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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1000원도 무료배송…中 알리·테무 손해 감수하는 이유

조선비즈 조회수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초저가·무료배송 전략으로 한국 유통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비상식적으로 싼 제품을 무료배송까지 하면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18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종합몰 앱 사용 순위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쿠팡(3010만명)에 이어 2위, 테무는 581만명으로 4위를 차지했다. 약 1400만명에 이르는 이용자를 확보한 것이다.

동일한 제품 가격이 국내와 비교해 2배 이상 저렴하고, 1000원짜리 제품도 무료배송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2018년만 해도 분기별 1300억원 수준이었던 대(對)중국 직구 시장은 지난해 4분기 1조원을 돌파했으며 미국을 누르고 1위 국가로 자리잡았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제공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제공

◇中 내수 불황…초저가로 재고 처리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특징은 ‘초저가’로 요약된다. 한국 이커머스에서 팔리는 동일한 제품의 가격이 최대 10배 이상 저렴한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중국의 경기 불황에 있다.

중국은 현재 거의 전체 산업이 과잉 생산 상태로 쌓여 있는 재고도 상당히 많은 상태다. 내수 경기 부진으로 남아도는 상품이 헐값에 밀려 나오고 있는 것이다. 디플레이션과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산 제품의 수출가격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지난해 저조했던 중국 수출도 회복세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수출액은 5280억1000만달러(약 702조50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 늘어났다. 1~2월 무역흑자는 1251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는 막강한 규모를 바탕으로 한 가격 협상력도 가지고 있다. 특히 테무의 경우 상품의 가격 책정 권한이 입점 업체가 아닌 테무에 있다.

아울러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해외 직접구매 방식이라 통관·관세 면제와 KC인증(전기용품안전인증) 의무 면제 등의 혜택을 받는다.

◇中 유리 우편체계…3그룹 中, 1·2그룹 韓美보다 저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자국에 유리한 국제연합(UN) 산하기구 만국우편연합(UPU)의 우편체계를 이용한 우편배송서비스를 이용한다.

아울러 엄청난 탁송물량을 밑천으로 한 협상 파워로 물류업체의 배송단가를 낮추면서 무료배송을 상시화하고 있다.

이들은 우편배송과 함께 자사표준탁송, 국제탁송 등을 이용하고 있다. UPU 우편체계가 중국에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에 우편으로 보내면 배송기간이 길기는 하지만 거의 무료로 보낼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중국내 1500개 물류업체들을 경쟁시켜 배송단가를 끌어내리기도 한다. 몇 천 원짜리 상품이 중국에서 한국고객의 집까지 무료로 올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UPU는 UN 산하 국제 우편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다. 1874년에 설립됐으며 현재 192개국이 가입돼 있다. 보편적 우편요금으로 회원국간 자유롭게 우편물을 거래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해외 직구 등 국경 없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국가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다.

UPU 협약은 국영이든 민영이든 각 나라 우정기관(우체국)간 국제 우편물 거래시 적용된다. 발송 우체국(발송국)은 목적지 우체국까지 물품을 운송하는 비용만 부담하고, 실제 목적지까지의 배송비용은 도착국 우체국(도착국)이 책임진다.

이렇게 되면 배달국 우체국이 손해를 보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생긴 게 ‘배달국 취급비’다. 상대국 우체국의 손실비용을 보전해준다. 거래 당사국간 주기적으로 발송·도착량에 따라 상호 정산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정산비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우편발전지수(PDI)에 따라 회원국을 4가지 등급으로 구분해 정산 요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편 발전지수가 높은 미국과 호주, 일본, 프랑스는 1그룹, 우리나라는 헝가리, 체코와 함께 2그룹, 중국, 브라질, 멕시코, 태국 등은 3그룹에 포함돼 있다. 3그룹에 속한 중국의 경우 1그룹에 속한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국제 우편물을 발송할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K-베뉴' 화면 갈무리./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알리익스프레스 ‘K-베뉴’ 화면 갈무리./알리익스프레스 제공

◇ “韓 점유율부터 높이자” 공격 전략… 자구책 마련 나선 韓 기업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초저가·무료배송 등 공격적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손해를 보더라도 점유율을 높여 종합적으로 이윤을 내면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에는 입점·판매수수료 면제 혜택을 걸고 한국 브랜드 유치에 나서고 있다. 손해를 보더라도 품목을 다양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신선식품까지 영역을 넓혔다.

알리바바그룹은 2억달러(2600억원)를 투자해 올해 안에 한국에 통합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면적은 18만㎡(약 5만4450평)로, 축구장 25개 규모다. 쿠팡 내 최대 물류센터인 대구 물류센터의 2분의1 수준이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의 배송 단계는 중국 현지 집화 → 웨이하이항 물류센터 입고 → 중국 통관 → 한국 통관(평택, 인천 등) → 한국내 배송으로 최소 5일에서 최대 3~4주까지도 소요된다. 하지만 한국 내 물류센터를 이용하면 기간은 1~2일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물류센터를 갖추면 항공·선박을 이용해 기존 직구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한국에서 물건을 직매입해 판매할 수도 있다. 사업 영역이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와 직접적으로 겹치게 되는 것이다. 알리가 물류센터 확장을 통해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익일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소비자가 토종 이커머스에서 이탈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배송력 강화를 위해서 익일배송 서비스인 ‘도착보장’에 일요배송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고려은단, 이니스프리, 하기스 등 현재 입점해있는 브랜드사와 손을 잡고 ‘일요배송’서비스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범 사업을 마치면 일요배송은 정식 도입될 예정이다.

쿠팡은 이미 브랜드 파워가 확실한 일본 직구 상품 무료배송으로 알리 잡기에 나선다. 로켓직구는 쿠팡의 해외 직접구매 서비스로 무료 배송이 강점이다. 현재 미국, 중국, 홍콩 직구를 제공 중이다. 이번 로켓직구 서비스를 통해 쿠팡은 닛신, 메이지, 르타오, AGF 등의 식품 브랜드 제품부터 센카, 비오레, 쓰바키 등 생활용품·뷰티 브랜드 제품까지 선보인다.

중국 이커머스의 짝퉁(가품) 문제와 사기 등 소비자 보호 문제도 논란거리다. 다만 이런 문제를 규제할 법이 마땅치 않아 국내 업체와의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에 최근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도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과 같은 국내법이 차별 없이 집행되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소비자 보호 의무 이행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도 추진한다. 국내에 영업소가 없더라도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보호 등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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