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억 세탁’ 8명 검찰 송치…추적 피하려 CCTV 찍고 허위 영수증
주식·가상자산 투자사기 수사과정서 적발…사기조직 수사도 확대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서울 성동경찰서는 사기 조직이 ‘투자 리딩방’ 등으로 피해자들에게 가로챈 투자금 수십억원을 상품권 업체를 통해 세탁해준 일당을 검거해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상품권 세탁 조직 일당 8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으며 최근 이들을 검찰에 넘겼다. 베트남으로 도피한 자금세탁 총책 1명과 현금 수거책 1명은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공조 등을 통해 추적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상품권 매매 법인을 통해 사기 조직이 건넨 피해금을 세탁해 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받는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 일대 오피스텔과 아파트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상품권 업체들의 법인 계좌를 통해 사기 조직이 가로챈 사기 피해금을 세탁했다.
A업체는 사기 조직에 받은 피해금을 B사 등 법인 네 곳으로부터 수표로 받은 뒤 상품권을 넘겼다. B사 등은 이를 고스란히 C업체에 전달했고 C업체는 다시 이 상품권을 A업체에 전달하고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이들은 이렇게 세탁한 돈을 현금 수거책과 총책을 통해 사기 조직에 돌려줬다. B사 등 4개 법인은 상품권을 통한 자금 세탁을 위해 허위로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상품권 업체를 방문할 때 폐쇄회로(CC)TV 영상을 촬영하고 상품권을 사고파는 허위 영수증을 작성하는 등 정상적 업체를 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갖고 있던 현금 22억원과 람보르기니 등 차량 4대, 명품 시계 등 28억3천968만원 상당을 압수했다.
경찰은 범행에 이용된 법인 계좌 4개를 추적해 이들이 세탁한 금액을 420억원으로 특정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86명이며 피해금은 90억원이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추가 피해자를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주식·가상자산 투자 리딩방 사기 등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아 수사하던 중 상품권 업체들의 덜미를 잡았다.
피해자들은 소셜미디어(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유명 투자전문가를 사칭해 “국내 주식 동향을 알려주고 투자 시 최소 50% 이상의 수익률을 볼 수 있다”, “‘한캐쉬’ 코인 거래사이트에 투자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사기 조직에 투자금을 건넸다.
이 조직은 이 밖에도 부업 알바, 금·오일 투자, AI 인공지능을 이용한 투자, 채팅 앱을 사용한 로맨스형 사기 등 다양한 신종 사기 수법으로 해외에 거점을 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이 사기 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SNS에서 유명 투자자라고 접근해 투자를 유도하거나 재택 아르바이트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는 경우 사기가 아닌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yulri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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