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미 정보기관용 수백기 정찰위성 네트워크 구축

미국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14일 오전 8시 25분(미국 중부시간·한국시간 오후 10시 25분)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 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 정보기관과 18억달러(2조4000억원) 규모의 비밀 계약을 체결하고, 수백 기로 구성된 스파이(정찰용)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국가정찰국(NRO)과 2021년 이 계약을 체결한 스페이스X의 군사용 위성 서비스 ‘스타실드(Starshield)’ 사업부가 해당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 스파이 위성 네트워크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미국 정부와 군이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잠재적인 표적을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이 시스템의 잠재적 능력에 대해 “아무도 숨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보카 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 있는 스페이스X 입구 모습으로 13일(현지시간) 찍은 사진./EPA·연합뉴스

앞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0일 스페이스X가 2021년 미국 정부와 18억달러 규모의 기밀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지만, NRO나 이 계약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알리지는 않았다.

이 네트워크는 저궤도에서 무리를 지어 작동할 수 있는 지구 영상 기능을 탑재한 수백 기의 위성을 갖춘 강력한 신 스파이 시스템이라며 이미지 처리 센서를 갖춘 대형 위성과 위성 간 레이저를 사용해 이미지 데이터 및 기타 통신을 전달하는 수많은 중계 위성으로 구성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 네트워크는 소비자·기업·정부 기관 등 전 세계에 인터넷망을 제공하기 위해 우주에 약 5500개의 위성을 보유한 스페이스X의 상용 광대역 위성군인 스타링크와는 별개다.

3명의 소식통은 2020년 이후 10여개의 프로토타입(시제품) 위성이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고 했고, 한 소식통은 이 프로토타입 위성은 약 2억달러(2700억원) 규모의 별도 계약의 일부였으며 이는 이후 스페이스X가 18억달러 규모의 계약 체결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는 2022년 12월 처음으로 스타실드 사업 내용을 공개하면서 미국 정부를 위해 지상 관측·보안 통신·데이터 수집·장비 운반 등 임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스페이스X는 지난해 미국 국방부 산하 우주군과도 스타실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7000만달러(93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NRO는 1992년 그 존재가 일반에 공개되기까지 비밀리에 유지된 핵심 정보기관 중 하나로 국방부 산하 기관으로 미국 우주군과 중앙정보국(CIA) 요원 등으로 구성됐으며 국방부 및 정보기관에 기밀 위성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NRO는 지난해 4월 성명을 통해 오는 2033년까지 정찰 위성 수를 기존의 4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었다.