러 발언을 두고 “지난주 금요일에 모 방송에 나가서 라디오 대본을 보고 처음엔 사실이라고 생각을 안 했다. 사실이라면 ‘이건 방어를 못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이건 누가 봐도, 이 발언 하나로 정부 여당이 자칫하면 언론을 탄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언론에 절대 해서 안 되는 말이다. 비유도 잘못됐다. 지금까지 시간 끌 일도 아니다. 그날 바로 사퇴했어야 된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에는 “지금 엄연히 총선 기간인데, 이거는 누군가가 설령 말리는 사람이 있었어야 된다”며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결정이 보류돼야 된다는 의견 교류가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의견이 다른 것 같은데, 갈등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박지훈 변호사 질의에 김 대변인은 “빠르게 조치를 하지 않을까”라며 “적절치 않았다. 국민들이 많이 지켜보고 있는 사건이라 충분히 더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거부감 반응 없이 풀 수 있는 문제였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면 빠르게 사과하고 보여주는 모습들도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서 “날리면 김은혜 대변인께서도 이종섭 전 장관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며 “역시 표 앞에는 장사 없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정작 외국 보내야 할 분은 안 보내고 왜 이종섭을 외국 보내느냐”며 “‘채상병 상병’ 운운하는, 고인의 이름조차 모르는 재명당에도 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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